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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섬, 예술 옷으로 갈아입다

일본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 다양한 작품으로 관광객 유치 ‘부활의 노래’

  • 도쿄=김동운 통신원 dogguli@hotmail.com

섬, 예술 옷으로 갈아입다

섬, 예술 옷으로 갈아입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일본 혼슈와 시코쿠 사이에 낀 세토우치 바다의 동쪽에서 열린다. 국제예술제가 열리는 섬으로 이동하려면 가가와 현 다카마쓰 항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아시아나항공(OZ)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다카마쓰까지 주 4회 운항하고 있다. 예술제가 열리는 기간 중 모든 작품은 아트패스포트로 관람할 수 있다. 가격은 성인 5000엔, 고등학생 3000엔, 중학생 이하는 무료다. 티켓에 작품과 시설별 도장을 받는 방식으로, 국제예술제가 열리는 기간 안에 유효하다. 단, 작품과 시설별 한 번만 방문할 수 있다.

‘바다의 날’인 7월 19일 개막한 일본 세토우치(戶內) 국제예술제를 다녀왔다. 행사는 10월 31일까지 100일간 개최된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가가와(香川) 현 다카마쓰(高松) 항과 세토우치 일대 7개 섬에서 열린다. 국제예술제의 콘셉트는 ‘지역활성화’와 ‘바다의 복원’이다. 고령화와 젊은 세대의 이도(離島)로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는 세토우치 일대 섬에서 예술을 통해 세계 각지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 예술제의 목표다.

국제예술제를 관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다카마쓰 항. 국제예술제는 나오시마(直島)를 중심으로 데시마(豊島), 메기지마(女木島), 오기지마(男木島), 쇼도시마(小豆島), 오시마(大島), 이누지마(犬島) 7개 섬에서 열리고 있다. 다카마쓰 항은 혼슈와 시코쿠 지역을 잇는 중요한 교통 관문으로, 예술제가 열리는 섬으로 떠나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자연환경 최대한 살린 작품들

다카마쓰 항을 떠난 오기지마행 배는 메기지마 섬에 잠시 들렀다. 다카마쓰에서 4km 정도 떨어진 작은 섬이다. 메기지마 중앙에 있는 해발 216m의 산 중턱에는 일본의 모모타로 전설에 나오는 귀신이 살았다는 도깨비 동굴이 있다. 세토우치 일대 바다를 360도 조망할 수 있는 산 정상의 전망대에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페리가 정박한 곳 일대에는 ‘후쿠타케 하우스’를 중심으로 7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해변가에 설치된 ‘20세기적 회상’은 그랜드피아노에 4개의 돛을 단 작품이다. 바라보고 있자니, 푸른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의 위풍당당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메기지마의 자연현상을 작품과 일체시킨 ‘갈매기 주차장’도 눈길을 모은다.

다시 오기지마 섬으로 이동했다. 평지는 찾아볼 수 없고 주민도 200여 명밖에 안 되는 섬이다. 비탈진 산자락에 민가가 밀집해 있다. 오기지마에 전시된 예술작품도 이곳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렸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와 어촌마을의 소소한 풍경을 그대로 담았다. 오기지마를 둘러보는 내내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대표적인 작품이 ‘온바팩토리’다. 온바는 유모차를 가리키는 말인데, 오기지마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끌고 다니는 수레도 온바라고 부른다. 어르신이 온바를 끌고 경사면을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 여기에 착안해 만든 것이 온바팩토리다. 가가와 현 출신 5명의 아티스트가 의기투합해 만든 프로젝트 그룹 온바팩토리는 주민의 온바를 빌려, 페인트칠을 하거나 가공해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노인과 비탈이 많은 오기지마 생활을 온바로 표현한 것이다. 이 밖에 경사면에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민가의 돌담에 표현한 ‘바다, 하늘, 돌담의 마을’, 세토우치 바다의 청명함을 대나무를 사용한 사운드 오브제로 나타낸 ‘소리의 풍경’, 가가와 현 대표 전통공예품인 부채를 이용해 전통과 현재의 관계를 재해석한 ‘부챗살의 집’, 그리고 지역 주민과 섬을 방문한 관광객, 예술가 등이 모이는 자리이자 지금은 티켓 판매소로 활용되는 ‘오기지마의 혼’이 인상 깊다.

현대 아트의 성지 ‘나오시마’ 섬

섬, 예술 옷으로 갈아입다

나오시마, ‘집 프로젝트’중 하이샤(はいしゃ,치과).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나오시마 섬.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메인 무대다. 나오시마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이전에 전 세계에 이미 그 이름을 알렸다. 나오시마를 문화 명소로 만든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1987년이다. 1989년에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마스터플랜으로 연수장과 캠프장이 나오시마에 세워졌다. 1992년에는 현대미술의 거장 작품을 전시하는 고급호텔 베네세하우스가 건설됐고 2004년에는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클로드 모네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영구 설치한 지중미술관이 세워졌다. 또 6월에는 현대미술가 이우환 씨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세워져 베네세하우스, 지중미술관과 더불어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오시마를 현대 아트의 성지로 일궈낸 사람은 후쿠다케 소이치로다. 그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종합 프로듀서이자, 유아용 장난감부터 고등학생용 학습서까지 만드는 일본의 대표적인 교육기업 베네세의 회장이다. 후쿠다케 소이치로는 교육사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당시 폐기물 문제로 몸살을 앓던 나오시마를 지금의 현대예술의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베네세의 연간 매출액은 4000억 엔 정도.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위해 무려 10%가 넘는 금액인 460억 엔을 투자했다고 하니, 문화예술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오시마에서는 ‘집 프로젝트’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나오시마의 오래된 민가 7채를 개조해 만든 작품이다. 치과의사의 생활공간이자 병원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하이샤’(はいしゃ·치과), 약 100년 전에 세워진 이시바시 가문의 저택을 작품 공간으로 활용한 ‘이시바시’ 등 일반 가옥을 개조해 만든 작품을 섬 곳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예술과 바다를 둘러보는 100일간의 탐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주최 측은 100일간의 예술 탐험에 약 50만 명의 관광객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제예술제를 참관해보니 50만 명이란 목표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각각 떨어진 7개의 섬에서 예술제가 열리는 열악한 조건에도, ‘활기찬 섬’을 바라는 국제예술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으로 50만은 충분히 넘을 것 같다.

섬, 예술 옷으로 갈아입다

1. 나오시마 선착장 인근의 호박 모양 조형물. 2. 메기지마, ‘20세기적 회상’. 3. 오기지마에서 바라본 바다. 4. 오기지마, ‘온바팩토리’.





주간동아 2010.10.11 757호 (p72~73)

도쿄=김동운 통신원 doggul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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