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동아DB]
이재명과 윤석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어떨까. 오랜 기간 이들을 지근거리에서 본 이웃 주민들은 두 사람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이재명을 두고는 “말수가 적지만 친해지면 좋은 사람”이라 평가했고, 윤석열을 두고는 “자상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웃으로 지내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지지는 망설여진다”는 반응이 공통적으로 뒤따랐다.
“그분과 거의 마주치지 않아”
1989년 사법연수원 18기를 수료하며 경기 성남시로 금의환향한 이재명은 1998년 6월 아파트(164.25㎡)를 매입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양지금호1단지로, 1기 신도시 개발에 따라 1992년 사용 승인을 받은 918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당시 서울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할 수 없지만 ‘후진 지역’도 아니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평가다. 수인분당선 수내역과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물론, 초·고교가 인접해 젊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박근혜 정부 당시 총리 후보자였던 문창극 씨가 이재명과 같은 동에 살고 있다.이재명은 자신의 첫 아파트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그 또래가 20년 이상 한 집에 거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파트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1990년대 ‘돈 있는 어르신’이 많이 산 아파트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육 문제로 젊은 직장인 부부가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은 이곳에서 20년 이상 지냈지만 동네 주민들과 활발히 교류한 편은 아니다. 같은 동에 사는 이웃들과 인근 상인은 대부분 “‘그분’과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산다는 사실만 안다”고 말한 이웃도 있다. 아파트 인근의 한 마트 직원은 “성남시장 시절 추석을 맞아 배 한 상자 사 간 것이 마주친 것의 전부”라며 “배우자 김혜경 씨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두세 번 산 것이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같은 동에 사는 문창극 씨가 “손녀 줄 과자 사러 왔다”며 이따금씩 와 인사를 나누는 것과 대비를 이룬다.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 이재명이 자택을 나서는 시간이 오전 8시 전으로 당겨지면서 얼굴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동네 주민들은 “내가 게을러서 이재명을 많이 못 봤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웃들이 이재명 부부와 마주치는 순간은 대체로 출근길 혹은 엘리베이터 안이다. 간혹 아파트 현관에서 이재명을 마주쳐도 살갑게 인사를 나누는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재명 부부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인사를 하는 과묵한 스타일이었다.
이웃들은 이재명과 사생활보다는 고충 토로 위주로 대화를 나눴다. 종교 문제부터 불법주차 문제까지 다양했다. 무뚝뚝한 이재명이지만 이웃들의 도움 요청에는 대답했고 이를 계기로 친해진 경우도 있었다. 한 주민은 “동네로 이사 온 후 교회를 정하지 못해 난처했는데, 이재명 후보가 십 수 년 전 자신이 다녔다며 분당제일교회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주민 민원창구 李
이재명 대선 후보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금호1단지에 거주 하고 있다(왼쪽). 2021년 10월 2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마지막 출근을 하고 있다. [최진렬 기자, 동아DB]
이재명의 집은 ‘작전주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변호사 사무실 개업 9년 만에 매수한 집이지만 작전주 매매로 벌어들인 수익을 주된 자금원으로 사용해서다. 그는 “집을 한 채 사고 (주식을) 싹 정리했다. 전세보증금 2억 원에 1억5000만 원을 빌려서 3억6000만 원에 샀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측은 “‘고의가 없어서 무죄’라고 했지만 이 후보의 투자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비판했다. 2021년 말 기준 매매가는 25억 원가량이다.
윤석열을 지켜본 주민들은 “자상한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인사도 잘하고 가정적인 모습도 줄곧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12월 16일 검찰총장직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윤석열이 아파트 인근에서 반려견 ‘토리’와 산책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윤석열이 직접 장보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이 사는 곳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164.21㎡)다. 대표적인 ‘법조인 타운’이다. 이곳에서는 자신을 ‘윤석열의 대학 선배’로 소개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인근에 원명초가 위치해 젊은 학부모도 적잖게 들어와 살고 있다.
“尹, 자상한 스타일”
윤석열 대선 후보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고 있다(왼쪽). 윤석열 대선 후보가 12월 24일 서울 구로구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시설 퇴소 학생에게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여주고 있다. [최진렬 기자, 동아DB]
윤석열이 수원지검 여주지청, 대구지검 등으로 발령 나면서 주민들은 그를 보지 못했다. 한직을 돌던 윤석열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 당시 수사팀장으로 복귀한 뒤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검찰총장 지명 이틀 후인 2019년 6월 19일 비로소 지금 집에 전입신고를 했다. 주민들이 윤석열과 서서히 면을 트기 시작한 때다.
아크로비스타 주민들은 윤석열을 “인정이 많은 사람”으로 평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도 잘하고 줄곧 살갑게 대해 호감을 샀다. 윤석열이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직접 장을 보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돼 아주머니 사이에서 평판도 올라갔다고 한다. 윤석열과 같은 동에 사는 한 주민은 “매번 직접 장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씩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그를 보고 아주머니들이 친근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직접 간단한 요리를 해 손님을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국민의힘 인사들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며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재오 전 의원이 “지금은 먹던 술도 끊어야 할 때”라고 지적한 일도 있었다. 윤석열은 2021년 12월 29일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석열이형네 밥집’을 공개하며 직접 시민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날 영상에서 그는 워킹맘, 커리어우먼에게 파스타면으로 만든 짜장면을 대접했다.
차기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12월 14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비호감도 조사’에서 이재명과 윤석열은 각각 57%, 61%의 높은 비호감도를 보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 후보가 각각 대장동 개발 의혹과 배우자 이력 의혹 등을 겪는 가운데 망언 논란이 더해지면서 유권자들의 비호감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뽑을 사람 없어 큰일”
주민들 반응도 복잡하다. 양지금호1단지, 아크로비스타 주민 모두 “우리 동네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지만 곧바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지금호1단지에 거주하는 한 이웃은 “이재명의 평소 성격을 안다. 어떤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후과가 두려워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을 겨냥하며 “공정한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최근 뉴스를 보니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인근 한 상가 주인은 “손님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어 큰일’이라고 자주 한탄한다. 지척에서 지낸다고 꼭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비슷한 반응은 윤석열 주변에서도 나온다. 윤석열은 최근 배우자 허위 경력 의혹, 막말 논란 등을 겪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연스레 주민들의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대화를 나눠봤는데 사람이 지조가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괜찮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주민도 적잖았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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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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