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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7~8% 성장 ‘신창타이’ 연착륙하나

중국 10% 안팎 고속 성장 브레이크…우리 기업 변화에 잘 대처해야

  •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lcy@lgeri.com

7~8% 성장 ‘신창타이’ 연착륙하나

‘신창타이(新常態).’ ‘새로운 상태’라는 뜻의 이 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에서 회자되던 ‘뉴노멀(New Normal)’의 중국식 표현이다. 어느새 서구에서는 철 지난 유행어 취급을 받는 이 말이 최근 중국에서는 시진핑 체제하 경제정책 패러다임의 핵심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5월 중순 시 주석 본인이 “중국 경제가 새로운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부터다.

중국 정부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신창타이 국면에서 중국 경제는 30여 년간 지속된 성장률 10% 안팎의 고속 성장 단계에서 벗어나 성장률 7~8%의 ‘중고속 성장’ 단계에 들어선다. 경제 구조로 보면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되고, 투자나 수출보다 소비가 성장을 이끌며,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줄어들고, 소득 분배가 개선되는 등의 변화를 겪게 된다. 또한 자본이나 노동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늘리는 대신 기술 수준을 제고하는 게 경제 성장의 원천이 된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요인들

아예 중국 경제라는 판 자체를 깰지도 모르는 도전 요인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급랭하거나,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가 관리 범위를 벗어나거나, 그림자 금융을 비롯한 금융 리스크가 경제 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 등이다. 앞서 성장률 하락이 경제 법칙에 의거한 전망이라면 이들 도전 요인의 존재는 객관적 사실이다. 도농 격차 축소나 소득 분배 개선 같은 질적인 부분에는 여러 정책 수단을 통해 중국 정부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도 담겼다.

이렇게 보면 상황은 간단하다. 과연 중국 정부는 갖가지 도전 요인을 제어해가며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성장률 하락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바로 이 질문에서 신창타이 단계의 명암이 갈릴 것이다. 국정운영 능력에 따라 경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경제 체질이 개선되는 최상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경제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가운데 성장률만 급락하는 위기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신창타이로의 전환이 무난하게 이뤄진다 해도 전환기의 고통은 일정 부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먼저 경제 체질 개선부터 보자. 이러한 개선 과정은 성장축이 투자나 수출에서 소비로, 전통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이나 첨단제조업으로 이동하는 것과 맞물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성장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해가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반면, 기존 산업의 사양화는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축이 제구실을 하기 전에 과거 성장축이 먼저 무너진다면 성장률은 오히려 급락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성장의 골짜기’ 문제가 있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부작용 없는 성장률의 최고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구 고령화나 생산가능인구 감소 같은 인구 요인의 변화 또는 ‘후발자 이득’(경제가 뒤처진 나라가 앞선 나라의 경험을 배움으로써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이점) 약화 등을 고려할 때, 신창타이 단계에서 중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 둔화 추세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금융위기 직후 도입된 강력한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으로 과잉 설비와 과잉 재고 현상이 잠재해 있다는 점. 이러한 과잉 상황이 제조업 설비투자나 부동산 투자의 발목을 잡아 향후 상당 기간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돌 수도 있다.

7~8% 성장 ‘신창타이’ 연착륙하나
중국 정부는 성장률 하락이 크지 않는 한 섣부른 경기부양을 삼가고 체질 개선을 위한 개혁 작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는 생각이지만, 경제 체제 전체를 뒤흔들 만한 리스크 요인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범한 태도를 견지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성장률의 부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론 압력에 굴복해 또다시 단기적 경기부양에 나선다면 그간의 체질 개선 작업 성과는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오히려 향후 개혁 추진에 대한 저항을 키우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 단계로 이행하면 비즈니스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개연성이 높다. 소비와 내수를 늘리려는 정책적 노력은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테고, 이는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다. 다시 말해 외부 세계가 중국 경제를 보는 관점 자체가 ‘값싼 노동력을 자랑하는 세계의 공장’에서 ‘엄청난 중산층을 지닌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확연히 옮겨갈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연평균 총소비지출 규모는 보수적인 가정을 따르더라도 향후 5년간(2014~2019) 평균 7.9조 달러로 최근 5년간(2009~2014) 평균 3.9조 달러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그래프1 참조).

그렇다고 개별 기업에게 사업 기회가 많아진다거나 사업 전망이 좋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의 수가 경제 규모 확대 속도 못지않게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획득 경쟁도 한층 가열될 공산이 크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 내 기업 수는 미국과 비슷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의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그래프2 참조). 중국 정부가 펼치는 민간기업 육성이나 창업 장려 등의 정책을 고려할 때 중국 내 기업 수 증가세는 당장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환경은 갈수록 까다로워

중국 경제의 이러한 구조 변화와 체질 개선은 특히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현지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영업망이나 협력업체 네트워크가 훨씬 폭넓은 현지 기업들은 경제 환경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지불하며 적응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해 대응하는 작업 역시 이들 기업이 생래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다.

이렇듯 두루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일 우리 기업들은 이제 ‘왜 중국 사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냉정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좀 더 분명하고 현실적인 사업 목표 없이는 성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과거 중국 사업 황금기에는 외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중국 시장에 없는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환영받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시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시장 환경에서 경영 자원의 지속적인 투입 없이 브랜드, 매출, 이익을 모두 챙기겠다는 건 비현실적인 목표가 되기 십상이다. 빠르게 변하는 중국 고객의 수요를 재빨리 포착하는 현지 감성을 갖추고,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으로 좋은 타이밍에 제공하는 사업의 기본을 완벽히 이행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조차 없는 곳, 그것이 신창타이 시대의 중국, 즉 ‘넥스트 차이나(Next-China)’ 시장이다.



주간동아 962호 (p38~39)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lcy@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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