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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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전방 압박 실종에 역습 제대로 못 해

대표팀에 대한 우려 스웨덴전에서 그대로 노출…멕시코 전 중앙선 공방에 주력해야

  •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입력2018-06-23 07: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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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을 찾은 붉은악마들이 소리 높여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 [동아DB]

    6월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을 찾은 붉은악마들이 소리 높여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 [동아DB]

    실패했다. ‘첫 경기에 모든 걸 걸겠다’던 목표가 눈앞에서 날아갔다. 6월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스웨덴과 경기는 0-1 패배. 현실은 냉혹했고 실망은 컸다.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1승은커녕 유효 슈팅도 없었다.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을 꽁꽁 싸맸다. 정보전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한국과 스웨덴은 경기 전부터 상호 견제에 돌입했는데, 다른 팀들과 비교해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그럴 만한 사연도 있었다. 스웨덴 대표팀의 전력 분석을 맡은 라르스 야콥손이 신태용호의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에 잠입했다. 이어 인근 건물을 빌린 뒤 훈련 내용을 염탐했다. 비공개 세션이었음에도 정보를 입수해 자국 취재진에 유출했다. 한국 대표팀 역시 하나라도 더 알고자 했다. 다양한 루트로 스웨덴 측에 접근했다. 이에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스파이 활동을 하지 마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신 감독도 맞받아치면서 첫 경기를 달궜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예고편이었다.

    입어본 적 없는 옷 4-3-3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가 스웨덴 선수의 슈팅을 막는 모습. [동아DB]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가 스웨덴 선수의 슈팅을 막는 모습. [동아DB]

    마침 국내에서는 희망론이 일었다. “3전 전패라고 말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며 지지를 호소한 신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윽고 경기 한 시간 전, 드디어 뚜껑을 열어 보였다. 선발진부터 꽤 흥미로웠다. 생각지도 못한 형태였다. 신 감독은 “부상자 탓에 플랜A 4-4-2가 바뀔 수도 있다”는 힌트를 던진 바 있다. 해석은 분분했다. 실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하느냐는 것. 스리백과 포백 중에는 후자를 택했지만, 스트라이커를 2명이 아닌 3명을 배치했다. 4-3-3. 신 감독 부임 이후 좀처럼 입지 않았던 옷이다. 

    골문은 조현우가 맡았다. 김승규, 김진현보다 앞섰다. 박주호-김영권-장현수-이용이 포백을 구성했다. 김민재가 빠진 중앙 수비진 구성이 특히 고민이었을 터다. 이어 구자철-기성용-이재성이 중원을 메웠다. 기성용이 아래로 처지는 역삼각형 대형이었다. 전방은 손흥민-김신욱-황희찬 몫. 수비 적극성과 역습 스피드를 극대화해야 했다. 

    이 대형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다. 기존 4-4-2보다 미드필더를 하나 더 늘렸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최전방 공격수 둘에 중앙 미드필더 둘이 뒤를 받치는 형태는 잠시 접었다. 그 대신 중앙 미드필더 둘 아래 공수 연결고리 기성용을 놨다. 신 감독은 물론, 코칭스태프 모두 머리를 맞대고 본선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것이다. ‘미드필더 둘로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버틸 수 있을까.’ 결국 신 감독이 한 발 양보했다. 상대를 중앙선 아래 가두고 몰아치는 경기는 모든 감독의 로망이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겪을 객관적 전력 차를 인정했다. 그렇게 나온 현실적 선택이 기성용의 후방 배치다. 



    김신욱이 선발 출격한 점도 짚어보자. 어쩌면 가장 논란이 됐을 카드다. 최전방 공격수는 득점만 하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상대 중앙 수비수를 잡아둔다. 상대 견제에 등을 지고 팔을 써가며 버틴다. 이어 공을 지키고 연결하는 것까지 이들의 임무에 포함된다. 신 감독에겐 상대 수비수를 거머쥐고 싸울 공격수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속공이든 지공이든 김신욱이 상대 수비의 주의를 끌면, 그 주변 공간을 손흥민과 황희찬이 누비라는 의도였을 테다. 사실 투 스트라이커 손흥민-황희찬이 90분 내내 상대와 경합하며 체력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동력과 속도가 떨어지면 창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 이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자 낸 계산이 김신욱 선발이었다. 스웨덴 중앙 수비진의 신체 조건이 출중하다고는 하나, 197.5cm인 김신욱도 만만찮았다.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내 평균 신장을 높일 선택지이기도 했다. 

