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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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내년에 안정 굳히고 2025년 본격 회복·확장 전망”

상승 곡선 집값, 10월 중대 분수령… 최근 5~6년 급등기에 생긴 거품은 상당 부분 빠져

  •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입력2023-09-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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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부동산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상복합아파트 전용면적 161.8㎡가 최근 46억 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신고가인 2017년 22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삼성동,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도 속속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7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 중 60% 이상이 상승 거래, 10건 가운데 1건은 신고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거래 증가와 신고가 경신 흐름에 따라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지난해 말에 비해 10% 급등했다. 지난해 하락분의 절반 가까이를 회복한 것이다. 실거래가지수, 매매가격지수도 올랐다. 실거래가지수는 표본조사와 달리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으로 정밀도가 높다. 표본조사인 매매가격지수도 서울의 경우 6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집값이 바닥을 탈출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집값이 빠르게 회복된 배경은 뭘까. 집값 급락에 따른 자율 반등과 대출규제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출, 규제지역 해제, 다주택자 세금 중과 폐지 발표 등 정부 정책 효과가 가시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입주 물량이 급속히 줄어들고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재유입되는 가운데 30, 40대 젊은 무주택자가 적극적으로 주택 매입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 주택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상반기만 해도 집값 폭등론과 폭락론이 맞서며 저점 논쟁이 치열했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집값 전망은 상승론이 맞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주택시장은 급등했고 수도권은 상승, 지방은 하락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하반기 주택시장은 전체적으로 강보합 속 지역별 차별화 추세가 전망된다.

    엇갈린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서 경제 전반에 대한 심리와 주택 가격 전망에 관한 체감은 엇갈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3.1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체감 물가가 높아진 데다 중국발(發) 리스크,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리 수준 전망지수는 112에서 118로 6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이 금리인상을 지속하면서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 소비자가 많은 것이다. 반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국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거래가가 상승 반전한 지역이 늘면서 전달보다 5포인트 오른 107로 나타났다. 2021년 11월 61을 기록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상승세를 굳힌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집값은 올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상승과 하락의 기로에 섰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특히 10월은 집값 하락이 시작된 지 2년째로, 주택시장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가을 이사 성수기에 지방까지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고 전셋값마저 상승 전환할 경우 주택시장 하락 조정기가 마감되면서 향후 안정적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할 수 있다. 집값 폭등과 폭락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얘기다.



    해가 바뀌고 2024년 주택 경기는 어떻게 변화할까. 금리, 실물경기 등 대내외적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은 탓에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인구 정체, 소득 둔화, 고금리 기조, 긴축경제, 환율 상승 등은 집값 하락 요인이다. 반대로 상승 요인은 금리인하 가능성, 유동성 장세, 글로벌 경기회복, 규제 완화 정책, 서울 주택 공급 부족,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택시장 회복세 등이다.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은 집값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최근 불거진 중국 경제위기와 미국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가계부채 증가도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럴 때 주택 경기의 인과성을 분석하는 부동산경제학은 큰 도움이 된다. 실물경제의 하위 범주인 부동산시장 경기 변동을 예측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경기 변동 사이클 분석법과 영향 요인 분석법, 거품붕괴론에 입각한 분석법이다. 이들 분석법에 따라 내년 부동산시장을 전망해보자.

    중국 경제위기 뇌관으로 지목된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아파트 건설 현장. [뉴시스]

    중국 경제위기 뇌관으로 지목된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아파트 건설 현장. [뉴시스]

    中 경제위기, 국내 PF 부실 등 복병 여럿

    1 경기 변동 사이클 분석법

    부동산은 실물경기에 연동돼 움직인다. 대체로 후행하는 특성이 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 영향력이 커지면서 규칙성이 약화되고 있다. 1986년 이후 국내 주택 경기 흐름을 살펴보면 10년 주기가 관측된다. 여기에 착목해 등장한 게 부동산 10년 주기설로, 국내 집값은 5~6년 상승하면 4~5년 하락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15년 주기설, 미국의 20년 주기설과 일맥상통한다. 관련 통계를 보면 2014년 상승하기 시작한 서울 주택 경기는 2021년 10월쯤 고점을 찍었고, 올해 1월 바닥을 탈출해 8월 말 현재 6개월째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10월이면 고점을 찍고 2년째가 되는 시기로, 부동산시장은 새로운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택시장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대형 돌발 악재만 없다면 내년 시장 흐름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동산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 본다면 본격적인 회복 내지 확장 국면은 2025년 이후로 예상된다.

    2 영향 요인 분석법

    부동산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인구, 소득, 실물경기, 수급, 정책, 금리, 유동성, 심리, 해외 부동산 동향, 환율 등 10가지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파악한 부분적인 변수에만 의존해 부동산시장을 억측하는 이가 적잖다. 집값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고 말하고, 다시 오르면 “폭등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 각종 부동산시장 영향 요인에 대한 단편적 분석의 사회적 폐해는 심각하다. 가령 2021년 이후 유튜브 등 매체에서 집값 폭등을 외친 자칭 전문가를 따라 20, 30대 젊은이들이 고점에 집을 샀다. 지난해 하반기 집값 폭락론이 비등하자 일부 실수요층이 주택을 저가 매도했다. 부동산 사이클 원리를 모른 채 주관적 견해를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포장해 시장을 교란하는 언행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시장의 1~2년 단기 변동, 4~5년 중기 변동, 10년 이상 장기 변동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도 각각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단기 예측에는 단기 선행지표인 거래량, 전세 가격, 구매심리, 주택담보대출 규모, 청약률, 낙찰가율, 10년 만기 국채이율 등의 변수가 중요하다. 중장기 예측에서는 소득, 실물경기, 정책, 금리, 지가 추이, 해외 부동산 동향, 환율 등 거시적 요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3 거품붕괴론에 입각한 분석법

    부동산은 경기에 맞춰 가격 거품이 주기적으로 축적됐다가 붕괴되기도 한다. 거품이 축적된 정도에 따라 붕괴 과정과 양상도 달라진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얼마나 축적됐는지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지난 5~6년간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경기, 인천을 필두로 세종,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울산 등 지방 도시 부동산에도 거품이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주체마다 수치상 차이가 있으나 서울 강남권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내재가치 대비 초과 상승률이 30~35%, 강북은 25~30%, 수도권은 20~25%로 짐작된다. 5~6년간 축적된 거품이 2021년 10월 이후 하락 조정기를 거치면서 8월 현재 상당 부분 빠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내년 부동산시장 ‘회복·상승·안정’

    이와 같은 3가지 분석법에 따라 내년 부동산시장을 전망하자면 △사이클 측면에서는 회복 국면 △영향 요인 측면에서는 상승세 △버블 측면에서는 안정적 흐름이 전망된다. 집값 하락보다 상승에 무게가 쏠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예기치 못한 대형 변수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한국 부동산시장은 내년 4월 10일 총선 등 정치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부동산시장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 부동산 투자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 10년 앞을 내다본 장기적 관점, 포트폴리오 재구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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