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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따뜻하다, 익숙한 그 목소리

김광석 4집 리마스터링 재발매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따뜻하다, 익숙한 그 목소리

따뜻하다, 익숙한 그 목소리

12월 15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CGV 청담씨네시티 MCUBE(엠큐브)에서 열린 고(故) 김광석 4집 리마스터링 LP 음악감상회.

중고 LP 시장에서 김광석 앨범은 상당히 고가에 거래된다. 김현식, 유재하 등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이들의 LP에 비해서도 비싼 편이다. 그나마도 없어서 못 구할 정도다. 동시대 히트곡이 많았던 게 한 이유다. 2집에 담긴 ‘사랑했지만’을 기점으로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의 앨범들은 대학가 술집에서 언제나 울려 퍼지곤 했다. 1993년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내가 술집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음반은 첫 번째 리메이크 앨범 ‘다시 부르기’와 ‘일어나’ ‘서른 즈음에’가 담긴 4집이었다. 정확하게 표현해야겠다. 자주 들었던 음반이 아니다. 자주 들렸던 음반이다.

김광석이 그룹 ‘동물원’으로 데뷔한 게 1987년이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게 96년이다. 정확히 10년을 그는 가요계에 몸담았다. 그 기간 히트했던 노래와 앨범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천 곡, 수백 장일 것이다. 그러나 당시 어떤 음반도 김광석 작품만큼 고가에 거래되지는 않는다.

다른 노래들에 비해 김광석의 노래들은 유독 소리로서 되살아나곤 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이등병의 편지’가 다시 인기를 얻은 게 대표적이다. ‘서른 즈음에’는 생전의 모습과 목소리가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아이유와의 협연으로 되살아나기까지 했다. 요컨대 김광석 음악은 다른 목소리로 대체될 수 있을지언정 그가 남긴 소리는 그럴 수 없다는 무의식이 그를 끊임없이 소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것이야말로 생전의 소리를 그 시대의 추억을 곁들여 느낄 수 있는 LP에 대한 수요가 유독 많은 이유일 것이다.

1994년 나온 김광석 4집은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마지막으로 LP로 발매된 음반이다. 정규 앨범으로도 마지막 작품이다. 이듬해 발매된 ‘다시 부르기2’는 리메이크 앨범이자 CD와 카세트테이프로만 나왔다. 그해부터 대부분 음반사에서 LP를 찍지 않았던 탓이다. 더불어 ‘서른 즈음에’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거의 전곡이 사랑받은 덕분에 이 앨범은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중고 LP가 됐다. 거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그 김광석 4집이 최근 리마스터링 작업으로 재발매됐다. 11월에 3000장 한정예약을 받았고 이틀 만에 마감됐다. 오리지널 커버 대신 그가 하모니카를 불며 공연하는 흑백사진이 겉을 장식한다. 오리지널 커버는 속지로 삽입됐다. ‘일어나’ 자필 악보와 그가 팬들에게 남긴 엽서도 있다.



중요한 건 소리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과거의 소리를 되만질 때는 흔히 현대적으로 가다듬는다. 그러나 다시 찾아온 김광석 4집은 몇 년 전 전집 리마스터링에 비해 더 아날로그적인 느낌에 가깝게 들린다. 당대 손꼽히는 편곡자였던 조동익의 편곡과 최고의 녹음 공간이던 서울스튜디오에서 담긴 소리들이 원형 그대로 담겼다.

우리 귀에 익숙한 그의 목소리에 비해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반대의 뜻 또한 아니다. 분명히 김광석이되, 1994년 소리와는 다른 그것을 이 LP 속 김광석은 들려준다. 턴테이블에 음반을 걸어놓고 다시 김광석을 듣는다. 익숙한 소리가 아니기에 더욱 집중해서 듣는다. 강승원, 김형석, 이무하 등 앨범 크레디트를 채운 작곡가 이름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이 앨범을 듣는다. 20년 전 그의 음악이 2014년을 마무리한다. 그때와 같은 크기의 LP로. 따뜻하다. 그립다.



주간동아 968호 (p78~78)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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