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6

2017.05.03

김작가의 음담악담( 音談樂談)

‘DJ와 춤을’ 이후 로고송에 관심 집중

대선의 흥을 돋우는 음악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7-05-02 14: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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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의 계절이다. 유례없는 장미 대선에 다자구도라 더욱 흥미진진하다.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후보 이미지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방송 토론은 물론이요, 후보별 홍보 전략도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홍보 전략에는 음악도 들어간다.

    한국 대선에서 로고송의 힘이 증명된 건 1997년 대선 때부터일 것이다.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후보는 DJ DOC의 ‘DOC와 춤을’을 개사한 ‘DJ와 춤을’을 유세 음악으로 사용했다. 이 노래는 DJ의 ‘올드’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지우고 젊은 이미지를 만들면서 ‘뉴 DJ 플랜’을 각인하는 견인차가 됐다. 그다음 대선 때도 음악은 후보 이미지를 만들고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기타 치는 대통령’ 광고를 통해서다. 이 광고에서 노 후보는 직접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상록수’를 불렀다. 서툰 연주에 어색한 노래 실력이었지만 엄청난 화제가 됐다. 외국의 일이려니 생각했던, 대선후보의 연주와 노래였기 때문이다. 2007, 2012년 대선에서는 음악이 화제를 불러오지 못했다. 

    19대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유력 후보의 로고송을 살펴봤다. 어느 대선 때보다 타깃이 분명하다. 각 캠프의 지향점이 보인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캠프는 첫 TV 광고 배경음악으로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를 골랐다. 지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America’를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으로 읽힌다.

    전 세대에 걸쳐 두루 지명도를 갖고 있으면서 음악이 지향하는 가치가 선연하다. 한국 청년문화가 발아하고 또 탄압받던 1970년대 포크 운동을 상징하는 곡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문재인 캠프가 유세 때 사용하는 노래도 상대적으로 젊다. 나미의 ‘영원한 친구’, 코요태의 ‘순정’, 트와이스의 ‘CHEER UP’까지, 1980~90년대, 그리고 현재의 대표적 히트곡이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부터 40대까지 고루 높은 지지를 받는 상황을 드러낸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 갈매기’를 로고송으로 집중 활용하는 것 또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이후 민주당 계열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린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캠프의 음악은 중·장년 보수층의 이목을 끌겠다는 전략이 느껴진다. 건전가요로 ‘가요톱10’ 1위까지 했던 유일한 노래인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이러니한 것은 ‘모래시계 검사’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드라마 ‘모래시계’ 삽입곡 ‘백학’을 쓴다는 점이다. 이 노래를 부른 러시아 가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는 옛 소련을 대표하는 저항가수다. 물론 홍준표 캠프에서 이런 맥락을 고려했을 것 같지는 않다.

    선거 로고송의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중독성이다. 선호도를 떠나 노래에 인이 박힌다면 선거라는 전쟁에서 충분히 쓸모가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캠프는 단연 돋보인다. 마치 1990년대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연상케 하는 국민의당 로고송을 록 버전으로 편곡해 귀에 쏙쏙 박히게 만들었다.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만큼이나 주목받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온갖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故)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민물장어의 꿈’도 함께 사용하고 있으니, 안 후보는 역대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록 스피릿’을 뽐내는 것처럼 보인다. 5월 9일 밤,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된다. 이 노래들 가운데 승전가로 자리매김할 곡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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