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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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과 건강 기대하며 새해를 묻다

‘점쟁이’

  • 입력2012-01-02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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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운과 건강 기대하며 새해를 묻다

    ‘점쟁이’, 라투르, 1632~1635년경, 캔버스에 유채, 102×123,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해 가슴속에 커다란 희망을 품는다. 어제와 다른 날들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하다. 신은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셨지만 지난해를 돌아보면 후회밖에 남는 것이 없어서다. 그렇기에 사람은 좀 더 잘 살아보고자 점쟁이를 찾는다.

    미래가 궁금해 점쟁이를 찾아간 청년을 그린 작품이 조르주 드 라투르(1593~1652)의 ‘점쟁이’다. 이 작품은 풍속화로, 속임수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인들 사이에서 한 청년이 손을 내밀고 서 있고 터번을 쓴 못생긴 여인이 청년의 손금을 본다. 터번과 어깨 한쪽으로 끈을 묶은 여인의 옷은 그가 집시로서 점쟁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청년의 모자와 리본 장식이 있는 옷은 그가 귀족임을 나타낸다. 여자가 여러 명인 것은 집시들이 모여서 점을 본다는 사실을 나타내며 청년이 그들을 찾아갔다는 것을 암시한다.

    청년은 집시 여인의 얼굴이 보기 흉해 인상을 찌푸린 채 시선을 옆의 아름다운 여자에게 멈췄으며, 그 여인 역시 청년에게 시선을 두고 있다. 청년과 젊은 여자의 시선은 성적 분위기를 암시하는데, 청년은 점을 본다는 핑계로 여인을 유혹한다.

    화면 왼쪽에 있는 여인이 청년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지만 그는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청년은 손금을 내보이면서도 성적 욕망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는 여자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청년 뒤에 서 있는 여인의 시선이 젊고 아름다운 다른 여인에게 향한 것은 그들이 청년의 돈을 훔치려고 공모했음을 암시한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앞날이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점쟁이에게 주로 의존하는 계층은 가난한 사람이다. 부자는 운보다 자기 능력에 의존하고 가난한 사람은 평생 행운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난한 동네일수록 점집이 많다.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행운을 기대하면서 점을 보는 가난한 사람을 그린 작품이 발렌틴 드 불로뉴(1591~1632)의 ‘점성술사’다. 이 작품은 당시 노동자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허름한 선술집에서 여자 점성술사가 남자 손님의 손금을 보고 있고, 탁자에 올려놓은 자기 손을 바라보는 남자는 다른 한 손으로는 의자를 꼭 붙잡고 있다. 의자를 잡은 손은 남자가 긴장했음을 나타내며, 탁자 가까이에 자리한 몸은 점성술사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남자의 의지를 보여준다.

    남자의 깃털 달린 모자는 그가 귀족이라는 사실을, 배경이 되는 선술집은 그가 몰락한 귀족임을 의미한다. 그들 사이에서 턱을 괴고 앉은 젊은 남자가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은 그가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하며, 점을 보는 남자와 대조적으로 운명에 체념했음을 암시한다. 점성술사의 표정이 어두운 것은 점을 보는 남자의 손금에서 고통스러운 운명이라는 점괘가 나왔기 때문이다. 화면에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선술집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두운 배경 때문이다.

    행운과 건강 기대하며 새해를 묻다

    (왼쪽)‘점성술사’, 불로뉴, 1628년경, 캔버스에 유채, 125×175,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오른쪽)‘점쟁이’, 카라바조, 1594~1599년, 캔버스에 유채, 99×131,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불로뉴는 카라바조(1571~1610)의 영향을 받아 일상을 사실적으로 포착한 그림을 주로 그렸다. 이 작품에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은 붉은색으로 장식한 옷을 입은 점성술사와 점을 보는 남자를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 덕에 가난한 사람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앞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점쟁이를 찾을 수도 있지만, 점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점쟁이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속임수를 쓰는 점쟁이를 그린 작품이 카라바조의 ‘점쟁이’다.

    집시 여인이 젊은 남자의 손을 잡고 있고, 남자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본다. 깃털이 달린 모자와 허리춤에 찬 칼은 남자가 귀족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여인의 독특한 차림은 그가 집시라는 것을 암시한다. 당시 이런 차림의 여자를 이집트 여자라고 불렀다. 집시들은 행인의 점을 봐주고 돈을 받았다. 허리에 손을 올린 남자의 자세는 물질적 부유함과 세상에 대한 자만심을 나타낸다.

    여인은 손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능숙한 손놀림으로 남자의 반지를 빼고 있다. 하지만 젊은 남자는 반지를 빼는 여인의 손길을 느끼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 집시 여인은 젊은 남자에게 두 가지를 훔친다. 운명을 점친다는 거짓말로 돈을 훔치고 그것을 미끼로 반지도 훔치는 것이다.

    카라바조는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행동을 강조하고자 배경을 명암으로만 표현했다. 그는 집시 여인을 길에서 설득해 모델로 삼은 뒤 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카라바조가 처음으로 시도한, 그러니까 모델을 현장에서 찾아 그리는 방식은 다른 화가에게 유행처럼 번졌다.

    이 작품은 빛과 그림자의 사용이 도드라지는 카라바조의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빛의 효과를 이용해 인물의 특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했으며, 이후 미술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카라바조의 참신하고 혁신적인 방법은 이탈리아, 프랑스를 비롯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 ‘카라바지스타’라고 부르는 추종자를 낳았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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