    그 밖에 경험이란 요소도 언급해야 한다. 신 감독은 선수 기용에 꽤 파격적이었다. 국내 평가전에서 온두라스를 상대로 이승우를 선발진에 넣은 것 등이 그 근거다. 남들이 상상만으로 끝낼 그림을 실제로 그려내곤 했다. 단, 그랬던 그도 월드컵에서만큼은 주춤했다. 조현우에게 골키퍼를 맡긴 건 제법 과감했지만, 측면 수비 박주호나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은 그래도 안정적 노선이었다. 선수 대부분이 유럽리그에서 뛰는 스웨덴을 맞아 유럽 성인 무대를 오랫동안 겪은 이들을 선발로 내보냈다.

    또 90분 내내 끌려다녔다

    이제 본 경기다. 라인업 분석에 이토록 지면을 할애한 건 그만큼 예상을 크게 벗어났기 때문. 고심 끝에 띄운 승부수가 얼마나 먹힐지에 월드컵 전체가 달렸다. 휘슬이 울렸다. 늘 그렇듯 긴장 반 설렘 반이다. 기대보다 염려가 컸던 신태용호였기에 지켜보는 처지에서도 조금은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출발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몇몇 선수는 얼어 있었다. “내가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도 월드컵이란 말이 주는 중압감이 엄청났다”는 황희찬의 경험담부터 그랬다. 평소 큰 경기도 담담히 소화하던 이들이 사소한 실수로 빌미를 제공하곤 했다. 그럼에도 서로 다독여가며 초반 흐름을 잡았다. 사실 스웨덴이 예상보다 훨씬 약했던 측면도 있다. 힘과 높이는 탁월했을지라도 전체적으로 둔했다. 이들을 썩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외신의 말이 그제야 수긍이 됐다. 한국이 상대 진영에서 공을 만지는 횟수를 늘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던 건 아니나, 좌우 크로스를 통해 골대 앞으로 공을 보냈다. 

    물론 패스가 어긋날 때도 있었다. 상대도 월드컵 본선에 나올 만큼 수비력을 인정받은 팀이다.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무실점으로 묶은 스웨덴이다. 전반 초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공 소유권을 내준 직후 장면이다. 중앙선 위를 넘나들던 한국은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전진해 있었다. 이 상황에서 공을 빼앗기면 굉장히 피곤해진다. 특히 공이 살아 나온다면 역습을 진행하는 상대에 맞춰 수비로 전환해야 한다. 최소 수십m는 뒤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상대를 얼마나 빨리 둘러싸느냐’. 대표팀은 2~3초 만에 바로 옥좼다.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가 최초로 방해했고, 그다음 선수가 접근해 일종의 그물을 만들었다. 스웨덴 선수를 가두면서 공격을 시작하려는 지점을 꾹 눌러버렸다. 파울을 범하기는 했어도 위험 지역이 아니라 전혀 부담이 없었다. 간혹 나온 결정적 위기는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 쇼와 김영권의 인생 수비로 넘겼다. 

    좋은 분위기를 오래 끌고 가지 못했다. 축구는 극히 강한 팀이 최약체를 몰아붙여도 80% 안팎의 공 점유율이 나온다. 뒤집어보자. 웅크리고 있던 팀도 근근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 90분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요동친다. 전력 차가 크지 않은 한국과 스웨덴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스웨덴이 서서히 기를 폈다. 여기에 박주호의 부상 이탈이 너무도 뼈아팠다. 전반 26분 박주호가 제 진영에서 동료가 건넨 공을 잡으려다 쓰러졌다. 착지 직후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움켜쥔 곳은 허벅지 뒤 근육. 보통 회복 기간으로만 수주를 요하는 악질 부상 부위였다.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상대는 긴 패스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질적인 문제마저 덮쳤다. 한국은 세계무대에만 서면 경기를 능동적으로 지휘하지 못했다. 이른바 공 좀 찬다는 축구 선진국은 정말 노련하다. 몇 안 되는 기회를 곧잘 골로 만든다. 냉정하게 마무리하면서 리드를 잡는다. 득점으로 연결 못 하더라도 자신들만의 리듬으로 경기를 푼다. 공을 지키며 운영할 줄 안다. 언제 힘을 주고 뺄지, 어느 지점을 통해 상대를 요리할지에 대한 시공간 개념이 확실히 서 있다. 한번 잡은 주도권을 언젠가는 내주더라도 절대 쉽게 버리는 법이 없다. 한국은 이 부분에서 항상 아쉬웠다. 성인 대표팀은 물론 프로팀, 유스팀 할 것 없이 다 그랬다.


