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2

2001.05.03

日명장 17인의 17가지 경영전략

  •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

    입력2005-01-21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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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명장 17인의 17가지 경영전략
    도몬 후유지의 ‘적을 경영하라’(경영정신 펴냄)는 신간임에도 첫인상이 매우 친숙하다. 리더십 관련서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지난해 경영정신이 펴내 톡톡히 재미를 본 일본 역사인물 시리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 ‘오다 노부나가의 카리스마 경영’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의 천하제패 경영’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앞의 두 책은 도몬 후유지가 쓴 것이고 ‘천하제패 경영’은 구스도 요시아키가 썼다. 이 시리즈는 표지를 가득 채우는 명조체 제목에 굵고 힘찬 띠 디자인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신간 ‘적을 경영하라’의 표지도 이 전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사실 ‘적을 경영하라’는 제목부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의 헤드 카피 ‘적을 파트너로 만들어라’를 차용했다. 원제는 ‘명장언행록’(名將言行錄)이었지만 ‘적을 경영하라’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제목은 없었던 것이다.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적을 경영하라’는 앞서의 3부작과 유사하다. 3부작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나 오다 노부나가와 같은 주요 인물의 면모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면 ‘적을 경영하라’는 천하를 제패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인물뿐만 아니라 고바야카와 다카카게, 구로다 조스이, 혼다 시게쓰구 등 충실한 2인자들을 포함해 전국시대 명장 17명의 리더십을 유형별로 분석해 핵심만 찔러준다. ‘적을 경영하라’는 부하들의 단결력과 희생정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군이 어떤 주장을 펴고,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하는지를 소개한 책으로, 여기서 ‘적’이란 자신의 경쟁상대뿐 아니라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17명의 명장은 각자 나름대로 독특한 방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헷갈리기도 한다. 앞서 3부작 중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이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라면, 오다 노부나가의 ‘카리스마 경영’은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버린다”로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다. 물론 상황에 따라 두 방법 다 맞을 수도, 모두 틀릴 수도 있다. 결국 독자의 선택에 달렸는데 유능한 지도자는 하나의 유형에 매달리기보다 이 책에 소개된 17가지 경영전략~친화경영, 심리경영, 주권경영, EQ경영, 회의경영, 선택경영, 뒷돈경영, 변화경영, 인덕경영, 조직경영, 규제경영, 충신경영, 리더경영, 문화경영, 균형경영, 인간경영’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할 것이다.

    17가지 전략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다케다 신겐(1521~73)의 ‘인간경영’이다. 이 방법은 오늘날 조직관리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그가 전쟁터에서 병사를 부리는 방법을 보자. 신겐은 전쟁터에서 미숙한 젊은이를 가장 앞에 세우고, 바로 뒤에 노련한 고령자를, 마지막 후방에는 프로급인 중년의 숙련자를 배치했다. 혈기왕성한 젊은 병사가 개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고령자이고, 지나치게 신중하다 전의를 상실할 우려가 있는 고령자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중년의 숙련자라는 것이다.

    또 신겐은 전쟁에 대해 50% 이기면 상(上), 70% 이기면 중(中), 100% 이기면 하(下)라는 독특한 논리를 폈다. 50%만 이기면 다음에 좀더 잘 싸워야 한다는 의욕이 끓고, 70% 이길 때는 이 정도면 만족할 수 있다고 안심하다 다음 전쟁 대비를 소홀히 하며, 100% 완전승리를 거두면 자만심이 생겨 전혀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겐은 용맹한 장수인 규조에게 ‘따라오라’와 ‘공격하라’의 차이를 통해 인재 양성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전쟁터에서 ‘따라오라’는 식의 리더십은 용맹스러워 보이지만 그런 지도자 밑에 있는 부하는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반면 후방에서 공격명령만 내리는 지도자는 언뜻 비겁해 보여도 부하들은 스스로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그는 부하의 능력을 양성하기 위해 겁쟁이라는 말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겐과 대조적인 인물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참모였던 가모 우지사토(1556~95)다. 우지사토는 “때로는 공격명령만 내리지 말고 먼저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신은 안전한 장소에서 공격명령 하나로 부하들을 위험한 장소로 내모는 지도자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맨 앞에 서서 주변상황을 살펴본 다음 부하들을 향해 “안전하니까 이곳까지 전진하라”는 식으로 명령을 내렸다.

    이 책은 오카노야 시게자네의 ‘명장언행록’을 토대로 씌어진 것이다. ‘명장언행록’은 1252권에 달하는 ‘사서’(史書) 중에서 에도 초기시대 명장들의 언행을 모은 것으로, 일본에서는 일찍이 ‘리더십의 바이블’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도몬 후유지가 제시한 17가지 리더십의 유형 중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적을 경영하라/ 도몬 후유지 지음/ 이정환 옮김/ 경영정신 펴냄/ 336쪽/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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