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5

2020.09.04

“1,2주 방역 정책으로 사회 갈등 키워…추석 대책도 깜깜” [허문명의 Pick]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입력2020-09-02 14: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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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 2.5단계 후 전문가 시민들 의견 들어보니

    • “장기 전략 없이 방역 수행자인 시민들 책임 묻겠다고 협박”

    • “8·15 전후 오락가락” 대책에 자영업자 인내심 한계

    • 의료 파업 중 독감 유행과 겹치면 퍼펙트 스톰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 중인 가운데 누적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7일(441명) 400명대까지 급증한 일일 신규 확진자는 닷새째(71→323→299→248→235명)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집단감염도 산발적으로 발생해 언제든 다시 증가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는 확진자 수 증감과 광화문 집회 등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 집중하고 있고, 정치권은 보조금을 주느니, 안 주느니 따지고 있다. 방역 최전선에 있어야 할 의사들은 파업 중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실시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준(準)전시상태를 느끼게 할 정도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여기에 추석 명절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확산세는 과연 꺾일 것인가. 혹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가을 대유행이 임박한 것은 아닐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상황을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자영업자들의 절망은 깊어가고, 시민들의 인내심도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멈춰버린 대한민국, 공포와 분노

    서울 명동. [뉴스1]

    서울 명동. [뉴스1]

    가장 힘든 층은 경제적 약자들이다. 생계형 자영업자와 소규모 회사는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9월 1일 낮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가 대낮인데도 너무 조용해 무섭기까지 했다. 골목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그나마 점심 장사라도 하려고 문을 열었지만 오늘 한 팀 받았다.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불가피한 조치라는 걸 이해하면서도 자영업자만 죽어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일대 토박이라는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자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잘 알고 지내던 자영업자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동양철학자인 임건순(39) 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더니 백분 공감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시간이 계속 이렇게 흘러가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공연문화예술인, 프리랜서 가운데 자살자가 속출하리라 본다. 추석 전에 사달이 날지도 모른다. 끔찍한 가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말 한계에 내몰린 상황에서 겨우 연명들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그로기(groggy)’ 상태로 버틸 수 있을까 싶다. 우리 동네도 을씨년스럽다 못해 무슨 전쟁이 난 거 같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공무원들 임금을 깎아 재난지원금 긴급 수혈 좀 해보자고 했다가 벌집 쑤신 듯 공격에 시달렸다. 사실 공무원들을 비롯해 꼬박꼬박 월급 받는 직장인들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하지 못한다. 역병과 방역을 정치적 도구로만 악용하는 듯한 정부에 대한 불신도 크다. 반년 넘게 소득이 없는 국민은 지금도 힘들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불안과 공포,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우리가 정말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이라도 갖고 있는지 시험 단계에 와 있다.” 

    실제로 국내 4대 금융지주제 카드사(신한, 하나, 우리, KB국민카드) 서울지역 가맹점 매출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8월 셋째 주(17~23일) 카드 결제금액은 3조8352억 원으로 전주(4조4996억 원) 대비 14.8% 감소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결제금액은 3조5320억 원에서 2조8377억 원으로 19.7%나 줄었다. 

    또 8월 둘째~셋째 주 사이 결제금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하나, KB국민카드 기준)은 노래방(-58.8%)이었다. 휴가 수요가 빠지면서 항공사 결제액(-50.1%)도 반토막 났고, 사우나와 피부미용실, 부동산 중개 등이 포함된 대인서비스 및 용역제공업체(-46.0%) 결제금액도 줄었다. 대중교통(-31.4%) 결제금액도 전주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둘 중 하나는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학부모가 겪는 고통도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는 가수 션과 결혼한 배우 정혜영 씨의 글이 주부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2남 2녀를 키우고 있는 정씨는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오전 6시 40분, 점심 11시 30분, 12시 30분, 저녁 6시. 초중등생은 점심시간이 나뉘어 있어 네 끼 마련하느라 힘들다’고 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양모 씨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해 코점막이 터져 속상하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고 퍼지니까 폭발 일보 직전이다. 엄마들이 한고비 잘 넘기면 더 나은 환경이 될 거라고 생각해 조심해야지 했는데, 이제는 종교활동, 시위뿐 아니라 식당까지 막으니 거의 전쟁이 난 거나 같은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했다. 

