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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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늘어나는 수의사의 동물 학대 논란

[이학범의 펫폴리] 7월 24일부터 시행된 수의사회 징계요구권 활성화해야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4-08-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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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최근 한 동물병원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2020년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수의사가 돼 동물병원을 차렸다는 소문이 돌면서입니다. 논란이 됐던 유튜브 채널명은 ‘갑수목장’인데요. 수의대생 2명이 운영하던 이 채널은 당시 구독자가 53만 명에 달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수의사·수의대생 윤리 문제↑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 사례처럼 최근 수의사 및 수의대생이 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GettyImages]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 사례처럼 최근 수의사 및 수의대생이 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GettyImages]

    갑수목장 채널의 실체를 폭로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던 동물보호 단체에 따르면 이 채널의 문제점은 ① 펫 숍에서 산 동물을 유기 동물로 둔갑시켜 거짓 영상 게재 ② 영상 속 동물 학대 및 방치 ③ 햄스터 학대 후 논란 일자 거짓 해명 ④ 수익 목적으로 두 번째 유튜브 채널 개설 등 크게 4가지였습니다. 당시 저도 자료를 받아봤는데, 어리고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여러 마리를 펫 숍에서 구매한 뒤 버려지거나 파양당한 것처럼 사연을 조작해 영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펫 숍에서 동물들을 샀다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모두 현금으로만 결제했고, 영상 제작을 위한 수단으로만 동물들을 이용했기에 이들을 학대하고 방치한 정황도 발견됐죠.

    당시 이 사건으로 큰 사회적 파장이 일었고 채널 운영자인 수의대생 2명의 제적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수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대한수의사회 이사회에서도 “수의사 전체에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동물 학대, 기부금품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고 지난해 일부 사기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약식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다만 동물 학대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소문에서 지목된 동물병원 원장이 정말 갑수목장을 운영한 사람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습니다. 하지만 수의사가 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사기 혐의 약식기소는 수의사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 논란이 된 동물병원 원장이 갑수목장 유튜브를 했던 사람이 맞는다고 해도 그가 동물병원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갑수목장 이전에도 수의사와 수의대생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은 많습니다. 과거 한 방송사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등장한 동물병원은 수술 도구에 누런 때와 녹이 껴 있고,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약을 보관하고 있어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400원짜리 쇠톱을 수술에 사용한 흔적도 확인됐죠. 몇 년 전에는 한 대학 동물병원 입원실에서 수의사가 전자 담배를 피우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지자체 동물보호 센터를 위탁 운영하던 동물병원이 위탁받은 유기견을 식용 개 농장에 판매한 사건, 동물실험을 위해 불법 개 번식장에서 동물을 공급받은 수의대, 유기견을 수술 실습용으로 사용한 공수의사 및 공중방역수의사,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농약 불법 제조·판매에 직접 관여한 수의사,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유통한 동물병원 원장과 불법 투약한 수의대생 등이 논란이 됐습니다. 모두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런 사건이 공론화될 때마다 수의사 집단의 ‘낮은 윤리의식’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수의사 면허 정지·취소 어려워

    물론 수의사회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수의사회에는 ‘윤리위원회’가 있는데, 비윤리적 행위를 해서 수의사 전체 명예를 실추시킨 회원을 징계합니다. 회원에서 제명하기도 하죠. 하지만 수의사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 수의사 면허는 정부가 수의사 개인에게 부여하는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즉, 수의사회 징계를 받아도 수의사 면허는 그대로 유지되기에 실질적 징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겁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월 24일부터 ‘수의사의 품위유지의무’와 ‘수의사회 징계요구권’이 시행됐습니다.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수의사에게는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고, 수의사회가 윤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정부에 징계(수의사 면허정지 및 면허취소)를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체적인 품위 손상 행위는 △허위·과대 광고 △동물병원 유인 △품목 허가나 신고 안 된 동물용의약품의 진료 사용 등으로 규정됐습니다. 3개 항목 중 앞선 2개 항목은 기존에도 금지해왔던 것들이고 신설된 항목은 사실상 마지막 1개이다 보니 이전에 논란이 됐던 사건들과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때 적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사회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더라도 실질적 손해가 없던 과거와 달리, 수의사회 요구로 수의사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기 때문에 수의사회의 권한이 한층 커지게 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수의사는 윤리강령을 준수해야 하며 수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하고, 우리 사회의 공중보건은 물론 건강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전문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한다.” “수의사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신뢰와 사회적 존엄성을 유지할 책임이 있고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수의사회 윤리강령에 포함된 내용들입니다. 수의사는 전문가로서 신뢰와 존엄성을 유지해야 하며 품위에 손상이 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의사회 징계요구권이 잘 작동하고 품위 손상 행위도 더 구체화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의사들이 아무리 윤리강령을 낭독해도 비윤리적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아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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