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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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특명! 이종산업을 접목하라

통신사,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수익 정체 탈피 플랫폼 등 적극 모색

  • 송인광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light@donga.com

    입력2012-01-02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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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특명! 이종산업을 접목하라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 명 시대는 통신사에게 큰 위기자 기회가 됐다. ‘2011 서초 SNS 경진 대회’에 참가한 서울 서초구청 직원들이 스마트 기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1 회사원 왕태영(27) 씨는 스마트폰을 산 뒤로 문자메시지 보낼 일이 없어졌다. 카카오톡(이하 카톡)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왕씨는 “다양한 이모티콘, 그룹 채팅, 선물하기 기능이 있는 카톡이 문자메시지보다 더 편하다”며 “지인 대부분이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이들과 어울리려면 카톡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왕씨는 친구나 지인 등 굳이 격식을 안 갖춰도 되는 사람일 때는 다음 마이피플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사용한다. 카톡과 마이피플 둘 다 무료기 때문에 왕씨는 통신사 요금제를 설계할 때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사용을 최소한으로 했다.

    #2 SK텔레콤은 2011년 11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3세대(3G) 시절 제공했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계속 가져갈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3G 시절 경쟁사 고객을 유인하려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라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새로 만들었다. 고객은 열광하며 몰려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요금 폭탄을 걱정할 일이 없어진 상황에서 일부 헤비 유저가 과도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같은 요금을 내는 일반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을 방해한 것이다. 소비자와 정부는 통신사를 상대로 네트워크(망)에 더 투자하라며 압박했고, 회사는 엄청난 돈을 들여 망 개선 작업에 나서야 했다. 결국 이번 LTE 요금제에서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사라졌다.

    통신사 목 죄는 ‘스마트폰의 역설’

    2009년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 통신사들은 장밋빛 미래를 점쳤다. 일단 단말기 출고가가 일반 휴대전화보다 높은 데다 무선 인터넷을 써야 하므로 요금제도 이전보다 비싸게 설계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매달 서로의 고객을 뺏고 뺏기는 출혈 시장에서 스마트폰은 새로운 탈출구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스마트폰은 오히려 통신사의 목을 죄고 있다. 스마트폰을 쓸 수 있도록 구축한 인프라 투자비용 대비 이익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앞다퉈 큰돈을 들여 네트워크를 증설해왔다.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의 특성상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늘어났으나 기존 망으로는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흔히 통신사 네트워크는 자동차 ‘도로’에 비유된다. 차량은 스마트폰 ‘사용자’고 통신사는 ‘도로공사’다. 좁은 도로에 많은 차량이 몰리면 정체가 시작된다. 또 도로가 유실되거나 끊겨도 차가 다닐 수 없다. 도로공사는 늘어나는 차량에 대비해 도로를 넓히고 유실된 공간을 복구한다. 그리고 이 비용을 지나가는 차량의 통행료로 충당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통신산업은 요금을 올리거나 요금제를 고칠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점을 이용해 소비자와 정부는 끊임없이 통신비 인하를 요구한다. 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사이 트래픽 망 부하는 심해지고, 차세대 4G LTE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야 하므로 통신사의 부담은 늘어만 간다.

    그 대신 반사이익을 보는 곳이 있다. 그동안 좁은 망으로 속도와 용량에 제한이 따르던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 인터넷전화, 모바일 게임사 등이다. 통신사가 네트워크를 늘리면 늘릴수록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본다.

    생존특명! 이종산업을 접목하라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은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서비스 이용을 최소화하도록 만들었다.

    카톡의 하루 메시지 거래량은 약 9억 개. 카톡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이를 모두 문자메시지로 이용했어야 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180억 원이다. 물론 카톡이 무료고 그룹채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다른 수단을 이용할 때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통신사가 보는 손해는 막대하다. mVoIP는 통신사의 가장 큰 수익원인 음성통화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가 비싼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만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제한하는 것이다.

    부동산·렌트카 사업에까지 나서

    이렇듯 통신사의 매출과 위상은 이미 쇠락의 길을 걷는 중이다. 국내 통신 3사의 고객 1인당 매출(ARPU)과 시가총액이 꾸준히 감소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2009년 2분기에 3만9385원이던 국내 통신사의 무선통신 평균 ARPU는 2011년 2분기 3만6838원으로 떨어졌다. 2009년 11위를 차지했던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2011년 20위로 계속 추락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각각 18위에서 27위, 77위에서 89위로 밀려났다.

    SK텔레콤은 포화상태에 도달한 통신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본업과 관련 없는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에 뛰어들었다. 비관련 다각화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는 단순히 반도체 업체를 하나 인수하는 차원이 아니다. SK텔레콤이라는 기업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행보다. SK텔레콤이 앞으로 삼성전자처럼 반도체와 통신, 인터넷, 전자기기 제조 등을 모두 하는 종합 정보기술(IT) 업체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2011년 10월부터 자사의 플랫폼 부문을 떼어내 ‘SK플래닛’이라는 별도 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앱스토어 사업인 T스토어,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사업인 T맵, 전자상거래인 11번가, 뉴미디어 사업인 호핀을 떼어내 만든 회사다. SK텔레콤에서 통신 분야를 뺀 나머지 모두를 분사시킨 셈이다. 중국과 일본에 진출한 T스토어 사업을 성공시켜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이나 애플의 앱스토어에 못지않은 앱(응용프로그램) 거래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KT도 마찬가지다. KT는 이미 부동산 개발, 렌터카, 카드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KT는 2011년 2월 BC카드 인수 후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 발굴을 목표로 삼았다. BC카드가 가진 카드 유통채널과 자사가 가진 통신 인프라를 합쳐 카드발급 근거리무선통신(NFC) 같은 모바일 결제시장의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것.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업도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아닌, 모바일 결제라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 벌이겠다는 의지다.

    금호 렌터카를 인수하고 난 뒤에도 자동차에 자사의 ‘에그’ 단말기를 넣어 운전자들이 차 안에서도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통신기술을 전혀 다른 산업에 적용한 예다. KT 한 관계자는 “우리가 부동산, 렌터카 사업을 하는 것과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네트워크 장사만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상거래(B2C) 시장보다 개척할 곳이 많은 기업과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시장에서 통신과 이종산업을 접목하는 컨버전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장은 “통신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점점 공고해지는 앱 생태계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종산업과 통신을 접목하는 컨버전스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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