    맞벌이 부부의 고통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 3월 초만 해도 초등학생 긴급돌봄 신청 비율은 0.9%였지만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4월 말에는 4.2%, 등교수업이 시작된 6월 초에는 6.8%까지 올랐다. 초기에는 부모가 번갈아 휴가를 썼지만 점차 한계 상황이 되면서 긴급돌봄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30대 맞벌이 주부의 말이다. “아이들을 집에 혼자 둘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는 ‘둘 중 하나는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한다. 학원도 보내지 못하고 있고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은 긴급돌봄조차 보낼 수 없다. 2주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제 학교에 가나 싶었는데 더 심하게 번지기 시작했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또 다른 맞벌이 주부는 “시부모, 친정 부모 모두 지방에 계셔서 하루하루가 초죽음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조선족들이 귀국한 뒤 돌아오지 않아 베이비시터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확산 책임의 8할은 정부

    박능후 복지부 장관. [뉴시스]

    박능후 복지부 장관. [뉴시스]

    무엇보다 시민들은 정부의 방역대책이 오락가락하는 데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다. 교회나 집회가 문제이긴 했지만 방역에 실패한 것은 정부인데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는 거였다. 

    “불이 나면 불을 끌 생각을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누가 불을 냈느냐고 따지는 형국이다. 다수 국민은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예측이 안 된다. 지난 몇 달 동안 수입이 하나도 없었고,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 곧 좋아진다는 말만 갖고는 정부를 믿을 수가 없다.”(40대 공연업계 관계자) 

    “정부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체된 내수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면서 주말에 6번 외식하면 6번째 외식 때는 캐시백이나 청구할인으로 1만 원을 환급해준다며 외식을 장려하면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한 330억 원을 쓰겠다고 했다. 또 국내여행을 활성화한다면서 9월과 10월 중 숙소를 예약하면 3만 원에서 4만 원 할인쿠폰을 준다고 했다. 이렇게 코로나19가 거의 끝난 것처럼 정책을 펴다가 확진자가 급증하니까 슬그머니 철회했다. 이러니 ‘곧 끝난다’는 정부 말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느냐.”(40대 회사원) 

    한 50대 자영업자는 “당장 가장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국회는 재난지원금을 전체에 주네 마네 따지고 있다. 이런 게 신선놀음이 아니면 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의 세부사항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서는 포장만 가능하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닌 대형 커피숍이나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커피숍 역할을 하는 빵집에서는 앉아 있을 수 있다. 일반 자영업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하지만 프랜차이즈형 업소 운영자는 대부분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기도에서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의 말이다. 

    “아무리 비상상황이라고 해도 정부 정책이라는 게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시민들 피해가 최소화되는 것 아닌가. 스터디 카페만 해도 6월 정부가 발표한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 시설 중 저위험군에 속해 3단계가 되더라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면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2.5단계를 시행하면서 운영중단을 명령했다. 3단계까지 가더라도 운영할 수 있다고 해놓고 갑자기 운영하지 말라고 하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나. 하도 답답해서 주변에 알아보니 일반 독서실은 안 되고 대학 도서관 열람실은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시민으로서 기본권이 침해당하더라도 서로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데, 정부 정책을 납득할 수 없으니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이럴 바에야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 코로나19를 확실히 잡는 게 낫다. 2.5단계가 끝나는 9월 7일이 지나도 확산세가 안 꺾인다면 더는 어떻게 해야 할지, 버틸 수 있을지 두렵다.”

    3단계 시행해도 연말까지 통제 힘들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국내 확산 모델링 연구를 통해 8월 1~17일 기준 감염재생산지수(R)가 2.83이라고 발표했다. 감염자 1명이 감염시키는 주변 사람이 2.83명이라는 뜻이다. 

