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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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주인공 랩의 인생 이야기

뮤지컬 ‘위드아웃유’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2-02-20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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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트’ 주인공 랩의 인생 이야기
    모노뮤지컬 ‘위드아웃유(Without You)’는 뮤지컬 ‘렌트’의 주인공 ‘마크’를 연기했던 앤서니 랩의 자전적 이야기다. 예술가의 삶은 종종 그 자체를 무대에 올려도 될 만큼 파란만장하다. 앤서니 랩의 여정도 그렇다.

    랩은 ‘스타벅스’에서 일하던 중 ‘렌트’ 오디션에 합격하고, 작품의 성공과 함께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적잖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 스토리만 부각했다면 배우의 삶을 소재로 한 여느 뮤지컬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의 죽음이다. 제목 ‘Without You’에서 ‘You’는 ‘렌트’의 작곡가인 조너선 라슨과 랩의 어머니를 가리킨다. 그들은 랩의 예술가로서의 삶과 일상에서 함께했던 사람들로, 그를 남겨놓은 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뮤지컬은 그들에 대한 애도의 표현인 동시에 랩 자신을 위한 일종의 세러피다.

    작품은 랩의 ‘배우’와 ‘아들’로서의 삶을 동시에 조명한다. 그가 라슨과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연 작업에 임한 과정, 프리뷰를 앞두고 라슨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으로 극장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사건, 뮤지컬 배우 활동을 지지한 어머니에게 동성 애인을 소개하고 이해시켜야 했던 상황, 암 투병하는 어머니를 두고 공연하러 뉴욕으로 떠나야 했던 심정, 어머니의 죽음에 직면했을 때의 절망감 등을 묘사한다.

    ‘렌트’ 주인공 랩의 인생 이야기
    랩 자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그가 직접 극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이 무엇보다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일종의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형식으로 ‘One Song Glory’ ‘La Vie Boheme’ ‘Seasons of Love’ ‘Without You’ 등 ‘렌트’의 노래들과 함께 그가 오디션에서 불렀던 새롭게 작곡한 곡들도 선보인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잔잔하지만 간간이 유머도 곁들여 웃음을 유발한다. 라슨과 어머니의 목소리, 표정 등을 흉내 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도 흥미롭다.



    뮤지컬 ‘렌트’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이 원작으로, 19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를 배경으로 한 록 뮤지컬이다. 퓰리처상과 토니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랩이 연기한 마크는 영화 제작을 꿈꾸는 비디오 아티스트로, 동료들의 모습을 끊임없이 촬영하는 관찰자적 성격도 보여준다.

    ‘렌트’가 에이즈 같은 질병과 가난 등의 문제를 떠안고 사는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렸듯, ‘위드아웃유’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실감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하는 랩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예술가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방점들이 사실은 가장 큰 상처이기도 했던 이야기를 직접 펼쳐 보이는 것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랩의 매력적인 음색과 작지만 존재감 있는 에너지가 돋보이는 공연이다. 3월 4일까지, 상상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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