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2015.03.09

당신의 봄은 안녕한가요?

계절을 즐기는 방법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trendhitchhiking@gmail.com

    입력2015-03-09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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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봄은 안녕한가요?
    드디어 진짜 봄이 왔다. 사계절 가운데 유독 봄을 더 설레며 맞는 것 같다. 겨울 다음이라 확실히 반전 효과가 크다. 움츠렸던 몸도 쫙 펴질 듯하고, 기분 좋게 여행을 갈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봄에는 비마저 더 싱그럽다. 하여간 봄이 오는 3월은 1년 중 한 번 맞는 특별한 시기다.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그냥 기분이 좋다.

    계절에 맞춰 뭔가를 한다는 것은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사소한 것에 감사를 느끼고 축하도 하며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태도를 가진 이일수록 웃을 기회도 많다. 물론 봄이 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사는 사람도 분명 있다. 하지만 봄을 맞을 정도의 여유조차 없다면 인생이 너무 팍팍하지 않을까. 진짜 제대로 된 사치는 돈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로부터 시작하는 거다.

    봄 하면 떠오르는 것

    안타깝게도 봄은 황사의 계절이다. 미세먼지도 봄이면 더 기승을 부린다. 꽃 피고 새싹 돋는 싱그러운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던 봄이 어느 순간부터 황사와 미세먼지로 퇴색하고 있다. 공기청정기나 마스크, 머플러가 반사이익을 보고 결정적으로 돼지삼겹살이 몸값을 올리며 귀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봄맞이 등산도 많이 가니 아웃도어 업계도 반가워할 시기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조금은 녹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계절이 봄이다.

    겨우내 추위 때문에 캠핑을 떠나지 못한 40대 가장은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본격적인 캠핑 전선에 뛰어들 계절이다. 40대 아빠가 집에만 있으면 가족에게 인기가 별로 없다. 하지만 캠핑을 떠나는 순간 온가족의 기둥이자 가족을 먹여 살리는 존재감이 극대화한다. 평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은 가득하지만, 늘 밤늦도록 일하거나 취한 모습으로 들어오고 주말에 잠만 자는 모습으로는 서먹한 거리감만 쌓을 뿐이다. 캠핑을 가면 텐트를 치는 것도,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운전을 하는 것도 다 아빠 몫이 아니던가. 캠핑을 떠나는 순간 아빠의 존재감이자 매력이 순식간에 터져 나온다. 하여간 봄을 잘 활용하는 40대 가장이 진정한 위너다.



    직장 내 ‘썸 타는’ 남녀에게도 봄은 좋은 시기다. 봄바람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싱그러운 날씨에 기분이 좋아지고, 따스한 바람까지 불면 야외 나들이를 하기에 딱인 만큼 드라이브나 소풍을 나가면 썸 타는 사이도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다. 하여간 봄엔 각종 이벤트와 행사, 전시회, 볼거리, 놀 거리가 많다. 과일에 김밥과 스파클링 와인 한 병을 챙기고 파릇한 잔디가 돋아난 풀밭에 돗자리를 깐 뒤 풀밭 위 식사를 구현해도 좋다. 어디 멀리 가지 않고 그냥 서울 용산가족공원 같은 도심 속 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것도 좋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오랜만에 풀밭에 마주 앉아 여유를 부리며 수다 떨고 웃고 먹고 오는 게 목적이니까. 나른하면 잠시 눈을 붙여도 괜찮고, 무릎을 베고 누워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어도 좋다.

    춘곤증이란 말이 좋다. 봄의 따스함이 몰고 오는 포만감 다음의 나른함을 즐겨보자. 직장인이라면 대놓고 낮잠을 잘 수는 없겠지만, 잠시 눈을 감고 있거나 멍 때리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어 보자. 오후에 누리는 일상의 작은 쉼표일 수 있으니.

    물론 봄이라고 낭만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춘투’라 부르는 임금협상 때문에 머리 좀 아픈 이들도 있을 거다. 올봄에는 스마트워치를 둘러싼 춘투도 가시화됐다. 정보기술(IT) 업계와 시계 업계, 스포츠 및 패션, 의료 업계 등이 두루두루 연결된, 시계 아닌 듯한 시계와의 썸 타는 시즌이 본격화할 시기도 바로 올봄이다. 애플워치 출시 시기가 다가왔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 화웨이와 미국, 일본의 유수 IT 기업들도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번 봄은 소비 위축과 대외적인 경제 악재 속에서 기업들이 더더욱 고심할 시기이기도 하다.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운을 뗄까 고심 중이고, 생존에 대한 고민도 더 커진 시점이다. 물론, 그래도 봄은 봄이다.

