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2

..

이거 진짜 유행 맞아? Z세대만의 특이한 유행

[김상하의 이게 뭐Z?]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1-10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최근 사무실을 돌아다니면 Z세대 사원들이 핑크 코르덴 재질의 바지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 눈을 의심했는데 하루에 3명 정도 핑크 바지를 입은 사원을 보니 “아, 저게 유행이구나” 알 수 있었다.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 가운데 종종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이는 유행이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취향으로 세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것이 확실한 세대라 개인 취향이 곧 유행이 된다는 것.

    #신입사원인 내가 눈떠보니 재벌집 막내 손자?

    ‘SNL 코리아’ 허성태 편 ‘눈 떠보니 로맨스 남주’ 코너. [쿠팡플레이 제공]

    ‘SNL 코리아’ 허성태 편 ‘눈 떠보니 로맨스 남주’ 코너. [쿠팡플레이 제공]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현생에서 죽었는데 눈뜨니 회귀해 나를 죽인 집안의 막내 손자가 돼 있는 내용이다. 이런 장르를 회귀물이라고 한다. 회귀물 유행의 시작은 웹소설과 웹툰이다. 밈처럼 번지는 웹소설풍의 제목을 보면서 진짜 웹소설을 나만 빼고 다 보는 건가 싶었다.

    각 회사 마케팅 본부는 Z세대를 잡기 위한 문구로 이런 제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문구 하나만 잘 써도 “이 회사 마케팅 맛집이다” “담당자가 뭘 좀 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웹소설 느낌이 나는 제목과 내용을 쓰는 건 웹소설을 보지 않는 사람에게도 흐름에 편승했다는 느낌을 줘 하나의 유행처럼 여겨진다.

    #눈물 줄줄 흘리고 바로 후원 갑니다

    ESG의 뜻은 잘 몰라도 그것이 중요한 키워드라는 사실을 모르는 Z세대는 없다. 못생긴 과일을 사는 것도 ESG, 환경을 생각해 빨대 없이 커피를 마시는 것도 ESG라고 한다면 눈치로 대충 착한 일을 하는 것이 ESG라고 생각하게 될 테다. 그러니 당연히 기업들은 미래 고객인 Z세대가 좋아하는 ESG를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어르신 안부를 우유 배달을 통해 확인하는 서비스. [매일유업 제공]

    어르신 안부를 우유 배달을 통해 확인하는 서비스. [매일유업 제공]

    Z세대가 착한 기업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매일유업을 생각해보면 이번 SPC, 남양유업처럼 경쟁사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더 지지를 받고 호빵 시장에 나서라는 등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Z세대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영업해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매일유업이 매일유업 했다’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어르신 안부를 확인하는 우유 배달 서비스다. 우유 배달을 정기 후원하고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건데 기부 금액도 부담스럽지 않은 5000원부터 시작된다. 문 앞 우유 개수를 통해 어르신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건 우유를 받은 어르신들이 답례로 손 편지를 작성해서인데, 따뜻한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기부에 참여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고 인증도 이어졌다. ESG는 모두가 관심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관심을 둬야 하는 분야이기에 선택지가 있다면 Z세대는 ESG를 신경 쓰는 기업을 유행처럼 따르고 선택한다.

    #사진 한 장만 줘도 유행을 만든다

    직접 가상의 아이폰을 디자인해볼 수 있는 사이트. [디자인 더 넥스트 아이폰 제공]

    직접 가상의 아이폰을 디자인해볼 수 있는 사이트. [디자인 더 넥스트 아이폰 제공]

    2032년 미래를 보여주는 쇼츠 영상이 있다. ‘킥서비스’라는 유튜버들이 운영하는 채널인데 쇼츠로 2032년 모습을 보여준다. 과장된 콘셉트가 재미 요소로, 영상에서 아이폰 카메라가 스마트폰 뒷면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번 아이폰 출시 전 카메라가 인덕션처럼 생길지, 몇 개가 될지가 화제인지라 이 부분을 잘 살려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아이폰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겼다. ‘디자인 더 넥스트 아이폰(Design the next iPhone)’이라는 사이트인데,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직접 디자인이 가능할 뿐 아니라, 마치 조롱하는 것처럼 아이폰 뒤에 카메라 100개나 바퀴를 붙이는 등 마음대로 제작할 수 있다.

    Z세대는 사진 한 장을 가지고도 다양하게 보정과 합성을 하며 재미있게 논다. [트위터 Sowhat 캡처]

    Z세대는 사진 한 장을 가지고도 다양하게 보정과 합성을 하며 재미있게 논다. [트위터 Sowhat 캡처]

    최근 트위터에서도 비슷한 유행이 있었다. 사진 한 장을 주고 마음대로 꾸며보라는 것이었는데, 바다 위에 외딴집이 있는 사진을 가지고 각종 예능 자막을 붙여 프로그램처럼 만들기도 하고 섬네일로 공포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Z세대는 자신이 만든 걸 SNS에 보여주고 공유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 사진 한 장으로도 놀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찾는다. 유행을 만들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포인트를 던져놓고 빠지는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