외국인의 경제활동이 증가한 만큼 외국인이 주체가 된 법정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대법원에 따르면 형사재판에 기소된 외국인 수만 2014년 3789명에 이른다. 대법원이 집계하지 않는 임금체불 등 민사사건이나 이혼 등 가사 소송까지 포함한다면 외국인이 법정에 서는 사례는 이제 일상적인 수준이다. 더욱이 이들은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외국인을 위한 법률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몇 년 전 한 재판에서 증인이 일본인이라 법정 통역사를 동원했는데, 당시 통역사가 전문성이 부족해 법정 증언에 애를 먹었다. 최근 진행된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고인 아서 존 패터슨도 법정에서 “내가 좀 더 한국어를 잘한다면 직접 한국어로 설명해 통역인을 거치지 않는 나의 진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록 흉측한 살인사건의 피고인일지언정 그가 재판에서 말하고 싶다는 진심이 재판장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은 문명국의 신성한 의무다.
물론 재판정에서 당사자가 직접 진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민사사건에서 당사자가 재판부와 소통하는 방법은

물론 우리 소송법에는 통역에 관한 규정이 존재한다. 통역사를 정식 재판 관여자 지위로 놓고 제척 또는 기피 대상자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재판에서 허위 통역을 한 경우 처벌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렇듯 법상 정해진 통역사의 지위와 이들이 실제 재판에서 법정 통역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여부는 별개 문제다. 대법원에 등록된 법정 통역사는 2015년 기준 29개 언어에 1736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명감과 전문적·법적 지식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1년에 한두 번 법원으로부터 연락받는다고 하니, 직업으로 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국인을 대하는 자세는 세계에 비치는 우리의 거울이다. 외국인 2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외국인의 인권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