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웅 의원. [조영철 기자]
5월 13일 김 의원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2년 차 초선의원으로선 이례적 도전이다. 출사표를 던진 그의 일성은 ‘공천 개혁’과 ‘청년’이었다. △계파정치 탈피를 위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상설화 △기초·광역자치단체 의원 후보 30%를 20~39세 청년으로 공천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한 ‘한국형 헤리티지재단’(미국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 설립 등이 뼈대다. “변화하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국민의힘도 살아남을 수 없다. 특정 지지층에만 치우친 ‘웰빙 정당’이 아닌, 소외받은 국민과 함께하는 당을 만들겠다”는 그를 5월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웰빙 정당, 영남 정당 탈피할 것”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유는?“이번 보궐선거에서 이기자 당이 급속도로 옛날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당명까지 바꿨지만 걸핏하면 ‘도로한국당’이라고 비판받는다. 가장 확실한 변화를 보이려면 역시 당 얼굴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탄핵 잔당’ ‘부자 정당’ ‘영남 정당’이라는 시비에서 자유로워진다. 국회에서 환노위를 선택한 것도 우리 당의 미래가 환경, 노동, 복지 어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해답을 주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된다. 공천 개혁과 청년 정치인 육성으로 당을 확 바꾸겠다.”
공천 개혁의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한국 정치를 겪어보니 공천이 만악(萬惡)의 근원이더라. 공천을 바로 세우면 계파정치가 사라지고 소신 없는 정치인도 퇴출시킬 수 있다. 지금은 당대표 등 지도부 의중에 따라 공천이 사천(私薦)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공관위를 상설화하고 선거 1년 전부터 적합도 조사를 통해 후보를 정해야 한다.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천하면 계파정치도 사라진다.”
기성 정당은 ‘청년정치’를 표방하면서 청년 후보를 ‘험지’로 몰았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당으로부터 이미 혜택받은 사람들이 양보해야 한다. 나를 포함해 우리 당 상당수 의원이 유리한 지역구에 공천된 덕을 봤다. 이준석, 김용태, 천하람(각각 21대 총선 서울 노원병, 경기 광명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출마) 등 청년들이 나처럼 송파갑에 공천됐다면 분명 당선했을 것이다. 청년정치 생태계를 만들어 힘을 실어줘야 한다. 청년이 선거에서 분투했다 떨어지면 이제까지는 그야말로 정치 낭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대표가 된다면 한국형 헤리티지재단을 만들어 청년들이 안심하고 정치할 토대를 만들겠다.”
구체적 공천 구상이 있나.
“국회의원 선거에선 우리 사회 소외된 계층을 적극 공천해야 한다. 최근 급증한 플랫폼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법적으론 ‘사장님’으로 플랫폼업체 본사와 개별 계약을 맺고 일한다.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가장 소외된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의원에게 정책을 전달한 자리(4월 28일 라이더유니온이 주최한 ‘정책배달데이’)에서 그들에게 ‘여러분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아닌, 여러분이 들어올 길을 여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진짜 무서운 말’이라고 하더라(웃음). 첫 라이더(배달 노동자) 출신 국민의힘 의원을 기대해도 좋다.”
4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배달노동자 노조 ‘라이더 유니온’이 국민의힘 김웅 의원,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왼쪽부터)에게 배달노동자 처우 개선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홍준표 ‘막말’, 아닌 것은 아니다”
김 의원이 당차게 출사표를 냈지만 맞수들이 만만찮다. 5월 14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PNR가 머니투데이 더300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위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20.4%). 김 의원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15.5%), 주호영 전 원내대표(12.2%)에 이은 4위였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준석 열풍’이 거세다. 젠더 갈등 속 ‘이대남’(20대 남성)의 공감을 산 듯한데.
“이 전 최고위원은 천재다. 저렇게 감각 좋고 머리도 좋은 친구가 또 어디 있겠나. 청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점에선 그가 나보다 낫다. 다만 나는 감히 청년을 대변한다고 자임하기보다 그들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 진정한 청년정치는 청년이 당에 들어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청년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예전 같으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을 청년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높이 평가한다. 젠더 갈등이라는 이슈를 홀로 떠맡게 해선 안 된다. 이 전 최고위원이 청년 문제에 대해 발언할 땐 힘을 실어주고, 때론 건전한 비판도 하면서 같이 가야 한다.”
