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9

2004.08.26

마른 수건 짜내는 ‘e-짠돌이’

소비 주체 20, 30대 현대판 자린고비 행렬 … 다양한 절약 정보·노하우 공유 온라인서 활발한 활동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4-08-20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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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수건 짜내는 ‘e-짠돌이’
    자린고비, 짠돌이. 과거에는 ‘좀스럽고 궁상맞다’는 의미로 통용되던 이 말이 경기 불황의 시대를 맞아 ‘쿨한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불황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현대판 자린고비는 ‘치밀한 정보 수집가’ 또는 ‘효율적인 재정 전략가’로 통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소비문화의 주체’로 여겨졌던 20, 30대들도 최근 ‘자린고비의 삶’을 꿈꾸며 절약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판 자린고비는 다양한 절약 정보와 노하우 공유를 필수로 해 온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다음카페 ‘짠돌이’(cafe.daum.net/mmnix), ‘10년 안에 10억 모으기-10in10’(cafe.daum.net), ‘선한부자’(http://cafe.daum.net/fq119), ‘근검절약’(http://cafe.daum.net/naukki0) 등 가입자가 1만명이 넘는 절약 관련 사이트가 춘추전국시대를 이룬다. 불황의 시대 ‘절약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현명한 짠돌이 네티즌들이 털어놓는 극비 절약 노하우를 모아봤다.

    가계부 쓰기

    자린고비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가계부를 쓰는 것. 하루의 지출을 돌아보며 충동 구매를 반성하고, 소비를 짜임새 있게 계획할 수 있기 때문. 절약 관련 인터넷 동호회에는 자신의 하루 지출 내역을 공개하고 자아 비판하는 고정란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인터넷 가계부’(www.gagebu.co.kr), ‘이지데이 가계부’(http://acc.ezday.co.kr) 등의 온라인 가계부 사이트를 통해 자산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재테크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에너지 절약하기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절약은 필수다. 유가에 대한 관심은 에너지 절약의 첫 번째 단계로 꼽힌다.

    에너지시민연대(www.100.or.kr)는 서울 시내 전체 주유소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각 주유소의 유가를 비교분석했다. 에너지시민연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서울 시내 주유소의 가격 목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오일프라이스(www.oilprice. co.kr), 오일플라자(www.oilplaza.net), 오일프라이스와치(www.oilpricewatch.com) 등 5~6개의 사이트에서도 지역별 주유소의 유가를 살펴볼 수 있다.

    올 여름 유난한 무더위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절전 노하우도 관심을 끌고 있다. 컴퓨터는 ‘전기 잡아먹는 괴물’로 불린다. 모니터가 전체 컴퓨터 작동에 쓰이는 전기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만큼 잠시라도 컴퓨터를 쓰지 않을 때 모니터는 꺼놓는 것이 좋다. 아울러 가전제품의 코드는 뽑아놓아야 한다.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대기전력으로 10%의 전력이 코드로 누출되기 때문이다.

    반품된 물건과 전시품을 찾아라!

    고객의 변심으로 반품된 물건들만 모아서 파는 반품사이트의 경우 본 제품의 50~80% 값에 질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인기다. 재고상품과 홈쇼핑, 백화점 등에서 판매·사용됐던 제품, 전시상품 등도 인터넷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반품닷컴(www.vanpum.com), 트레이디포(www.tradepot.com), 유니즈(www.uniz.co.kr), SK디투디(http://www.skdtod.com ) 등이 대표적인 반품전문 쇼핑몰들이다. 반품처리 문제로 고민하던 업체들은 정식 유통경로를 통해 물건을 되팔 수 있고, 소비자는 새것과 다름없는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모델하우스에 전시됐던 TV, 드럼세탁기, 냉장고, 가구 등의 전시품도 오픈 기간이 끝나면 50% 정도 낮춰서 판매되기도 한다. 건설회사 홈페이지의 공지사항란을 통해 상품 판매 기간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과금 납부 연체하지 말기

