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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가을을 걷다 - 강길·들길·옛길 01

길에게 가을을 묻다

길에게 가을을 묻다

길에게 가을을 묻다
불타오르는 단풍 사이로 ‘가을의 길’을 걸었다. 산, 바다, 강, 들판, 마을…. 그 사이로 난 ‘가을의 길’에는 이야기보따리가 주렁주렁 걸렸다. 바람의 시인 미당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와 녹두장군 전봉준의 마지막 외침이 들려오는 그 길들. 섬진강에 반사된 가을 석양은 붉디붉은 애기단풍에 불을 지른다.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와 보은염(報恩鹽)의 설화가 담긴 소금길, 새 세상을 꿈꾼 정여립과 강증산의 얼이 어린 미륵길, 게들과 조개들의 속삭임이 가득한 바닷길….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가는 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까닭이 꼭 비경(秘境)을 보고 사연을 듣기 위해서만은 아닐 터. 길은 그 자체가 사색의 공간이자 대화의 장이다. 혼자 길을 걸으며 인생을 되돌아보지 않는 이 없고 3인이 함께 걸으면 그중 반드시 배울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길의 한자어인 ‘道’는 지역의 경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깊이 깨친 이치’를 뜻하기도 한다. 수천km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이 종교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주간동아’는 지난봄 서울의 숲길(736호)을 걸은 데 이어, 여름엔 강원의 숲길(745호)을 걸었다. 이젠 가을의 길이다. 산과 바다, 강, 들판, 마을이 어우러진 주옥같은 길이 우리를 기다린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그 길 위에서 인생이 영글어간다.



주간동아 2010.11.01 760호 (p18~19)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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