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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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테루아르를 모두 담고자 전문가 ‘어벤저스’가 뭉치다

노르웨이 억만장자가 세운 칠레 와이너리 ‘빅’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8-04-03 11: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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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와이너리 전경. [사진 제공 · ㈜인터와인]

    빅 와이너리 전경. [사진 제공 · ㈜인터와인]

    2004년 노르웨이 억만장자 사업가 알렉산데르 비크(Alexander Vik)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자 환상적인 팀을 꾸렸다. 양조가, 기상학자, 지리학자, 포도재배학자, 농학자로 구성된 이 팀은 이상적인 테루아르(terroir · 포도 재배 환경)를 찾아 남미로 왔다. 2년간 노력 끝에 그들이 찾아낸 곳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160km 떨어진 미야우에(Millahue)로, 칠레 원주민 말로 ‘황금의 땅’이라는 뜻이다. 

    비크는 미야우에의 땅 4300만㎡를 매입하고 와이너리 빅(VIK)을 설립했다. 하지만 땅의 10%만 포도밭으로 일궜을 뿐 나머지 생태계는 그대로 유지했다. 예를 들어 숲에서 토끼가 나와 포도나무 새싹을 먹어치워도 내버려뒀다. 자연이 토끼 개체수를 자연스레 조절하도록 한 것. 

    나지막한 와이너리 건물도 인상적이다. 한여름 포도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 와이너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와이너리가 미야우에 풍경 속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도록 일부러 낮게 지었다. 와이너리 앞에 인공 시냇물도 만들었다. 건물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함이었다. 빅 관계자에 따르면 지상에 흐르는 물이 단열 효과를 내 지하에 자리한 양조장과 숙성실의 경우 일반 와이너리 대비 10분의 1 전력만으로도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빅 와이너리의 와인들. 빅, 미야 칼라, 라 피우 벨(왼쪽부터). [사진 제공 · ㈜인터와인, 김상미]

    빅 와이너리의 와인들. 빅, 미야 칼라, 라 피우 벨(왼쪽부터). [사진 제공 · ㈜인터와인, 김상미]

    빅의 포도밭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카르메네르(Carmenere),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시라(Syrah), 메를로(Merlot)가 자란다. 흙 성분, 바람 방향, 경사도에 따른 햇빛 양 등을 꼼꼼히 분석한 뒤 심었다. 빅은 와인을 만들 때 이 포도를 모두 활용한다. 식재된 비율대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블렌딩의 절반을 차지하고 카르메네르가 약 35%, 기타 품종이 나머지를 채운다. 미야우에 땅에서 함께 자라는 품종을 다 넣어 테루아르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서다. 

    빅을 대표하는 와인은 와이너리 이름과 똑같은 빅이다. 탄탄한 구조감과 우아한 균형감은 프랑스 명품 와인을 방불케 한다. 풍부한 과일향이 주는 역동적인 풍미는 미야우에의 매력을 한껏 과시한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은 미야 칼라(Milla Cala). 미야 칼라는 과일향이 신선하고 부드러우며 보디감도 적당해 다양한 음식과 두루 어울린다. 



    지난해에는 라 피우 벨(La Piu Belle · ‘가장 아름답다’는 뜻)을 출시했다. 레이블의 여인은 칠레 화가 클렌푸에고스(Clenfuegos)가 그린 북유럽 여신 프레이야(Freyja)다. 화가 20명이 ‘아름다움’을 주제로 그린 것 가운데 최종 선택된 그림이다. 라 피우 벨은 레이블만큼이나 맛도 아름답다. 달콤한 열매, 향긋한 꽃, 매콤한 향신료 등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실크 같은 질감이 와인에 매력을 더한다. 

    빅의 와인 철학은 과학을 기반으로 열정을 동력 삼아 와인이라는 예술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들은 첨단기술로 자연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자연에 융화시켰다. 빅의 와인들이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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