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9

2021.10.08

“지금 집 사면 크게 후회합니다, 이제 미분양 나와요”

부동산 폭등 맞춘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의 ‘대한민국 부동산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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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1-10-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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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로리버파크 84㎡, 42억 원에 팔려 신고가 경신’ ‘강남 34평형 아파트 40억 시대… 아크로리버파크 42억 신고가’….

    최근 일제히 보도된 부동산 기사 제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는 9월 2일 42억 원(15층)에 거래됐다. 동일 면적 직전 최고가는 6월 39억8000만 원(10층)이다. 아크로리버파크 신고가가 더욱 화제를 모은 것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거래절벽 상황이어서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05건으로, 4084건을 기록한 전달의 5분의 1 수준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무섭게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10억4299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올해 8월 기준 11억7734만 원을 기록했다. 많은 전문가가 꼽은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은 공급 물량 부족과 각종 규제다. 대다수가 “앞으로 더 오를 테니 지금이라도 집을 사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부동산 폭등장이 온다’를 펴내며 일찍부터 부동산 폭등을 내다본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 소장은 지금 그들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래절벽’과 ‘신고가’는 부동산 하락기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니, 절대 집을 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는 2005년 부동산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치동을 시작으로 서울 곳곳에서 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한 바 있다. 이후 분양 영업맨으로 변신해 다년간 현장에서 수천 명의 고객을 상담하며 대중심리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는 “전세제도와 선분양제도, 대중심리, 정책 등 4가지 요인으로 작동하는 부동산 사이클을 통해 지금의 과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정체 및 하락기가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 [조영철 기자]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 [조영철 기자]

    거래절벽과 신고가, 부동산 하락 신호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에서 이렇게 집값이 폭등한 적이 있나.

    “금액으로만 보면 전례가 없지만 비율로 보면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하게 올랐다. 다만 그때는 2억에서 3배 올라 6억 원이 됐고, 지금은 10억에서 3배 올라 30억 원이 됐다.”

    ‘부동산 폭등장이 온다’가 나온 지난해 6월만 해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9억2509억 원이었다. ‘영끌’에 나선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설마 집값이 더 오를까’ 생각하던 때였다. 그럼에도 폭등을 예상한 근거는?

    “대중심리였다. 흔히 부동산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말하는데, 일반 공산품에서 일컫는 수요·공급과는 다르다. 공산품은 무조건 팔아야 하는 적극성 100% 상품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공급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보통 사람들에게 ‘부동산시장에서 공급이 뭐냐’고 물으면 신축 분양 물량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기존 주택 매도 물량도 공급이고, 전매 가능한 분양권도 공급이다. 이렇게 부동산에는 3가지 공급 물량이 있는데, 시장이 과열되면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던 일반 아파트와 분양권 물량이 더 오르리라는 기대심리로 공급량이 줄어든다. 1년에 거래되는 전국 부동산 건수가 160만~170만 건이다. 그중 신축 물량은 30만~40만 건에 불과하다. 그래서 공급량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일반 매물이다. 이 물량이 줄어드니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지금은 ‘부동산 침체기가 온다’고 단언한다. 집값 하락 신호를 발견했나.

    “부동산시장이 하락으로 전환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일반 아파트 시장과 분양 시장을 나눠서 봐야 하는데, 먼저 일반 아파트 시장에서 정체기가 생긴다. 매도자들의 기대심리가 최고조에 달해 1억 올려도 높던 호가를 3억~4억, 심하면 7억~8억 원까지도 올린다. 그런 매도자들 때문에 거래절벽이 생긴다. 지금 매수자들의 적극성은 100%를 넘어 200%, 300%이다. 하지만 5억, 6억 원을 더 부르면 ‘나 다음에 이 가격에 사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또 ‘A아파트에 죽어도 살아야겠다’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지 않나. 그렇게 거래되면 바로 ‘신고가’다. 거래절벽과 신고가, 최근 현상을 보면 매수자들이 더는 쫓아갈 수 없는 단계라는 느낌이 온다.”

    고점 대비 소형 40~50%, 대형 10~20% 빠져

    그러면 이제 하락기에 접어드나.

    “매도자의 기대심리는 그렇게 쉽게 꺾이지 않는다. 집 가진 사람은 아쉬울 게 없기에 호가를 한껏 올려놓고 버틴다. 또 매수자는 ‘상투를 잡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버틴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팽팽한 대립관계에 놓이는 정체기가 내후년까지 계속될 거다. 하락기는 그 뒤로 찾아오고 4년 정도에 걸쳐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내려갈 거다.”

    그 팽팽함을 미분양이 깨뜨릴 거라고 말했다.

