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가 신곡 ‘EENIE MEENIE(Feat. 홍중(ATEEZ))’를 발표했다. [청하 공식 홈페이지]
신곡 ‘EENIE MEENIE(Feat. 홍중(ATEEZ))’는 과거 청하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할 만한 곡이다. 바이닐을 샘플링한 듯한 노이즈 질감에 더블베이스가 덜컹거리며 흐르는 인트로는 올드스쿨 힙합을 연상케 한다. 보컬은 멜로디의 함량을 낮춰 냉정하게 흐르고, 후렴도 간단한 랩만 남긴 채 퍼포먼스에 자리를 대폭 내줬다. 무대를 봐도 댄서들을 거느리고 등장한 청하는 무대 중앙에서 거의 이동하지 않는다. 다만 움직임이 크지 않으나 테크니컬하고 멋스러운 동작들이 돋보이고, 이후 크고 시원시원한 움직임과 교차하면서 다가오는 리듬감이 상당한 즐거움을 안긴다.
분명 청하는 카메라를 꿰뚫을 듯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퍼포머지만, 많은 이가 특유의 보컬을 사랑했다. 반주를 뚫고 나오는 듯한 전형적인 솔로 가수의 그것은 분명 아니지만 촉촉하게 물기 있는 음색이 어딘지 애틋함을 담고 있는 듯했다. 댄스 가수지만 드라마 OST 등 다양한 경로에서 발라드를 부르고, 그것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그래서다. 또한 ‘벌써 12시’ 등 청중을 압도하는 댄스 퍼포먼스에서도 어딘가 ‘1980년대 여가수 같은’ 애수와 절박함이 비트를 더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멜로디를 한껏 덜어낸 이 곡은 그래서 자못 특이한 선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분명 이 선택이 무작위로 보이지는 않는다. ‘Oh I’로 시작하는 프리코러스(pre-chorus)는 곡에서 가장 멜로딕한 대목인데, 보컬의 공간감을 아주 깊고 넓게 잡아놓아 그의 목소리를 겹겹이 구름처럼 공중으로 띄워 올려버린다. 그럴 때 느껴지는, 현기증이 일 것 같은 아득함은 이 곡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그것이 지나치게 성급하다면, 이후에도 이 곡은 아주 멋진 대목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청하의 강점 강렬한 임팩트 돋보여
적지적수처럼 치고 들어오며 자극과 에너지를 조절하는 편곡은 군더더기가 없고, 마지막 후렴에서 그것이 겹쳐지면서 일어나는 강렬한 임팩트도 근사하다. 청하는 싸늘하고 자신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또박또박 박히는 2절 랩에서도 그 매력을 준수하게 드러낸다. 에이티즈(ATEEZ) 홍중은 리듬을 밀고 당기며 흔드는 랩으로 청하의 그것과 즐거운 대조를 이룬다. 후렴은 으슥한 듯하면서도 단호함으로 가득해 곡을 팽팽하게 끌고 간다. 무대 중앙에서 청하는 부드러운 역동과 날카로운 절도 사이사이에 여유로운 재치를 넣어가며 보는 이를 강렬하게 빨아들인다.청하가 지난해 박재범이 설립한 모어비전에 새로 둥지를 틀고 처음 선보이는 싱글이다. 아티스트의 강점을 방대하게 펼쳐내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적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다시 선보인다. 그것이 오히려 그가 가진 수많은 강점을 더 돋보이게 한다. 아마도 다시, 청하를 막을 건 없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