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4

2023.04.07

한 폭의 그림, 한 송이 꽃 같은 ‘구절판 김밥’

[All about FOOD]

  • 글·요리 남희철 푸드스타일리스트 instagram.com/@nam_stylist

    입력2023-04-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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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희철]

    [남희철]

    구절판은 섬세하게 썰어서 조리한 여러 재료와 얇게 부친 밀전병을 팔각형 그릇에 담아내는 전통 음식이다. 우리 고유의 오방색을 담은 식재료와 붉은 칠기 그릇의 조화가 예술품처럼 수려하다. 그 자태가 얼마나 아름다우면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은 방한 당시 구절판 뚜껑을 열자마자 감탄했다고 한다. 그는 “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파괴하고 싶지 않다”며 끝내 젓가락을 대지 않았다.

    구절판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진찬의궤’ ‘진연의궤’ 등 궁중 잔치를 기록한 책에 내용이 나오지 않다가, 1930년대 이후 문헌에서 발견된다. 다만 ‘조선요리법’ ‘이조궁정요리통고’ 등에 기록돼 있는 만큼 궁중에서 즐겨 먹던 음식으로 추정된다.

    구절판을 처음 접했을 때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고 생각했다. 밀전병에 재료들을 싸서 먹으니 부드럽고 담백해 좋았다. 구절판은 한국 음식의 섬세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음식이 아닐까.

    심미와 영양을 모두 갖춘 구절판을 모티프로 김밥을 싸보자. 당근, 우엉, 어묵, 단무지 등 김밥 재료에 2가지 색의 파프리카를 추가해 색감을 더한다. 김에 돌돌 만 속 재료들을 한꺼번에 잘 싸면 완성이다.

    구절판 김밥 만들기의 하이라이트는 자르기다. 칼로 자른 단면을 보면 알록달록한 재료들이 봄꽃처럼 활짝 피어나 있다. 재료를 하나하나 썰고 볶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예쁜 단면을 보고 있으면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이다.



    구절판 김밥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의 소풍 도시락, 손님 초대 메뉴로 제격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특별한 날 만들어볼 만하다. 화려한 비주얼에 한 번, 맛에 한 번, 만든 이의 정성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될 테니 말이다.

    ‘구절판 김밥’ 만들기

    재료 
    밥, 김밥김, 소금, 참기름, 간장, 달걀, 빨간색 파프리카, 녹색 파프리카, 어묵, 맛살, 당근, 단무지, 우엉

    속 재료 만들기
    1
    달걀은 노른자랑 흰자를 분리해 지단을 만든 후 채 썬다.
    2 2가지 색의 파프리카를 썰어 기름을 약간 두른 프라이팬에 소금을 함께 넣어 볶는다.
    3 당근은 채 썰어 기름과 소금을 약간 넣고 볶는다.
    4 어묵은 잘게 썰어 볶다 간장을 넣고 30초가량 더 볶아준다.
    5 맛살은 2등분을 한 후 손으로 먹기 좋게 찢어 놓는다.
    6 단무지는 김밥용 단무지보다 통 단무지를 사서 얇게 썬다.
    7 우엉은 채 쳐서 조림으로 만든다.

    김밥 싸기
    1
    김을 4등분 한다. 김 4분의 1장에 속 재료를 조금씩 올려 돌돌 만다. 김 끝부분이 잘 붙지 않으면 물을 조금 발라 마무리한다.
    2 김을 2등분 한다. 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간한 밥을 김 2분의 1장에 한 움큼 올려서 만다.
    3 김발 위에 김 2분의 1장을 편다. 속 재료를 돌돌 만 것 4개 위에 김에 만 밥을 올리고, 나머지 속 재료를 올려서 동그랗게 감싼 후 꼼꼼히 만다.
    4 완성한 김밥은 참기름을 발라 한입 크기로 썬다.

    연출하기
    구절판 김밥은 화려한 단면이 보이도록 담는다. 김밥이 돋보이게 흰색 그릇이나 도자기, 칠기 그릇에 연출하는 것이 좋다. 수육, 나물 샐러드를 곁들이면 식탁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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