    2.83은 2월 대구 집단감염 당시 3.53보다 작지만 4월 말부터 5월 중순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때의 2.69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수 값이 1보다 작으면 전파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1보다 크면 확산된다는 뜻이다. 

    만약 감염지수가 2.83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연구팀 시나리오에 따르면 9월 14일 기준으로 하루에만 1만5749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누적 감염자 수는 11만3359명으로 폭등한다고 한다. 

    접촉자 수를 70% 줄여 7월 수준인 0.72로 낮출 경우 9월 14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70명으로 줄어들면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명 미만이 되는 시점은 11월 7일이고 1명 이하가 되는 시점은 12월 26일이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를 취한다 해도 연말까지는 통제가 힘들다는 얘기다. 

    다음은 기 교수와의 일문일답.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효과는? 

    “사람들 움직임은 30% 이상 줄었다. 2단계 때는 20%였다. 그만큼 국민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는 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로 줄였던 게 대구 집단감염 확산 시기로 40% 감소했다. 단계를 아무리 올린다 해도 그 이상 줄일 수는 없을 거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뭔가. 

    “8월 31일 기준 누적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확진자의 4분의 1 이상이 최근 18일 동안 나왔다는 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런 단기간 내 급증으로 코로나19 대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진단검사, 동선조사, 접촉자 추적 등 방역 전 과정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 5만 명 가운데 아직 1만 명은 검사를 못 받았다고 한다. 또 집단감염에 방역자원이 집중되다 보니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개별 감염의 경우 조사조차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동시다발로 터지는 집단감염을 제대로 쫓아가지 않으면 2, 3차 전파가 이뤄지고, 나중에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쏟아져 정부 방역대책이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 

    또 걱정되는 건 병상 부족 사태다. 일반 병상은 물론 중환자를 위한 병상까지 부족한 상태다. 당초 10월까지 준비해놓자고 했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확산된 거다. 현재 확진자의 95%가 생활센터로 가고 1.5%가 중환자실로 가는데, 중환자실은 거의 다 찼다. 위·중증환자가 연일 급증해 100명을 넘어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병상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중환자실의 의료진과 장비보다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코로나19 치료병상에 투입된다. 의사 파업까지 겹쳐 실제 가용 병상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감염병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미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경고했다. 그의 말이다. 

    “역학조사관들은 이미 8월이 되기도 전 ‘번아웃’ 상태였다. 서울의 경우 ‘깜깜이’ 환자가 30% 정도는 된다고 본다. 정부는 계속 1, 2주 상황을 보고 대책을 내겠다고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이번 주말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50명 미만으로 내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2주 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는데. 

    “현재 일일 검사 건수가 많아야 2만 건이다. 대구 2월 말~3월 수준이다. 이 정도 확산세이면 10만 건은 해야 하는데 현재 검사 대기만도 5만 건이 넘는다. 역학조사를 통한 동선 공개, 접촉자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진단키트 미확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광화문 집회 참가자에 집중하다 보니 나머지가 소홀해지고 있다. 단순히 일일 신규 확진자 수만 갖고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굵게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늦으면 늦을수록 고통이 계속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데 후폭풍이 너무 커서 그런 거 아닐까. 

    “지금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아니다. 역병은 방역으로 풀어야지, 경제 관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 내수 살린다고 돈 나눠주면서 여행가라고 하는데 이게 잡히겠느냐. 대구·경북은 2~3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4~5월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미만으로 줄었다. 그래서 경제가 다시 돌아온 거 아닌가. 

    7월 말, 8월 초가 되면 위험하다고 나를 포함해 여러 사람이 경고했는데 정부가 말을 듣지 않았다. 6월 28일 사회적 거리두기 1, 2, 3단계 시행조치를 발표할 때 구체적인 세부지침도 없었다. 자체적으로 시행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라고 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3단계를 하려고 보니 만만치 않은 거다. 

