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0

..

“언제든 90% 하락 가능한 코인, 주식투자 헤징 수단 삼아야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 “금융자산 5% 비트코인에 투자할 만하다”

  • reporterImage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1-05-23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국 제도권이 암호화폐를 품기 시작했다. 과거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투자자는 이를 자산배분 전략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만 투자 전 ‘존버’할 수 있을지 숙고하라.”

    5월 12일 서울 서초구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동주(38)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안전한 투자를 최고로 꼽는다. 그가 대표로 있는 이루다투자일임은 ‘올웨더 투자’에 따라 고객 자산을 운용한다.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에 분산투자해 전체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투자 방식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대표가 사용하는 투자법이다.

    안정적 수익을 우선시하는 그가 ‘코인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종잡을 수 없이 변덕을 보이며 수많은 벼락부자와 벼락거지를 만든 코인판이 아닌가. 투자보다 도박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이도 여럿이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를 소금과 유사하게 바라봤다. 소금은 홀로 사용될 때보다 음식에 소량 더해질 때 더욱 빛난다. 암호화폐와 전통 자산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자산배분 차원에서 암호화폐를 소량 보유해야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몰빵 투자’해서는 안 된다”며 “암호화폐가 제도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격 상승 전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격 형성에는 심리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가 5월 12일 서울 서초구 스튜디오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가 5월 12일 서울 서초구 스튜디오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암호화폐, 달러 위협할 수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놀랍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리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좋아하는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가 ‘이제는 비트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유명 헤지펀드 거장이 하나 둘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근거 없이 입을 여는 사람이 아니다.”

    최근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언론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를 긍정했다.

    “그렇다. 월스트리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물이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암호화폐의 부상을 전망했다.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경우 정치 시스템이 불안해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어렵다고 봤다. 유럽은 부채 등으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결국 MIT, 스탠퍼드공과대 출신이 만든 블록체인이 달러를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발언이 놀라운 이유는 월스트리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투자 거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 대해 전통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달러를 불신했다.”

    달러를 불신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자산시장이 역대급 속도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해 7월까지 달러를 많이 찍어낸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 백신이 효과를 보이고 있고 미국 경제도 많이 회복됐다. 미국 명목소매판매지표가 코로나19 유행 이전을 상회하고 있다. 5년치 소비를 당겨서 한 수준이다. 드러켄밀러는 연준이 달러를 여전히 과거처럼 찍어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5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 제목이 ‘The Fed is playing with fire’다.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며 불장난을 한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재정정책을 돕기 위해 시장에 무리를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준에 대한 불신이 투자 거물들로 하여금 암호화폐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대다수 주류 헤지펀드 매니저는 여전히 암호화폐에 부정적이다.

    “맞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투자자산으로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8년만 해도 소수 공대생과 프로그래머만 암호화폐에 열광했으나, 이젠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도 하나 둘 인정하고 있다. 상장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테슬라, 스퀘어,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상장기업이 현금 대체자산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미국 증시 상장도 큰 사건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 상장을 허용했다. 제도권이 암호화폐를 인정한 셈이다.”

    “금융자산 5% 암호화폐 투자 추천”

    암호화폐가 가진 강한 변동성 때문에 투자를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암호화폐는 언제든 고점 대비 90% 이상 하락할 수 있다. 이미 비트코인이 전례가 있다. 불안할 만하다. 절대 빚내서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유다. 가격 급락이 발생하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다. 다만 자산배분 차원에서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에 암호화폐를 섞어 투자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금융자산의 95%를 전통 자산에 투자한 경우 5%가량은 암호화폐 자산에 투자하면 어떨까.”

    암호화폐 투자의 이점은 무엇인가.

    “자산배분의 핵심은 투자한 A·B·C 자산의 가격이 별도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암호화폐는 전통 자산군과의 가격 연동성이 떨어진다. 전통 자산의 분위기가 좋을 때 암호화폐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난해 3월처럼 모든 자산군이 손잡고 하락한 시기도 있다. 확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 기술주 가격이 하락했지만 암호화폐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좋았다.”

    가격 연동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암호화폐의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안티 정부 자산이자 안티 중앙은행 자산이다. 개발 취지는 물론, 사람들이 구매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사람들은 암호화폐로 향할 것이다. 전통 자산군과 가격이 따로 놀 가능성이 높다. 자산배분 관점에서 볼 때 매력적 자산이다.”

    암호화폐 투자 비율을 5%로 정한 이유가 있나.

    “자산배분의 기본은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변동성이 주식의 3~4배다. 주식과 같은 비율로 암호화폐를 보유하면 건전한 정신으로 투자를 이어나가기 힘들다. 암호화폐로 떼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암호화폐에 투자해야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언제 흐름이 뒤바뀔지 모른다. 포트폴리오를 짤 때 보통 자산별 10% 이상 비중을 갖도록 한다.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크다 보니 5%로 정했다. 보수적 투자자라면 3% 정도 담아보는 것도 괜찮다.”

    암호화폐와 성격이 유사한 전통 자산은 무엇인가.

    “굳이 분류하자면 인플레이션 헤지(hedge · 위험 회피) 자산 같다. 확정한 건 아니지만,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가 출시된다면 이루다투자일임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금과 원자재, 물가연동채권 같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암호화폐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암호화폐를 ‘안티 전통 자산’으로 분류할 수도 있어 고민이다. 기존 포트폴리오 배분값을 95%로 낮춘 후 암호화폐 몫 5%를 추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 방법 중 무엇이 나을지 고민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 있다면 비트코인에 5%가량 투자해보라. 다르게 가고 싶다면 이더리움까지 고려할 만하다.”

    5월 1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전광판.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자동차 구매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고 밝혀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였다. [뉴시스]

    5월 13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의 전광판.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자동차 구매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고 밝혀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였다. [뉴시스]

    “도지코인 존버 못 할 거 같다”

    투자 대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여타 암호화폐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14년이라는 역사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증명했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이 가진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만이 가진 매력이다. 어떤 암호화폐도 비트코인의 위상을 빼앗기 어려울 것이다. 이더리움은 반대다. 실용적 가치가 크다. 사람들은 이더리움이 가진 기능적 측면을 긍정적으로 보며 투자한다. 이더리움은 여러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 사용된다.”

    기능이 더 뛰어난 암호화폐가 등장하면 이더리움이 흔들릴 수 있겠다.

    “그렇다. 새롭게 등장한 코인이 이더리움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드러켄밀러도 이더리움을 언급하며 야후와 페이스북 이야기를 했다. 페이스북은 11번째 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오늘날 페이스북은 SNS 최강자 위치를 차지했다. 검색엔진 야후 역시 후발주자인 구글에 의해 무너졌다. 이더리움도 예외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기능이 더 뛰어난 암호화폐가 등장한다면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도지코인은 어떤가.

    “(웃음) 투자의 핵심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가격 하락만큼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것도 없다. 도지코인은 내가 ‘존버’할 수 없을 것 같다. 가격 등락을 예상할 수 없다. 가격을 뒷받침하는 펀더멘털이 없는 밈코인(장난 코인)이지 않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같은 사람이 ‘귀엽다’ ‘좋아 보인다’ 발언할 때마다 가격이 상승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지만 투자에는 부정적이다. 일단 지켜보자.”

    ※ 매거진동아 유튜브 채널에서 김동주 대표가 생각하는 전통 자산과 암호화폐의 미래, 투자 전략에 관한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빨라진 대선 시계에 출사표 서두르는 시도지사들

    45년 흘렀어도 현재진행형인 ‘12·12 사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