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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무원? 대기업? 내가 젊다면 벤처에 던진다”

‘금융계 고졸 신화’ 김한옥 KB인베스트먼트 사장

  • 최호열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nnypapa@donga.com

“공무원? 대기업? 내가 젊다면 벤처에 던진다”

“공무원? 대기업? 내가 젊다면 벤처에 던진다”


청년 일자리가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선 입버릇처럼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지만 성과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양질의 일자리를 달라는 청년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한옥(58) KB인베스트먼트 사장을 만난 이유다. 그는 대졸자는 물론 석·박사, MBA 출신이 득실거리는 메이저 금융그룹에서 고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부행장을 거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숨은 유망 기업을 발굴, 지원하는 국내 최고 벤처캐피털회사 수장이다. KB국민은행 연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대학 CEO 과정에서도 그의 성공 노하우와 리더십을 듣기 위한 특강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그라면 청년에게 유익한 조언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무형의 차별 딛고 ‘감성경영’

서울 청담동 집무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또래들이 염색을 해서라도 나이 듦을 감추려는 것과 달리 백발이 성성했다. 그 대신 미소 가득한 얼굴이 편안한 느낌을 줬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과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가 그의 성공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회생활 출발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지방 상고를 졸업한 데다, 군을 제대하면서 입사시험에 합격해 또래보다 2년이나 뒤처졌던 것. 게다가 대학을 졸업한 동년배들이 입사하자 또다시 그들에게 밀렸다.

“반드시 따라잡겠다고 결심했어요. 제 나름의 인생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틈틈이 공부했죠. 대졸자들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책임자자격고시를 한 번에 합격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또한 위로 올라갈수록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상사들의 언행을 유심히 살피면서 좋은 면을 배우려고 노력했죠. 급할 때는 손바닥에 메모할 정도였어요.”

그는 어디서나 최고 능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지점장 시절 소속된 그룹에서 몇 차례나 전국 1위 성과를 올렸고, 사내 최고상인 ‘국은인 대상’도 수상했다. 최초로 서울 근무 경험 없이 지방에서 임원(본부장)으로 승진해 서울로 올라오는 기록도 세웠다. 본부장이 돼서도 지역본부 만족도 조사에서 전국 1등을 차지했다. 그는 ‘감성경영’이 비결이라고 했다.

“감성경영은 거창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직원들을 사랑하는 거예요. 직원과 함께 고객을 만날 때면 저는 그 직원이 우리 회사 최고 인재며, 이 분야에서 최고전문가라고 자랑하죠. 그럼 직원 체면도 살고 영업에도 도움이 돼요. 또한 직원이 야근하는 날을 이용해 그의 가족을 불러 저녁을 대접하면서 직원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말을 전해요. 그동안 회사 일로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느라 가족에게 다소 소홀했던 직원의 체면을 살려주는 거죠. 그러면 직원의 사기가 올라가 더 열심히 일해요.”

정상 자리에 오르기까지 왜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차장 승진까지는 빨랐지만 지점장 승진은 1년 뒤처지는 등 위로 올라갈수록 학력이라는 무형의 차별을 느꼈다고 한다.

“힘들 때 고민을 털어놓을 고졸 출신 선배가 많지 않았어요. 뭐든 저 혼자 해결해야 했죠.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졸 출신 후배들을 불러 격려하곤 해요. 그들에게 ‘학력은 핑계거리다, 항상 긍정적 사고와 겸손한 자세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 ‘계획은 세밀하게, 실천은 대담하게, 확인은 철저하게 업무를 추진하라’고 충고합니다. 열정을 갖고 일하다 보면 상사와 동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밖에 없어요. 저는 이게 학력, 학벌 차이를 뛰어넘는 성공을 위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국민은행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으로 일하던 그는 2011년 초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국내외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원하는 투자를 주 업무로 한다.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인사, 재무, 마케팅, 전략 등 포괄적 경영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2년간 680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그중 106개 기업(2012년 6월 말 현재)이 코스닥에 상장됐다. 코스닥 전체 상장기업 1012개 가운데 10.5%에 해당한다. 현재도 120여 개 기업에 투자하는 등 국내 벤처 및 사모투자펀드(PEF) 투자 시장을 선도한다.

“공무원? 대기업? 내가 젊다면 벤처에 던진다”

KB인베스트먼트는 포스코와 한화 협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200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2월 16일 결성식을 가졌다. 오른쪽 네 번째가 김한옥 KB인베스트먼트 사장.

그는 취임한 지 2년이 채 안 되는 동안 6750억 원이던 관리자산(AUM)을 2배 이상 증가한 1조4600억 원으로 성장시켜 안정적 수익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2012년 9월 말 현재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1276억 원), 관리자산기준 2위, 투자기업 상장 실적 업계 최다를 기록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은행에서 주로 기업금융을 담당했는데, 대출을 넘어 투자를 할 수 있는 이 일에 큰 기쁨과 보람을 느껴요. 2014년 말까지 관리자산을 2조 원 규모로 늘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투자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에요.”

꿈과 열정은 청년의 경쟁력

K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게 프로젝트파이낸싱(PE)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이라도 세계무대에서는 작은 기업에 지나지 않아 계속 자금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글로벌파트너십펀드 4750억 원을 조성해 KT의 외국 통신기업 투자를 지원하고, 동반성장펀드 2000억 원을 조성해 포스코와 한화 협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KB금융그룹 차원에서 ‘KB히든스타500’ 기업을 운영 중이다.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우량 중소·중견기업을 발굴, 지원하는 제도다. 8월 현재 181개 사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500개 기업을 선정,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에게 고졸이든 대졸이든 ‘꿈’을 키우라고 충고했다. 공무원시험 합격, 대기업 취업만이 길은 아니라는 것. 그는 앞으로 성장할 사업에 눈을 돌리라고 권했다. 특히 차세대 정보기술(IT), 생명산업(바이오, 신약개발, 의료장비, 전문 의료서비스), 녹색성장산업(대체에너지, 신재생에너지, 환경친화 신소재, 폐기물 재생기술, 환경친화 농업기술) 등은 미래가치가 높기 때문에 지금은 비록 작은 회사라도 핵심기술이 있거나 미래가치 기술을 가진 벤처라면 자기 자신을 투자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더 충고하자면 벤처창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창업을 지원해주는 곳은 많아요. 우리 회사도 지난해 150억 원을 조성해 청년창업펀드를 만들었어요. 아이이어만 좋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준비가 돼 있죠. 꿈을 크게 갖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열정을 품길 바라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후배에게 꼭 이루고 싶은 꿈을 수첩에 적어 가슴에 품고 다니라고 조언해요. 수첩을 볼 때마다 그 꿈을 보게 되니까요. 사고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습관을 낳고, 습관은 인격을 만들고, 그 인격은 인생과 운명을 바꿉니다.”



주간동아 861호 (p22~23)

최호열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nn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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