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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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희경 자매 매력의 재발견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

  • 김유림 rim@donga.com

    입력2011-12-12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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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은·희경 자매 매력의 재발견
    가수 양희은의 인생은 굴곡지다. 수많은 민주화운동이 그의 음악으로 시작됐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 30여 곡이 방송 금지 처분을 받았다. 개인적 아픔도 많았다. 아버지의 외도로 유년 시절 새엄마를 맞아야 했고, 학창 시절에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다. 난소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꿈은 포기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노래했고, 매일 아침 라디오를 통해 여성의 마음을 보듬었다. TV에서 보여준 특유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말투로 전 세대에 걸쳐 유명해졌다. 그리고 올해 ‘가수 나이’ 40년을 채웠다.

    일전에 그는 고백했다. 내 나이 마흔이 돼서야 외도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또 다른 의미의 40세’를 맞은 그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를 통해 “이제야 가수로서 사명을 알게 됐다”고 고백하는 듯했다.

    “나도 이제 예전 같지 않아. 나이가 먹으면 성대도 늙어.”

    예순의 여가수는 유년 시절을 보낸 느티나무 아래에서 어깨를 늘어뜨린 채 말한다. ‘툭’ 돌을 던지면 ‘쨍그랑’ 깨질 것 같던 청아한 목소리는 어쩌면 예전의 밀도를 잃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관객은 그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그의 말처럼 “의리로 음악을 들어주는” 것일 수 있지만, ‘함께 늙어가는’ 관객은 그의 목소리에서 스스로 역사를 발견한다.

    형식 측면에서 보자면 이 공연은 뮤지컬도 아니고 콘서트도 아닌,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어설퍼 보일지도 모르지만 여러모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양희은의 인생 역경이야 이미 많은 방송에서 소비된 내용이기 때문에 고집스럽게 스토리만으로 극을 끌고 갔다면 지루했을 것이다. 오히려 인생의 몇 가지 핵심적 사건을 중심으로 극을 구성함으로써 여운을 극대화했다.



    양희은·희경 자매 매력의 재발견
    특히 이 공연의 백미는 후반부 ‘미니콘서트’다. 양희은은 ‘하얀 목련’ ‘상록수’ ‘그대만 있어준다면’ 등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부른다. 중·장년층 관객으로선 늘 거리에서 합창으로 불렀던 노래를 세련된 밴드 연주에 맞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희은이 ‘한계령’을 부를 때면 감동이 극에 달한다. 세월이 한계령을 넘어 담담히 무대 위에 펼쳐지자, 관객은 웃고 울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노래했다.

    이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양희은의 동생 양희경이다. 그는 갈래머리에 노랑 꽃 스웨터를 입은 어린아이부터 아픈 언니를 도닥이는 동생까지 시대를 넘나든다. 배우 양희경이 없었다면 이 뮤지컬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극을 이끄는 결정적 구실을 한다. 외모뿐 아니라 목소리마저 꼭 닮은 자매를 보며 ‘함께 늙어가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새삼 생각했다. 올 연말, 40대 이상 부부 동반 모임이나 여고 동창 모임에 이만한 메뉴가 없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2월 31일까지, 문의 02-556-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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