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잉글랜드와 튀니지 전에서 잉글랜드가 첫 골을 넣자 기뻐하는 영국 본토 축구팬들(왼쪽). 라이트닝 시즈가 1998년 재발매한 ‘Three Lions’ 앨범 재킷. [AP=뉴시스, 동아DB]
힌트를 주겠다. 이 노래의 차트 등장 역사다. 1996년 5월 마지막 주 차트 1위에 올랐다 2년 후인 98년 다시 1위를 차지한다. 2002년엔 16위, 2006년엔 9위, 2010년엔 10위, 2014년엔 27위, 그리고 현재 24위에 올라 있다. 98년 이후 4년마다 한 번씩 영국 차트에 등장하는 곡이란 얘기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결정적 힌트. 러시아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관중석에 울려 퍼지는 노래가 떠오를 테다. 그렇다. 바로 그 곡이다
영국은 축구 종주국이다. 영국인에게 축구는 스포츠를 넘어선다. 영국 인류학자 케이트 폭스가 쓴 ‘영국인 발견’의 한 자락. ‘싸움을 하러 갔더니 축구가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축구라는 경기는 13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이래 폭력과 연관되어 있었다. 중세의 축구라는 것이 원래 주변 마을 사람들 사이의 총력전이었다. 수백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이 기회를 이용해 개인들 사이의 문제, 예를 들면 오래된 상속 부동산, 개인적인 시비, 토지 문제 같은 것들을 처리했다.’
이렇다 보니 영국 관광을 가게 되더라도 축구를 피할 수 없다. 약 10년 전 이맘때 취재차 맨체스터에 간 바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의 도시지만 비시즌 때라 시내는 비교적 한산했다. 펍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비시즌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동양인 남자에게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 왔으며, 오아시스와 스미스를 배출한 맨체스터의 음악문화를 살펴보려 한다고 했는데도 그들은 당시 맨유 선수였던 박지성의 활약상만 신나게 말할 뿐이었다.
뮤지션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뷰 도중 묻지 않아도 자신이 어느 축구팀 팬인지를 밝힌다. 제아무리 무대에서 근엄한 표정을 지어도, 응원하는 구단의 경기장에선 여느 팬들과 똑같이 열광하고 분노하는 모습이 타블로이드 매체를 오르내린다.
그런 나라에서 유독 ‘Three Lions’가 잉글랜드 축구팀의 대표 응원가가 된 이유는 1996년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럽챔피언십에서 자국 팀을 응원하고자 만든 노래이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축구팀 엠블럼에 새겨진 세 마리 사자(삼사자)에서 제목을 따왔다. 부제는 ‘Football is Coming(축구가 돌아온다)’, 즉 축구 종주국에서 유럽 최대 축구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말한다.
가사 일부를 소개하겠다. ‘옷 위에는 세 마리의 사자/줄리메컵은 아직도 빛나고 있고/30년의 고통도 내 꿈을 막지는 못해.’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해가 1966년이니 당시 영국인의 심정을 꿰뚫었다.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올랐기에 ‘Three Lions’는 그렇기에 더욱 많이 들리고 불릴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세 마리 사자가 꿈을 이루고 더 크게 포효할 기회는 무산됐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Three Lions’가 다시 한 번 1위에 오르는 진풍경을 볼 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