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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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원 씨 한 사람뿐인가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12-13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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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업체 M&M 전 대표 최철원(41)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M&M의 모토는 ‘국가 안보와 번영에 기여하는 기업’입니다. M&M은 UDT/SEAL 즉 해군특수전여단, 해병대사령부와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고(故) 한주호 대위에게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당시 “국가를 지키는 군대를 지원하고 전사자를 기억하고 그 가족을 돌보는 일은 당연하다. 그분 덕분에 우리가 산다”고 말했습니다. 해병대 병690기인 그의 사무실에는 태극기, 해병대 마크, 항공모함 모형 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군 시절 금지된 구역에서 낚시하던 민간인을 ‘온몸으로 밀쳐 쫓아낸’ 기억을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진 그의 모습은 잔인한 폭군이었습니다. 최씨는 10월 탱크로리 화물차 운전기사 유모(52) 씨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10여 차례 때린 뒤 맷값으로 2000만 원을 던져주었습니다. 유씨는 인수·합병 단계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 회사를 상대로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을 뿐입니다. 최씨는 대화로 풀어야 할 노사관계를 ‘화끈하게’ 힘과 돈으로 풀었습니다.

    최철원 씨 한 사람뿐인가
    회사에서 최씨의 행동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각한 직원들에게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골프채로 때리거나, 사냥개를 사무실로 데려와 여직원을 위협했다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최씨는 12월 8일 구속 수감됐습니다. 하지만 구속이 끝이 아닙니다. 최씨와 같은 기업인이 노동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씨의 행동에는 “임금을 주었으니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된다” “싫으면 나가라”와 같은 삐뚤어진 생각이 반영돼 있습니다. 어디 최씨 한 사람뿐일까요? 노동자를 고마운 파트너로 대하기보다 “돈 주고 쓰다 버리는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국의 노사문화는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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