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9

2022.10.07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국토부, 최근 인천시·경기도와 업무협약 체결… 2034년 개통 목표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입력2022-10-09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 청라지구와 서울 여의도 간 이동 거리가 약 17분 줄어든다. 대표적인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청라지구 아파트 단지. [GETTYIMAGES]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 청라지구와 서울 여의도 간 이동 거리가 약 17분 줄어든다. 대표적인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청라지구 아파트 단지. [GETTYIMAGES]

    “길이 열리면 돈이 흐른다.”

    부동산시장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말 가운데 하나다. 고속도로나 철도, 지하철 신설이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에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에서 새로운 교통망은 부동산의 몸값(가치)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요소다. 특히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고속도로나 철도 신설은 영향력이 더 크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있었다. 언론이 대부분 단신 정도로 다뤘지만 조만간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만한 뉴스다. 바로 국토교통부(국토부)가 9월 30일 인천시, 경기도와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일이다. 이른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경인고속도로의 지하구간에 터널을 뚫어 고속도로를 만들고, 현재 고속도로로 사용되는 지상구간에 일반도로와 공원 등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날 협약은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4~6차로 지하터널 2개 뚫는 대형 프로젝트

    국토부에 따르면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구간은 인천 서구 남청라 나들목(IC)부터 서인천 IC를 거쳐 서울 양천구 신월 IC까지 총 19.3㎞다. 이곳에 4~6차로 넓이의 지하터널 2개를 뚫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로 2조856억 원이 책정됐다. 현재 이 사업은 올해 5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기간이 착수일로부터 10개월로 정해진 만큼 내년 상반기에 결과가 나온다.

    이 사업은 2017년 ‘제1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중점사업’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됐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요구된 것은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1968년 국내 최초 고속도로로 개통한 경인고속도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미 통행량이 수용량을 넘어선 상태였다. 서울~인천 간 통근 인구와 물동량이 나날이 증가하고 경인권에 중동신도시, 상동지구, 계산지구, 부개지구, 삼산지구, 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 및 택지지구가 잇따라 들어섰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고, 고속도로로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이에 정부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국토부는 수도권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해 제시된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작업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에선 건설비용 2조7000억 원에 약 5292억 원의 혼잡 비용 절감효과가 예상된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가 다시 수면으로 오른 것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다. 그해 4월 8일 개최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그 후속 조치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민자 방식을 통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금호건설이 같은 해 5월 정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자 국토부는 다시 국토연구원 등의 지하화 작업에 대한 연구용역을 거쳐 이듬해 2월 말 KDI에 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 당시 국토부는 보도자료(2016년 3월 16일)를 통해 “민간의 사업 제안서와 조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올해 중 적격성 조사를 완료하고 제3자 제안, 사업자 선정, 협상 및 실시협약 체결, 실시설계 등의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020년 착공,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상부 도로 정비는 지하도로 개통 후 약 2년간 진행해 2027년 완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토부 발표와 달리 KDI의 적격성 조사 결과는 1년을 넘겼고, 이 과정에서 사업비용 대비 편익의 비율(B÷C)이 ‘1’을 넘지 않아 사업이 좌초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 초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경인고속도로 상부 공간 정비 방안’)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여겨졌다. 국토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경인고속도로를 지하로 내려 보내고, 남는 지상공간을 스트리트형 쇼핑몰과 첨단 오피스센터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2017년 5월 정권이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금호건설은 정권 취향에 맞게 수정 제안서를 제출하며 사업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썼다. 당시 금호건설 관계자는 “새 정부가 요구한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연계한 정책 기조에 맞게 수정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2019년 3월 인천시가 국가 재정 투입을 건의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달았다. 인천시는 민자사업 계획대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진행되면 통행요금이

    4배 이상 오를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지하도로가 소형 승형차 전용이어서 화물차와 버스 등이 통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가 사업 방식 선정을 위한 관련 조사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같은 해 8월 금호건설의 제안을 반려했다.