    스웨덴 골키퍼 옷도 구경하기 어려워

    박주호가 스웨덴전에서 동료의 긴 패스를 무리하게 받다 부상을 당한 뒤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왼쪽). 스웨덴의 빅토르 클라에손의 돌파를 막고 있는 김민우(오른쪽). 이 태클로 패널티킥이 선언되며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동아DB]

    박주호가 스웨덴전에서 동료의 긴 패스를 무리하게 받다 부상을 당한 뒤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왼쪽). 스웨덴의 빅토르 클라에손의 돌파를 막고 있는 김민우(오른쪽). 이 태클로 패널티킥이 선언되며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동아DB]

    스스로 의욕을 잃은 모습도 나왔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우려하던 장면이 전반 막판부터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전방 압박이 실종됐다.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한두 발 먼저 움직이라”는 메시지와 엮인 대목이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빨리 이동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상대의 패스나 드리블 각도를 죽이는 것이다. 스웨덴의 선택 폭을 좁히려면 정답은 ‘미리’였다. 하지만 팽팽하던 전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구자철이 먼저 그런 모습을 보였고, 손흥민도 전반 말미로 갈수록 문제를 노출했다. 수비 조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한 명만 게을러도 바로 티가 난다. 스웨덴은 균열을 노려 침투했다. 공이 드나들면서 수비진이 받는 하중은 더욱 커졌다. 그다음은? 허겁지겁 몸 날리는 그림이 기다리고 있다. 페널티박스로 들어오는 길목까지 열어준 탓에 뒤늦게 육탄 방어로 대응하기 일쑤였다. 

    전형이 뒤로 밀려버린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신태용호가 정한 월드컵 콘셉트는 ‘역습’이었다. 상대를 압도할 수 없으니 일단은 방어막부터 확실히 설치한다.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부지런히 움직여 공을 빼앗는 데 몰두한다. 그 후에는 미리 짜둔 루트대로 진격한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을 떠올리면 딱 맞다. 개개인이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는다. 한두 번 패스를 주고받으면 제삼자가 재빨리 나아가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공격으로 나가는 작업을 간소화하니 혼을 빼앗긴 상대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손흥민이 또 좀 빠른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입증했듯, 뒤 공간을 질주하는 파괴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스웨덴전 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서야 공을 잡았다. 중앙선 바로 아래 지점에서 역습을 시작한 콜롬비아전과 비교해 20~30m는 뒤였다. 상대 골문까지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는 얘기다. 손흥민이 죽어라 달려 앞서 나가도 함께 뛰어야 할 동료들은 한참 뒤에서 따라왔다. 평소 폭발적인 스퍼트 능력을 보이던 황희찬은 물론,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도 늦었다. 얼마 안 되는 기회는 그렇게 날아갔다. 손흥민은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공을 잡아놓고 주변을 살폈다. 템포는 죽었고 상대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이런 장면이 몇 차례 반복되니 팀 전체가 지쳤다. 

    여러 전문가가 지적했듯 파워프로그램 효과도 미미했다. 체력적 이점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상대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 흔들겠다는 노림수는 출발선부터 어긋난 셈. 먼 거리를 질주한 손흥민은 “더 빨리 나가 공격하는 찬스를 만들지 못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손흥민의 후방 수비 가담을 두고 “공격수를 윙백으로 쓰고 있다”며 혹평했다. 

