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봉사와 나눔을 실천한 ‘봉천동 슈바이처’ 윤주홍 원장. [홍태식]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삶
1971년 경찰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시작한 그는 낙안도, 외도, 간월도, 내파수도, 장고도 등 서해안 일대 낙도를 돌며 의료 봉사를 시작했다. 한 번 찾은 섬은 보통 10년 넘게 다니며 진료했고, 외도 진료는 30년 넘게 이어갔다. 1974년에는 판자촌이 즐비한 달동네였던 서울 봉천동에 ‘윤주홍의원’을 열었다. ‘돈보다 생명이 먼저’라는 신조에 따라 진료비에 연연하지 않고 가난한 환자들을 무상으로 또는 진료비의 절반만 받으면서 치료에 전념했다. 돈이 없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1994년부터 관악장학회를 설립해 2000여 명에 이르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관악장학회 설립 당시에는 지역 주민이 1인 1구좌 1000원 이상씩 출자하는 ‘이웃사랑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일평생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온 윤 원장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 제1회 서울시민대상 등을 수상했다. 따뜻함을 나누는 존경받는 이 시대의 의인 윤 원장을 7월 10일 ‘주간동아’가 만났다.윤 원장은 충남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동기들보다 8년 늦게 의대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의대에 진학한 계기는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살아가야겠다’는 다짐 때문이다. 의대 입학시험을 볼 때 해부학 문제에 정답 대신 “노폐물로 가득한 정맥 같은 삶을 버리고 의사가 되어 동맥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진심 어린 글을 적어 입학 관계자들을 감동시킨 일화도 있다.
윤 원장에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쁨을 일깨워준 이는 바로 친할머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는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라.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가거든 뭐든 다 먹지 말고 항상 3분의 1은 남겨서 배곯는 그 집 식구들이 먹게 하라’고 말씀하시며 나눔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전했다. 40년 넘게 이어진 헌신적인 봉사와 나눔 활동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큰일 한 게 아니라서 알려지는 게 부끄럽다”며 연신 겸손한 답을 했다.
윤 원장의 나눔 정신은 어려운 이웃뿐 아니라 모교인 고려대에도 전해졌다. 평생을 함께한 병원을 정리한 돈과 수중에 있던 돈을 합친 10억 원을 2021년 11월 고려대학교의료원에 의학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것이다. 당시 기부식에서 윤 원장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술의 힘을 잘 알기에 수익만 바라보지 않고 항상 사람을 향해온 의료원의 철학을 지지해왔다. 나의 정성이 한 차원 높은 의학 교육과 연구가 실현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눔의 가치’라는 윤 원장의 고귀한 뜻을 후학들이 기릴 수 있도록 고려대학교의료원은 의과대학 본관 418호 강의실을 ‘윤주홍 강의실’로 명명했다.
메디컴플렉스 신관 1호 진료 주인공
윤 원장은 최근 뜻깊은 경험을 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10여 년간 준비를 거쳐 7월 10일 진료를 시작한 메디컴플렉스 신관 건강검진센터에서 ‘1호 환자’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것이다. 한 차원 높은 의학과 연구를 수행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전한 그의 기부금은 메디컴플렉스 신관이 완공되는 데 큰 힘이 됐다. 전날 입원해 1박 2일간 병원에 머물며 검진을 받은 윤 원장은 “눈부신 발전을 이룬 병원 모습을 보니 매우 놀랍고 자부심이 느껴진다”면서 “훌륭한 의료진과 최상의 진료 시스템을 갖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우수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한 걸음 더 도약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미래 의료기관의 패러다임 제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메디컴플렉스 신관 진료 개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메디컴플렉스 신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제공]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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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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