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사진)는 6월 18일 “6·12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북한 비핵화 과정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를 주제로 개최한 제12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였다. 내퍼 대사 대리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한미연합훈련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내퍼 대사 대리가 강연한 주요 내용과 일문일답이다.
개인적으로 이번까지 한국 근무가 3번째로, 다 합치면 10년가량 된다. 그 시간을 통틀어 봐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가 가장 바쁘고 역동적으로 돌아간 시기이며, 21세기 최고로 놀라운 상황이 아닐까 싶다.
“비핵화 진전 없으면 제재 유효”
6·12 북·미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4개의 주요 항목이 있다. 첫째, 양국 국민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마음으로 미국과 북한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둘째,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셋째, 4·27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이 선언에서 보여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다. 넷째, 6·25전쟁 당시 목숨을 잃었던 미군 병사들의 유해를 조속히 송환하기 위해 노력한다.북·미 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미국 내 싱크탱크와 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있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내용이 충분하지 않고 상세성이 떨어지며 북한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내는 것에 관한 구체성을 담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것은 끝이 아니라 과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 동시에 북·미,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번 공동성명은 지속된 협상을 포괄적으로 담아낸 것이 아니라, 미국과 북한이 진정성 있고 열린 대화를 시작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4·27 판문점선언을 언급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6·12 공동성명이 과거 합의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해당 조치들의 순서를 꼽을 수 있다.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북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와 달리 과정에 대한 단계적 조치는 없을 것이다. 이 과정이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결과의 상당 부분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렸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과 생산적인 업무관계를 맺으려 한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비핵화가 얼마나 포괄적이든 상관없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북한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 끝이 아닌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한반도 긴장을 완화함으로써 평화와 번영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 후속 조치들에서는 북한과 접촉해 6·12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들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 중 국회 연설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북한 지도자가 옳은 결정을 내린다면 북한은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해진다. 이는 북한이 대결, 갈등,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한국과 미국, 전 세계와 좀 더 생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면 한미 간 접촉과 협의가 긴밀하게 돌아갔다. 거의 매일 양국 사이에 소통이 이뤄졌다.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 관계의 증진 가능성까지 탐색해볼 수 있는 여러 협의 과정이 있었다. 효과적인 파트너십이 한반도에서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991년 이후 한국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통해 한미동맹을 적극 지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 중 찾았던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 바깥에 위치한 군사기지 가운데 최대시설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년 동안 양국협력과 한국의 투자,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핵 위협 사라져도 한미동맹 유지”
6월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방위비 분담금 회의에서 복잡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리라 확신한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보이지 않던 내용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많이 나왔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이 그렇다.
“이번 공동성명 문서는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다 담고 있지 않다. 광범위하게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선 얘기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핵 위협이 줄면 방위비 분담 증액 명분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금전 문제로 인식한다고 했다. 유감스럽게도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서면 오히려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을까.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든 훈련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샴페인을 따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이 남아 있다. 항상 준비와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것을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 동맹의 힘을 강화해야 하고, 방위비 분담 같은 부담도 공정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은 누군가에 맞서는 동맹이 아닌, 무엇을 위한 동맹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핵 위협이 없어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한미동맹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 체제 보장을 먼저 한 뒤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북제재 해제와 북한 체제 보장은 북한에 유인책을 제공하기 전 비핵화 진전 여부를 먼저 따져본 뒤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는.
“개인적으로 에너지나 물류, 관광 분야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제사회와 함께 더 나은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의 타임테이블이 있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데드라인이나 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