젠더 갈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내가 주목하는 것은 갈등이 이토록 심각해진 배경이다. 한국 사회에 팽배한 불안 때문이라고 본다. 남녀를 떠나 20, 30대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가정조차 꾸릴 수 없다. 이처럼 답답한 상황에서 청년은 자책하거나 사회 탓을 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급선무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 국민이든 적어도 직장과 살 집은 마련해주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면 갈등이 덜 날카로워질 것이다. 그 후에도 계속되는 젠더 갈등은 건전한 공론장에서 다루면 될 일이다.”
최근 김 의원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복당 의사를 밝힌 홍 의원이 “정계 입문 1년밖에 안 된 사람이 당대표를 하겠다는 것은 무리 아닌가”라고 비판한 것이 시작이었다. 김 의원은 “내공 쌓고 자기 실력으로 포지티브하게 정치하라는 충고는 감사하다. 그 말은 나이 어린 기자나 힘없는 노동자에게 ‘그러다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넌 또 뭐야. 네까짓 게’라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각을 세웠다. 각각 홍 의원이 2011년 저축은행 불법자금에 연루됐는지 묻는 젊은 기자, 이듬해 방송국 출입 시 신분증을 요구한 경비원에게 내뱉은 언사를 꼬집은 것이다.
홍 의원과 대립각을 세운 이유는?
“홍 의원의 말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선거 즈음엔 유권자들이 정치인 말에 민감해진다. 섣부른 언사는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당의 위기를 부른다. 정치적 득실만 따지면 홍 의원을 비판하는 게 내게 유리할 것이 없다. 홍 의원을 좋아하는 당원도 적잖다.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윤석열 입당 못 시키면 대선서 필패”
‘유승민계’로서 홍 의원을 견제한다는 시각도 있다.“기막히고 어이없다. ‘김웅이 유승민을 대통령 만들려고 홍준표를 막는다’는 말도 있더라. 지금 야권에서 가장 경쟁력 높은 후보가 누구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오면 유승민 전 의원에겐 홍 의원보다 훨씬 버거운 상대다. 나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앞뒤 안 맞는 억측이다. 유 전 의원과 당대표 출마를 상의하지도 않았다. ‘유승민계’ 논란은 그야말로 프레임이다. 처음엔 나더러 김무성계, 유승민계라고 하더니 이젠 김종인(전 비상대책위원장) ‘꼬붕’이라고도 한다. 정치를 계파와 유력 정치인의 ‘작전’으로만 보는 구태다.”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과 접점이 있다. 물밑 접촉이 있나.
“그런 것은 없다. 가깝다고 표현하긴 그렇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정도다. 말 나온 김에 윤 전 총장에 대해 얘기해보자. 우선 윤 전 총장을 우리 당 밖에 그냥 둘 것인가. 선거가 3자 구도가 되면 우리 당은 필패이니 그를 데리고 들어와야 한다. 방법이 뭘까. 바로 대의명분이다. 지금 윤 전 총장은 딜레마에 빠졌다. 지지층이 대부분 우리 당과 겹치고 이른바 제3지대에선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다. 다만 (국민의힘이) 과거 자신이 때려잡은 정당이라 못 들어오는 것이다. ‘도로친박당’이 되면 그의 입당은 더 요원해진다. 우리 당이 완전히 바뀐 모습을 보이면 된다. 탄핵 문제에서 자유롭고 두 전직 대통령과 함께 정치하지 않은 ‘뉴 제너레이션’이 당의 얼굴이 되면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노동, 환경, 복지에 주력하는 따듯한 보수 정당이 된다면 윤 전 총장도 떳떳하게 입당할 수 있다. 그는 대의명분을 중시한다. ‘공천권을 주겠다’는 식의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카드는 거부할 사람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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