    전화요금, 전기세, 주민세, 수도세, 가스요금 등 각종 공과금의 납부 마감일이 달라 혼란스럽기 일쑤다. 서울의 주부 이모씨(44)는 “회사와 집안일을 같이하다 보니 공과금 납부 일자를 지키지 못해 연체료를 지불하기 일쑤였다”며 “달력에 공과금 납부 날짜를 표시해두는 것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바쁜 직장인의 경우 공과금을 모두 ‘자동이체’로 납부하는 것도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짠돌이형 데이트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주인공 한기주(박신양)와 강태영(김정은)이 하루 1만원으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등장했다. 재벌인 한기주가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온 강태영의 삶을 이해해가는 과정이었다. 이들이 커피숍 대신 선택한 데이트 장소는 한 공원.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연인의 모습은 전형적인 짠돌이·짠순이 커플의 데이트 장면이다.

    자린고비 커플들에게 추천할 만한 저렴한 문화생활도 많다. 가까운 지역 구민회관에서 개봉 영화를 1000원에 관람할 수 있고 수영, 헬스, 스쿼시 등의 스포츠를 2만~5만원대의 값으로 배울 수 있다.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평화공원 유니세프 광장)에서는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주 토요일 오후 8시에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등 놀이공원도 각종 제휴카드를 이용하면 무료 입장할 수 있다.

    마른 수건 짜내는 ‘e-짠돌이’

    한 고객이 패밀리 레스토랑 T.G.I.F.에서 OK캐쉬백으로 음식값을 계산하고 있다.

    포인트, 할인카드 100배 활용하기

    동네 미장원에서부터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까지 포인트 카드의 발급이 유행처럼 자리잡았다. 신용카드, 휴대전화나 전화, 주유소, 음식점까지 포인트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나 될까. 1포인트에 1원씩 전환되는 포인트를 잘만 적립하면 현금처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열심히 적립하는 만큼 포인트를 적절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정작 적립한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

    가맹점에서 사용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OK캐쉬백 카드는 대표적 포인트 카드. 보너스 적립카드로 연회비가 없고, 적립된 포인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엔크린 보너스 카드, 011리더스 클럽카드, TTL카드나 OK캐쉬백 제휴 신용카드를 사용해 포인트를 적립한다. T.G.I.F와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이마트, SK주유소, 롯데월드, 영화관 CGV 등 OK캐쉬백의 가맹점을 이용해 포인트 점수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 OK캐쉬백의 1회 적립 한도는 10만점(10만원)이며, 적립유효 기간은 5년이다.

    KT 전화를 오래 사용해왔다면 ‘콜보너스 포인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유선전화 멀티상품권’(www.multigift.co.kr)에서 시외전화나 국제전화를 사용할 때 적립된 포인트를 온라인 상품권으로 전환해주기 때문. 이 상품권으로 신세계몰, 리브로, CJ몰 등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 로또복권의 구입도 가능하다. 50여개의 온라인 가맹점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쿠폰 100% 활용하기

    알뜰한 대학생 정주은양(25)의 지갑은 항상 각종 쿠폰으로 두둑하다. 휴대전화 통신사의 모바일 쿠폰, 쿠폰북에서 잘라낸 쿠폰, 일간지나 생활정보지에 등장한 할인 쿠폰, 회원으로 가입된 패밀리 레스토랑의 할인 쿠폰까지 쏠쏠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쿠폰북도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대학가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쿠폰북 ‘코코펀’(www.cocofun.co.kr). 기존의 쿠폰북과 달리 읽을거리가 있어 재미를 더하고, 다양한 상점의 정보를 집대성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는다. 쿠폰전문사이트인 ‘또오래닷컴’(www.ttoore.com)의 경우 이용자들의 쿠폰 사용 후기를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화료 절약

    되도록 오는 전화만 받고,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끝내자는 것이 짠돌이들의 전화 예절. ‘휴대전화 분실 신고를 하면 한 달에 3500원만 지급하면 된다’는 사실을 ‘악용’해 일부러 분실 신고를 내기도 한다. 전화를 받기만 하겠다는 전략인 것.

    급한 용건을 알릴 땐 휴대전화 공짜 문자메시지를 활용한다. 광명시청 홈페이지(gm.go.kr), 수원시청(sms.suwon.ne.kr/

    web user), 농협(ums.nonghyup.com), KNcity(www.kncity.

    co.kr) 등의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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