    공격을 시작하는 패스도 워낙 안 좋았다. 최소 몇 번은 더 시도할 수 있었던 공격 기회가 무산된 이유다. “빌드업이 좋다”며 기용한 후방 자원은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했다. 상대 전방 압박에 고전하던 과거 상황을 답습했다. 대표팀이 내준 실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수비 진영에서 처리한 공이 스웨덴에게 넘어갔고, 크로스 후 몸을 날린 김민우가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환상적인 월드컵 데뷔전을 치르던 조현우도 실점을 면치 못했다. 

    0-1로 끌려가는 상황. 교체 작전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신 감독은 김신욱 대신 정우영을 준비했다. 실점 없이 버틴 뒤 남은 30분에 4-4-2로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었다. 김신욱이 상대 수비수 발을 무겁게 만들어놓으면 손흥민, 황희찬이 더 신나게 뛰어놀 만했다. 이승우, 문선민이란 카드도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선제골을 내주면서 수포가 됐다. 교체는 계획대로 진행했으나 팀 밸런스가 깨진 뒤였다. 급한 마음에 기성용이 전진하곤 했으나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

    멕시코전 서둘지 말고 인내해야

    손흥민이 상대팀 문전에서 분전하고 있다. [동아DB]

    손흥민이 상대팀 문전에서 분전하고 있다. [동아DB]

    다음 상대는 멕시코다. 6월 23일 자정 열릴 조별리그 2차전을 위해 장소를 옮긴다.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1차전을 치른 대표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로 이동, 다시 로스토프행 비행기를 탄다. 장거리 강행군 속 새로운 전술 전략을 수립하기보다 최적의 몸 상태를 찾는 게 먼저다. 

    멕시코 분석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연말 조 추첨 후부터 제1 타깃은 스웨덴이었다. 신태용호는 러시아 현지에서 멕시코의 1차전 경기를 보고 준비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파코 가르시아 분석관이 스웨덴전을 하루 앞두고 독일과 멕시코의 격돌을 지켜보고자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멕시코는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독일을 1-0으로 제압했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제 플레이를 펼쳤다. 백미는 역습이었다. 상대 패스를 가로챈 뒤 나아갔다. 이어 이르빙 로사노가 마지막 수비수까지 무너뜨린 뒤 골망을 흔들었다. ‘역습’을 주무기로 선언한 한국, 이에 앞서 멕시코가 ‘역습’의 진수를 보여줬다. 우리가 하려던 것을 상대가 먼저 했으니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인내가 절실하다. 축구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는 수비할 때가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공격할 때다. 전형을 펼치며 나아갈 경우 그 뒤로 상대가 공략할 공간이 드러난다. 독일도 그랬다. 조슈아 키미히 등 양 측면 수비수가 무리하게 올라가다 뒤를 노출했다. 멕시코는 이를 정확히 찔렀다. 마츠 후멜스, 예로메 보아텡 등 두세 명밖에 남지 않은 독일 후방을 유린했다. 대표팀은 스웨덴전 패배로 조급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만회하고자 할 터다. 그럴수록 더 신중히 기다려야 한다. 어설프게 올라가다간 독일이 당했던 대로 무너질 공산이 크다. 박지성 SBS 축구해설위원 역시 “닥공(닥치고 공격)을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이기려고 갔다 대량 실점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수비에 비중을 두되 소극적으로 후퇴하면 안 된다. 경기가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세계무대란 게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럴수록 평상심을 갖고 앞에서부터 부지런히 싸워야 한다. 공을 중앙선 인근에서는 빼앗아야 그다음 장면도 있다. 그뿐 아니다. 상대 패스를 끊고 넘어가는 장면도 함께해야 한다. 몇 초 동안 진행될 역습 전후 과정에서 ‘같이’의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면 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더라도 납득할 만한 패배여야 한다’는 게 이번 월드컵을 앞둔 신태용호에 던진 메시지였다. 거물급 상대를 보란 듯 격침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현실이 또 그렇지 않다. 이토록 정비가 안 된 팀으로 기적을 바라기란 어렵다. 승리 혹은 승점도 좋지만, 현 상태로는 어떻게 지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모든 걸 짜내 싸워야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로드맵에도 보탬이 된다. 패하더라도 그럴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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