    정부가 전체 상황에 대한 전략과 구체적인 리더십을 갖고 국민과 명확히 소통해야 하는데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 중장기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1~2주짜리 정책만 있다. 

    ‘3단계=봉쇄’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봉쇄라는 건 중국 우한에서 1월에 했던 것처럼 기차, 자가용, 고속버스, 비행기를 다 올스톱시키고 시민들을 모두 집에 있게 한 뒤 가족 한 사람만 밖에 나가 생필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거다. 

    문제는 정부가 ‘나아진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방역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긴급재난지원금만 해도 당장 위기 상황이 닥쳤는데 쓸 돈이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10월 13일부터 무증상, 경증환자는 집에서 자택 격리시키겠다’고 한 발표를 보면서 확산세를 도저히 막을 수 없어 대비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학 한 바이러스 연구학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은 예견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현 상황이 난데없는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방역전략은 커브를 누르는 전략이었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서 의료 인프라가 떠받치지 못할 정도만 아니게 겨우 막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전략의 두 가지 최대 전제는 제대로 된 의료 인프라와 시민의 자발적 협조다. 시민들을 방심하게 만들면 터지게 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인 정은경 본부장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방역팀은 수장을 비롯해 처음부터 똑같은 사람이 맡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상황 파악을 제일 잘하고 있을 거다. 그 사람들을 떠받쳐온 게 의료 인프라와 시민들이었고, 고비를 잘 넘겨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 본부장 대신 여기저기서 숟가락을 놓는 사람이 많아졌다. 3단계를 하든 2.5단계를 하든 컨트롤타워가 결정하게 해야 하는데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 

    또 방역 주체인 시민들의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지나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전염병 방역의 제일 큰 비책은 사람 간 감염고리를 끊는 거다. 그것 외에는 어떤 기적도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전략의 최종 수행자는 시민인데 정부가 도와달라고 애원하지는 못할망정 걸핏하면 책임 소재를 묻겠다고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니 시민들이 화가 나지 않겠는가. 이렇게 되면 복구가 힘들다.”

    퍼펙트스톰 올 수도, 빨리 추석 명절 가이드라인 내놓아야

    지금 각국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 최고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코로나19 확산을 ‘퍼펙트스톰(대규모 위기)’이라고 평가하면서 “팬데믹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올가을 미국 상황은 3~4월과 비슷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면역학계 권위자인 마크 월포트 박사는 8월 22일 영국 BBC 라디오 4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천연두처럼 백신으로 종식될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위기라고 하지만 겨울에 독감이 같이 유행하는 소위 ‘트윈데믹(twindemic)’이 오면 진짜 재난이 된다. 사태가 매우 엄중한데 우리는 아직도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김우주 교수는 말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지금 잡지 못하면 다가오는 추석 명절 대이동과 겨울 독감 유행까지 겹쳐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9월에도 계속 100명 이상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 명절에도 이동을 제한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기모란 교수는 “하루빨리 명절 대응과 독감백신 접종에 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짤 때”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학교도 문을 닫아 3월마다 유행하던 B형 독감이 올해는 잠잠했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호주처럼 독감에 안 걸리고 코로나19도 잘 관리하는 건데, 최악의 경우 남미처럼 독감인지 코로나인지 모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독감백신 접종이나 명절 대응 등 구체적인 매뉴얼을 짜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명절 때 어떻게 할 건지 국민 방역수칙을 빨리 정해 알려야 한다. 독감백신의 경우 현재 우리가 확보한 물량의 최대 접종률이 60%이다. 호주는 82.5%였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독감백신을 노인이나 학생이 우선 접종했는데 이 기준을 좀 더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당뇨가 있는 요양보호사’처럼 기저질환이 있으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케어하는 사람들은 감염될 경우 본인도 위험하지만 주변 사람까지 위험해진다. 이런 사람들부터 빨리 찾아서 독감백신을 접종하게 하는 등 매우 디테일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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