    “분양 시장은 적극성 100% 물건이다. 무조건 다 팔아야 하는데, 여기서 안 팔리는 물건이 생기면 그때부터 매수인이 조금씩 힘을 얻는 시장으로 변한다. 집을 사는 사람은 항상 그 기준이 ‘내가 산 가격보다 올라갈까’다. 서울 분양시장이 흔히 ‘로또’로 표현되는 것은 시세차익이 확실해서다. 비교 대상 아파트가 바로 옆에 있지 않나. 그런데 경기 외곽으로 가면 허허벌판에 지어 비교 대상이 없는 아파트가 있다. 분양가가 낮지 않은 데다 앞으로 공급 물량도 많다 보니 ‘나 다음에 이 집을 사줄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품는 이들이 나타난다. 물론 처음부터 대량으로 미분양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1000가구를 분양하면 900가구는 분양이 된다. 내가 당첨된 집이 층이 낮다거나 일조량이 부족하다거나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면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2층에 당첨된 사람도 경쟁률이 수백 대 1이었다면 계약을 하겠지만 6 대 1 이러면 고민할 거다. 부동산은 흐름이 중요한데, 경쟁률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6 대 1이면 괜찮지만, 하락기라면 엄청 낮은 거다. 지금 경기권역은 경쟁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청약을 넣어본 사람은 이 하락 추세를 이미 안다. 미분양이 내년부터 하나 둘 나오고, 그 정도가 심화하면 부동산시장 전체가 정체기를 거쳐 하락기로 접어들 거다.”

    얼마나 떨어질까.

    “지금 소형 아파트는 인기가 좋아 가격이 많이 올랐고, 대형은 인기가 없어 많이 안 올랐다. 그래서 하락기에도 대형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는데 그렇지 않다. 소형은 가격도 상당히 오른 데다 초과 공급 상태라 많이 떨어질 거다. 반면 대형은 지난 10년간 거의 공급이 안 됐고 상승폭도 적었기에 하락 폭도 크지 않으리라 본다. 아마 미분양도 20평형대, 10평형대에서 나올 거다. 지금 비싼 돈 주고 소형 아파트를 사면 후회한다. 절대 사지 마라.”

    폭락도 올까.

    “어느 정도를 폭락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과거 은마아파트가 40%가량 빠졌는데 이번에도 너무 많이 올라 그 정도까지 빠질 수 있다. 집값의 하방 지지선인 전세가율을 놓고 볼 때 소형은 40~50%, 대형은 10~20% 하락하다 전세가를 만나 멈출 거다.”

    지금 무주택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선의 선택은 가만히 있으면서 버티는 거다. 다만 차이는 있다. 만약 부동산 공부를 좀 해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수도권 부동산 사이클과 반대로 움직여 이제 집값이 오르려는 지역에 투자하면 좋다. 그렇게 투자해 수익을 내다 서울 집값이 바닥을 찍을 때 싼 가격에 매입하면 최선이 될 거다.”

    부의 사다리 부동산, 기회는 또 온다

    지금 청약은 옳은 선택일까.

    “시세차익이 확실하다면 나쁘지 않다. 애매한 데는 절대 들어가선 안 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지금 프리미엄이 엄청 붙었는데 주변과 비교해 시세차익이 월등히 높다고 판단될 때만 뛰어들어야 한다.”

    지금 가장 어리석은 선택은?

    “싼 물건을 사 키 맞추기를 시도하는 거다. 빌라를 매수하는 분들이 있다. 신축빌라는 나중에 팔고 싶어도 안 팔리니 절대 사선 안 된다. 그다음으로 조심할 것이 지역주택조합이다. 수도권 어디가 3.3㎡당 2000만 원인데 1000만 원에 분양한다 이러면 엄청난 대박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물건을 사는 순간 가진 것마저 날릴 공산이 크다.”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부동산과 관련해 오를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올랐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 유일하게 남은 부의 사다리는 부동산이다. 다행히 부동산 사이클은 반복되기에 기다리면 기회는 또 온다. 부동산 사이클이 달라지려면 현 부동산 시스템을 이루는 요소인 전세제도, 선분양제도가 바뀌어야 하는데, 여러 이유로 바뀌기 어렵다고 본다. 물론 정책이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규제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시장을 알고 쓰느냐 모르고 쓰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번 정부는 시장을 제대로 알기보다 이상적 생각으로 정책을 쓰는 바람에 폭등 같은 부작용이 크게, 오래 갔다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시장 전망에 관한 더욱 자세한 내용을 담은 이현철 소장 인터뷰는 매거진동아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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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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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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