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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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오브라이프가 선물한 특별한 여름송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7-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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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은 전통적으로 걸그룹의 계절로 여겨진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여름송’이라 부를 만한 곡이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어쩌면 걸그룹의 지속된 강세 때문일까. 시즌에 한정되는 ‘번외작’을 내기에는 본연의 콘셉트를 충실히 담아내기도 바빴을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는 여름 노래가 잇따라 발매되면서 K팝 시장이 본격적인 여름 시즌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진단하기는 이르지만 올해는 오랜만에 찾아오는 K팝 걸그룹의 여름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단연 눈에 띄는 건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다. 지난해 7월 데뷔한 이 4인조 걸그룹은 취향 좋은 블랙뮤직의 영향을 관능적이면서도 폭발력 있게 담아내 지난해 가장 인상적인 신인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신곡 ‘Sticky’는 뮤직비디오 속 컬러풀하고 홀가분한 노출 의상 등이 ‘섹시’ 이미지로 비치기도 해 ‘걸크러시’ 그룹이 섹시 콘셉트로 선회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청순·걸크러시·섹시라는 딱지 붙이기가 지나친 경우일 수 있다. 전작들이 보여준 결이 ‘순진’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걸크러시’로 분류하기는 어폐가 있고, 당시 키스오브라이프가 ‘섹시’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가 여름에 어울리는 신곡 ‘Sticky’를 선보였다. [S2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가 여름에 어울리는 신곡 ‘Sticky’를 선보였다. [S2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름 노래 질감 고스란히 살려

    후렴의 첫 모티프 ‘How long before we fall in love’는 R&B적인 우수에서 로맨틱으로 물꼬를 내고, ‘뛰어들어 둘만의 ocean dive’부터는 전형적인 K팝 걸그룹 여름 노래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느긋한 템포로 편안하게 기댄 위로 오밀조밀하게 밀고 당기는 비트와 달콤한 마림바 사운드가 산뜻한 가운데 곡은 잰 움직임으로 감상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곡이 키스오브라이프의 변신이라 한다면 차라리 기존의 독한 느낌을 신선한 방향으로 바꿨다고 하겠다. 그러면서도 ‘상큼함’으로 들어서기보다 특유의 매끄러운 바이브를 시종일관 유지해 그룹 본연의 성격도 지켜낸다.

    뮤직비디오는 컷을 최소화하고 인물 동선을 긴 시간 따라가는 롱테이크 위주로 구성됐다. K팝 뮤직비디오에서 롱테이크는 종종 여러 가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풍경을 속도감 있게 묘사하거나,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인물의 이동을 연출함으로써 경이감을 주는 데 쓰인다. 그런데 ‘Sticky’는 분수대 주변을 누비고 다니는 멤버들을 좀 더 현실감 있게 쫓는다. 단독 숏 이후 카메라가 이동하면 나머지 멤버들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고, 단독 숏 주인공은 한 템포 늦게 대형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이때 안무 대형이 잠시 일그러졌다가 인물과 카메라 이동에 따라 다시 균형감을 회복하는 장면들이 독특하게 눈에 띈다. 음악의 기초 언어이기도 한 긴장과 해결이 상당한 시각적 즐거움을 안긴다. 또한 멤버들이 신나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공간을 누비고 춤추는 활기 역시 매력적으로 담긴다.

    여름을 뜨겁게 즐기기 좋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여름 공기 속에서 숨 돌리게 하는 노래도 있다. 후자는 종종 R&B 가수들의 영역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K팝 아이돌의 활동곡으로서 여건을 발휘하기에 최적의 플랫폼은 아닌 탓도 있겠다. ‘Sticky’는 후자에 가까운 선택에 탄탄하고 생동감 있는 퍼포먼스를 결합해 선보인다. 이 또한 시장의 이질적 혁신자로서 키스오브라이프의 참신한 도전이라 할 만하다. 성적이야 지켜볼 일이겠으나, 작품으로서 설득력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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