    2027년 착공, 2034년 개통 목표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조감도. [뉴시스]

    인천~서울 지하고속도로 조감도. [뉴시스]

    이후 1년여를 끌던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기획재정부(기재부)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예타 조사 대상으로 신청하기로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2개월 뒤인 올해 1월 28일 발표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명문화했다. 2차 계획은 2025년까지 추진할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담은 것으로, 경인고속도로를 포함해 모두 4개 지하고속도로 사업이 포함돼 있다. 나머지 3곳은 경부고속도로 화성~서울 구간(길이 32.3㎞, 사업비 3조2051억 원)과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퇴계원~판교 구간(37.5㎞, 4조486억 원), 영동고속도로 신갈~과천 구간(31.7㎞, 3조1823억 원) 등이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보도자료(2022년 1월 28일)에서 “기존 도로 지하에 추가 도로(터널)를 건설해 기존 도로의 상습적인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이로 인해 여유가 생기는 기존 지상 도로에는 버스전용차로를 확대해 고속도로의 대중교통 서비스 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4월 29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예타 조사 대상 사업으로 최종 선정했다. 이러한 과정에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로 나선 여야 주자가 모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약속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토부는 이 사업이 큰 무리 없이 예타 문턱을 통과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기대대로 예타가 정리된다면 2034년 개통을 목표로 2027년 상반기에 건설공사가 시작된다.

    한편, 이번에 진행된 국토부와 인천시, 경기도 3자 간 협약에 따라 경인고속도로 지하화가 끝나면 지상에 남는 고속도로는 시내 교통을 전담하는 일반도로로 바뀐다. 또 상부 도로 여유 공간에 녹지와 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협의체가 구성된다. 지하고속도로로 인천·경기권역이 연결되면서 발생할 교통 수요를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한 경기 안산~인천, 인천 계양~강화 고속도로도 건설된다. 안산∼인천 고속도로는 경기 시흥에서 인천을 잇는 19.8㎞ 길이의 4차선 도로로,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다. 계양∼강화 고속도로는 계양구에서 강화읍까지 31.5㎞ 구간에 4∼6차로를 신설하는 계획인데, 현재 기본 및 실시 설계가 발주된 상태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 서부지역과 인천 일대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상습적인 교통 정체가 해소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인천 청라지구와 여의도 간 이동 거리가 약 17분(40→23분) 줄어 인천 시민과 경기도민의 출퇴근길이 크게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약 2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도 큰 호재다. 무엇보다 경인고속도로 때문에 도시 남북이 나뉘었던 지역들의 도시 발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수혜지역은 인천 청라지구 남청라 지역과 인천 부평구, 부천시 북부 지역이다. 최근에는 인천과 경기 외곽 지역 집값이 하향 안정세지만, 착공·준공 시점이 되면 이들 지역의 부동산시장 가격에 힘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청라지역에는 최근 7호선 등 광역철도 연장 계획 등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가격이 한동안 크게 치솟았다. 지하화로 교통량이 줄면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구 등에서도 경인고속도로 이용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고속도로에 막혀 있던 지역의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서울 목동, 인천 청라, 부평, 부천 수혜받을 듯

    서울 서부지역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도 수혜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자동차 소음과 교통 혼잡 감소, 고속도로 상층부 공원 조성 등으로 주거 여건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목동 5~6단지부터 목동운동장, 목동 4~7단지 구간은 단절이 없어지는 데다 상부 공원이 설치되면 집값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습 정체 구간에 낙후 이미지까지 씌워진 양천구 신월동과 신정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터널 위에 공원을 설치하고 녹지·자전거 도로 등을 갖추면 상권 발달과 함께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길이 열리면 돈이 흐른다. 다만 주의할 점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착공 시기가 앞으로 5년 뒤, 개통 시점은 12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긴 안목으로 자금 조달과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

    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