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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커 프로젝트

한옥 처마 곡선으로 그려낸 꽃을 닮은 건축

경기 용인시 아키피오레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한옥 처마 곡선으로 그려낸 꽃을 닮은 건축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한옥 처마 곡선으로 그려낸  꽃을 닮은 건축
사각형 아니면 원형 건축에만 익숙한 사람에겐 휘둥그레질 전면(파사드)이었다. 별 모양 같기도 하고 눈꽃 모양 같기도 하다. 건축물 명칭이 ‘아키피오레(Archi-Fiore)’. 이탈리아어로 아키(Archi·아르키)는 건축을 뜻하는 아르키테투라(architettura)의 접두어고 피오레(fiore)는 꽃이다. 그래서 ‘건축으로 구현한 꽃’이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 

단, 아키피오레는 꽃처럼 화려하긴 한데 원형 대칭을 이루진 않는다. 꽃잎을 이루는 곡선이 비대칭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니 ‘비대칭의 대칭’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분명 파격적이긴 하나 왠지 모를 편안함을 안겨준다. 이유가 뭘까. 


한옥 처마 곡선으로 그려낸  꽃을 닮은 건축
그 꽃잎의 곡선에 비밀이 숨겨 있었다. 이를 설계한 김효만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평소 한국적 건축미학의 정점을 한옥 처마에 구현된 오목한 곡선이라 생각해왔다”며 “아키피오레 파사드의 외곽선은 이를 현대 건축의 외형에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살짝 아래로 처지는 곡선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마이너스 곡선’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니까 한옥 처마의 곡선으로 그려낸 꽃을 닮은 건축이기에 이질감이 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왜 이렇게 파격적인 외형이 필요했을까. 아키피오레는 주택가에 위치한 주상복합건축이다. 1~2층은 카페, 3층은 사무실, 4~5층은 건축주(박수호 씨)의 주택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1~2층 카페로 손님을 유입시키려면 주변 빌라 건물과 차별성을 확보해야 했다.


역삼각형 대지 위에 핀 해바라기

1 도로변과 바로 접한 엘리베이터와 계단. 2 2층 카페공간에서 바라본 용인시 실내체육관. 3 4층 주거공간으로 들어설 때 만나는 뜨락 위로 하늘이 내려 앉는다. 4 2층 카페의 내부.[조영철 기자]

1 도로변과 바로 접한 엘리베이터와 계단. 2 2층 카페공간에서 바라본 용인시 실내체육관. 3 4층 주거공간으로 들어설 때 만나는 뜨락 위로 하늘이 내려 앉는다. 4 2층 카페의 내부.[조영철 기자]

게다가 왕복 4차로의 맞은편에는 여자프로농구팀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용인시 실내체육관이 자리하고 있다. 압도적 위용을 자랑하는 원형 경기장이다. 지역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이 대형건축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건축적 존재감을 우뚝 세워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원형 경기장의 핵심을 이루는 곡선으로 조형감을 부여하되, 안으로 휘감아 도는 플러스 곡면이 아니라 밖으로 뻗쳐 나가는 마이너스 곡면으로 대조적인 느낌을 부여한 것이다. 노출콘크리트 외관에 다시 회색과 미색이 교차하는 메탈 톤의 일리디움판을 씌운 것 역시 원형 경기장의 외관이 불소 코팅된 알루미늄인 점을 감안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설계였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아키피오레는 해바라기를 닮은 꽃이다. 전체 꽃 크기에 비해 꽃받침이나 씨방이 납작한 해바라기처럼 아키피오레 역시 파사드는 화려하지만 그 측면이나 뒷면은 상대적으로 좁다. 대지 자체가 역삼각형 구조로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가면 대로변을 접한 창가 쪽이 넓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진다. 

붉은 빛이 도는 투명 엘리베이터와 지그재그형의 계단을 파사드에 배치한 것 역시 이런 역삼각형 대지를 감안해 공간 활용도와 건축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려는 이중 포석의 산물이었다. 넓은 수평면을 자랑하는 파사드를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와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계단을 도로변에 바로 연결시킨 것도 보행자의 자연스러운 유입을 위한 것이다. 

뒤 공간이 좁아 자연스럽게 여백의 미가 발현되기도 했다. 파사드 오른편에 뻥 뚫린 공간이다. 건물 아래서 올려다보면 그 공간으로 파란 하늘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늘을 품기 위해 이 공간을 양보한 것일까.


하늘과 공중정원을 품은 주거 공간

5 4층 주거공간의 채광창에서 
내다보이는 뜨락의 풍광. 6 푸른 잔디가 깔린 뜨락의 디딤돌을 따라가면 주거공간이 나온다. 7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조영철 기자]

5 4층 주거공간의 채광창에서 내다보이는 뜨락의 풍광. 6 푸른 잔디가 깔린 뜨락의 디딤돌을 따라가면 주거공간이 나온다. 7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조영철 기자]

5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에서도 정원이 내다보인다(왼쪽). 남쪽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활용한 계단형 독서 공간.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5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에서도 정원이 내다보인다(왼쪽). 남쪽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활용한 계단형 독서 공간.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1~3층 상업공간과 4~5층 주거공간이 확연히 구분된다. 이를 구분 짓는 것이 옥상마당이다. 주거공간에 들어서면 첫 번째 마주하는 것이 잔디가 심긴 작은 규모의 뜨락이다. 그 좁은 공간의 천장을 과감히 뚫어 하늘을 품은 것이다. 

그 대신 좀 더 공간이 넓은 왼편에 스튜디오 형태의 아늑한 주거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2층으로 구성됐지만 층 간 공간이 뚫려 있고 그 위에 다락방이 하나 더 있어 2.5층으로 이뤄진 주거공간은 요트를 연상케 했다. 


4층과 5층을 뚫은 시원한 주거공간의 내부. 요트의 뱃머리를 연상케 하는 층 간 공간은 아키피오레의 외관에 적용된 처마곡선을 실내에 적용한 것이다.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4층과 5층을 뚫은 시원한 주거공간의 내부. 요트의 뱃머리를 연상케 하는 층 간 공간은 아키피오레의 외관에 적용된 처마곡선을 실내에 적용한 것이다.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아키피오레의 야경.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아키피오레의 야경. [사진 제공 · 이로재김효만건축사사무소]

거실과 부엌, 부부 침실로 이뤄진 4층에서 아이들 방이 있는 5층으로 연결된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마치 요트의 뱃머리와도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영화 ‘타이타닉’의 뱃머리 러브신이 떠올랐다. 그 뒤편으로 침실이 2개 있고 다시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아이들 놀이방으로 쓰일 만한 작은 다락방이 나온다. 옥상과 연결된 이 다락방은 요트의 돛대에 설치된 조망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요트의 뱃머리를 감안하지는 않았지만 역동감을 부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뱃머리처럼 느껴진 곳은 사실 아키피오레의 파사드를 구성한 한옥의 처마 곡선을 실내에도 적용한 겁니다. 외부와 내부가 상호 조응하게 한 거죠.”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뱃머리를 형상화했다고 생각한 2층 난간에도 마이너스 곡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건축의 겉과 속이 일이관지(一以貫之)하고 있었던 것이다. 

4층 뜨락에서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다락방과 만나는 옥상정원이 다시 펼쳐진다. 소규모 야외파티가 가능한 규모다. 아키피오레는 상업적 목적의 화려한 외관을 지녔지만 동시에 2개의 공중정원도 갖춘 자연친화적 공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중층의 매력을 지닌 복합적 건축물이었다.






주간동아 2019.09.20 1206호(창간기념호②) (p50~55)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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