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5

..

“독도를 넘보지 마라!” 美 일본대사관서 힘찬 함성

50일간 북미 투어

  • 김은열 독도레이서 www.facebook.com/dokdoracer

    입력2011-05-02 12: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독도를 넘보지 마라!” 美 일본대사관서 힘찬 함성

    4월 14일 독도레이서는 미국 워싱턴DC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독도 관련 항의 시위를 했다.

    캐나다에서 다시 미국으로. 국경을 통과하는 절차는 2주 전 캐나다에 갈 때처럼 단순했다. 나른한 오후, 검문소를 지키던 경비원은 푸근한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여권 한 번 보더니 그대로 통과시켰다. 나는 언제부터 ‘국경’ 하면 군사, 대치, 전쟁을 떠올리게 됐을까. 한 많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생각하니 조금 서글퍼졌다.

    그간 힘든 일정으로 단련된 덕분인지 차를 타고 하루 600km 넘게 이동했는데도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뉴욕의 작은 마을 맨해셋(Manhasset)의 한인교회 목사님 댁에서 하루를 묵은 후 다시 차를 달려 워싱턴DC로 향했다.

    워싱턴DC는 ‘미국의 심장’이다. 독도레이서는 이곳에서 북미 활동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과연 중요한 ‘심장’답게 고개를 돌릴 때마다 내로라하는 관청과 공관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시내를 달리며 차창 밖을 바라봤다. TV에서만 보던 펜타곤, 세계은행, FBI 건물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꽹과리로 사람 모으고 성명서 낭독

    다채로운 볼거리만큼이나 이곳의 생활은 풍요롭고 윤택했다. 3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욕까지 일주일간 대륙을 횡단하며 허름한 모텔을 전전하던 게 엊그제 같은 우리는 워싱턴DC 한인회에서 빌려준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지하실이 딸린 넓은 이층집이었는데 창밖에는 벚꽃과 목련, 개나리가 앞다퉈 만개해 있었다. 때마침 시기는 이 지역 벚꽃 축제가 한창인 따스한 봄 아닌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캐나다의 혹독한 추위에 시달렸던 우리는 이곳에서 남들보다 늦게 맞은 봄을 비로소 만끽했다.



    워싱턴DC에서도 독도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이 지역 한인들이 결성한 ‘독도수호대책위원회’와 만나 독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행사를 공모했다. 4월 8일 금요일 존스홉킨스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고 독도를 홍보하는 ‘독도 콘서트’도 열었다. 그리고 14일, 우리는 일본대사관 앞에 섰다. 일본 정부의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독도레이서는 독도를 전혀 모르는 세계인을 상대로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독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일본 교과서에 실린 지금, 우리도 우리의 목소리를 일본 국민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준비해둔 피켓과 현수막을 꺼냈다. 날카로운 꽹과리 소리가 한적한 워싱턴DC 하늘을 갈랐다. 세계 각국의 대사관과 영사관, 문화원이 늘어선 이 조용한 외교가(街)에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물을 지키던 경비원과 행인들은 어리둥절해 우리를 바라봤다. 우리는 두 장 분량의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할 양국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독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독도 문제는 애써 쌓아온 한일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갉아먹는다. 그런 일본이 야속하고 미웠다. 그런데 성명서를 작성하면서 깨달았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바는 일본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독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아시아 지역 평화에 기여하는 것임을.

    성명서 낭독에도 일본대사관은 묵묵부답. 우리는 ‘독도 티셔츠’와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대사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흑인 경비원의 제지로 포기하고 말았다.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가 아무리 미 일본대사관 앞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한들 저들이 꿈쩍이나 할까’라는 의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곳에서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외쳤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활동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활동이 모이고 모여 언젠가 독도가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한다.

    여행 자신감 충만 이제 남미로 ‘고고’

    “독도를 넘보지 마라!” 美 일본대사관서 힘찬 함성

    4월 15일 총영사배 태권도 대회에서 만난 미국 아이들.

    짧지만 의미 있던 시위로 각오를 다진 우리는 다음 날 ‘워싱턴DC 역사사회관(The Historical Society of Washington, DC)’ 전용극장에서 ‘한국의 섬, 독도ㆍ제주도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워싱턴DC와 한국문화원의 도움으로, 11월 ‘세계 7대 경관’ 선정을 위해 제주도 홍보를 주도해온 ‘한미 차세대 리더’들과 함께 한국의 아름다운 섬을 알릴 기회를 얻은 것. 객석을 메운 관객들에게 독도와 제주도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면서 우리 역시 잊고 있었던 국토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달았다.

    예정했던 일정 외에도 우리는 공연을 계속했다. 워싱턴DC 기념탑 앞에서의 거리공연을 비롯해 각종 게릴라 공연을 했을 뿐 아니라, 워싱턴DC 지역의 총영사배 태권도 대회에서는 독도를 간단히 소개하고 사물놀이 공연도 했다. 숙소에서 10분 떨어진 대회장에서 자기 키보다 높게 돌려차기를 하는 등 태권도에 심취한 흑인 소년을 만났다. 태권도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모인 5000여 명. 그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꼈다.

    미국을 떠나기 하루 전, 뉴욕 인근의 렌터카 회사에 들러 그동안 우리의 발이 돼줬던 7인승 차를 반납했다. 섭섭했다. 그래도 이곳과의 ‘작별’은 우리가 갈 곳과의 ‘인사’임을 알기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작은 파티를 열기로 했다. 아껴둔 돈으로 타임스퀘어에서 스테이크를 먹기로 한 것.

    두 달 전 한국을 떠나 북미 지역으로 온 우리. 마주쳤던 모든 것이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웠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서툰 영어 탓에 외국인에게 한국어로 말했던 것부터 낯선 도로 시스템에 당황해 교통경찰 코앞에서 5차선을 가로지르는 ‘만행’을 저질렀던 기억까지. 이제는 서로 마주보며 웃어넘길 수 있게 된 소중한 추억들이다.

    4월 20일 우리는 50일간의 북미 여행에 작별을 고하고 뉴욕 JFK공항에서 페루 리마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언어도, 현지 정보도, 수중에 남은 돈도 부족하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꿋꿋하게 살아낸 경험 덕에 자신감 하나는 충분하다. 남미에서 보낼 새로운 한 달 역시 고생길이 훤하지만, 그 역시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으리라.

    * 독도레이서 팀은 6개월간 전 세계를 여행하며 아름다운 섬 ‘독도’를 알릴 계획입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