    당신의 봄은 안녕한가요?

    봄바람 따라 가까운 공원으로 소풍을 떠나보자.

    우리 집은 ‘입춘대길’이라고 쓴 종이를 문 앞에 붙이는 것으로 봄맞이 준비를 시작했다. 꽃집에 들러 봄에 어울리는 꽃으로 꽃병을 채우는 것도 빠뜨릴 수 없으며, 겨우내 입은 두꺼운 옷을 집어넣고 화사한 봄옷을 꺼내는 옷장 정리도 봄맞이의 일환이다. 산뜻하고 화사한 봄옷을 새로 사지 못한다면, 옷장을 정리하며 어떤 옷을 어떻게 매치해 입을까를 고민해보자. 그런 게 일상의 즐거움이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잘 찾는 사람이 결국 큰 행복도 잘 찾을 수 있다.

    봄에 쓰면 좋을 예쁜 접시를 꺼내고, 집 안을 감싸는 음악도 바꿔보자. 장바구니에는 냉이나 달래 같은 봄나물을 담는다.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반찬가게에서 파는 냉이나 달래 반찬으로도 충분하다. 달래는 잘 씻어 샐러드로 먹거나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냉이는 된장국에 넣으면 풍미가 더 살아난다. 특별한 요리랄 것도 없이 늘 하던 요리에 살짝 넣어주기만 해도 식탁 위에 봄 냄새를 풍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봄나물전을 부쳐 먹는다. 물론 달달한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야 한다. ‘킨포크’가 별 게 아니다. 가까운 사람끼리 모여 밥해 먹고 수다를 떨며 일상을 공유하는 문화다. 그러니 미국식 상차림이나 예쁜 접시를 탐할 게 아니라, 가까운 사람과 한국식으로 즐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많은 사람이 ‘킨포크’라는 미국 잡지 속 이미지만 따라 하려 하는데 가까운 사람끼리 모여 같이 화전을 부쳐 먹고, 큰 그릇에 달래를 비벼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게 바로 한국식 킨포크다.

    미세먼지도 못 막는 봄의 미학

    봄은 씨 뿌리는 계절이다. 요즘 도시농업에 관심을 가진 이가 많다. 얼마 전 한강 밤섬 텃밭 분양을 놓쳤다. 서울에 있는 작은 섬이자 한강에 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 더욱 탐이 났다. 6.6㎡(2평)씩 분양했는데 매년 경쟁률이 3 대 1이 넘는다고 한다. 이곳에 토마토, 감자, 배추를 심을 계획이었다. 텃밭을 분양받은 이들은 이번 봄에 아주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을 거다. 뭘 심지, 너무 많이 수확하면 어쩌지, 누구와 나눠 먹지 등 별의별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거다. 밤섬 말고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심 텃밭이 여러 곳 있다. 작은 땅이지만 직접 씨를 뿌리고 농사짓는 체험을 하는 건 꽤나 즐거운 일상을 만드는 한 방법이다. 수확의 기쁨은 가을에 얻겠지만 봄엔 씨 뿌리고 땅 일구는, 고단해도 유쾌한 기쁨을 누리기에 좋다. 하여간 봄은 그럴 수 있는 계절이다.

    이번 봄엔 어디로 떠날지 가족끼리 머리 맞대고 궁리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산도 좋고, 조용한 휴양지도 좋다. KTX 호남 노선이 개통되니 그때 맞춰 전라도 여행을 계획해보자. 이번 주말에는 군산이나 광주, 목포 등지로 맛집을 찾아가는 미식 여행을 다녀오자. 올해 긴 연휴가 될 시기를 미리 살펴보고 항공권을 예약해두는 것도 좋다. 특히 마일리지 항공권을 쓸 거라면 일찌감치 예약을 해둬야 한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흥이 난다. 원래 여행은 가기 전에 더 설레는 법이니까. 일상은 그렇게 풍요로워지는 거다.

    당신의 봄, 그냥 지나가게 하지 말자. 일상의 풍요로움을 놓치는 것도 인생의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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