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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기초단체장에게 묻다

“약자도 경제도 기 살려 강남구 자존심 회복할 것”

신연희 강남구청장

“약자도 경제도 기 살려 강남구 자존심 회복할 것”

“약자도 경제도 기 살려 강남구 자존심 회복할 것”
“제가 강남구청에서 제일 나이 많은 공무원이지요.”

요즘 서울 강남구청 직원들은 관록 있는 대선배를 구청장으로 모신 후 활기가 넘친다. 6·2지방선거에서 당선돼 7월 1일부터 직무를 시작한 신연희(62) 강남구청장은 33년의 공무원 생활을 바탕으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한다. 신 구청장은 1973년 7급 공채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주로 서울시에서 사회복지, 여성, 회계, 행정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또 강북구 부구청장, 서울시 행정국장을 거쳐 2006년 1급직인 복지여성정책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다. 2002년부터 2006년 초까지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행정 베테랑. 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비교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관료 경력은 강남구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인터뷰 당일도 그는 국고와 시비를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신 구청장은 “강남구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고 부자자치구라고 알려져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려움이 적지 않다. 구청장을 떠날 때는 절대로 빚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호화관사를 만들어 물의를 빚은 다른 기초단체와 달리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쓰고 있는 강남구청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방 안은 간단한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만 있을 뿐 매우 단출했다. 다음은 신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전면 무상급식 구 예산으론 어렵다”



▼ 보수적인 지역으로 인식된 강남에서 첫 여성구청장으로 당선돼 부담감이 클 것 같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강남구민께서 영광을 안겨줬다. 최초 여성구청장답게 항상 낮은 자세로 강남구의 발전과 구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겠다. 33년여 종합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역대 구청장 중 강남 발전을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 강남구는 ‘강남 아줌마 부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의 입김이 센 곳이다. 대표적인 여성 정책이 있다면 말해달라.

“구상하고 있는 게 정말 많다. 하지만 대표적인 정책 방향만 꼽아보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칭 ‘레이디스 칼리지’ 같은 여성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 기회를 넓히고, 둘째,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보육서비스를 확충할 계획이다. 셋째는 여성의 능력 계발과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이다.”

▼ 최근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다. 강남구 차원의 방안이 있나.

“저출산 문제는 어느 한 분야만 잘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한 자치구의 관심만으로 해결되지도 않는 범국가적 문제다. 저출산 대책은 꾸준히 보강되리라고 본다. 저출산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보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보육 문제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고 일자리를 포기하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된다. 강남구 차원에서는 공공보육시설을 다각적으로 확충하고 무상보육을 소득 하위층의 80%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365일 24시간 운용하는 공공보육시설을 시범 설치할 생각이다.”

▼ 모든 초등학교생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한다고 한다. 지자체 재정상 가능한가.

“강남구의 올해 교육경비 예산은 약 178억 원인데, 만약 우리 구가 전액 부담해 친환경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면 소요 예산만 연간 약 156억 원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중요한 교육사업에 투자를 할 수 없다. 현재 강남구는 관내 전 초등학교에 주식으로 친환경 쌀과 친환경 부식을 학교 급식으로 이미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 안전급식시스템을 2011년부터 초·중·고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 전면적인 친환경 무상급식은 서울시의 정책이 수립되면 보조를 맞춰서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부잣집 아이에게도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반대한다.”

▼ 강남구 하면 ‘사교육 1번지’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닌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선거운동 기간에 만난 많은 구민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다. 학부모가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준까지 ‘공교육 만족화’에 힘써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 새 청장이 ‘공교육 만족화’를 위해 역대 어느 청장보다 적극적이었고,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우선 구청 차원에서 학교 노후시설 개선과 기자재 교체를 최대한 신속히 지원하고, 방과후 학교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지원을 집중할 생각이다. 사교육 수요가 많은 수리, 언어부문 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 우수한 교사를 유치하고 원어민 영어강사를 더 많이 채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앞으로 더 많은 지원책을 꾸준히 개발해 시행하겠다.”

▼ 강남구에도 어려운 구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은 무엇인가.

“강남구에는 부자만 사는 줄 알지만, 의외로 저소득층이 많다. 저소득층도 강남의 자존심을 공유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구청장으로서 또 다른 꿈이다. 먼저 보육 지원을 확대할 생각이다. 공교육 강화는 저소득층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세곡동에 신개념 노인복지 인프라 건립을 추진하고 치매 어르신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양한 복지수요에 일관성 있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강남복지재단’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은행, 대기업 본점 유치하겠다”

“약자도 경제도 기 살려 강남구 자존심 회복할 것”
▼ ‘강남불패’라 불렸던 강남구의 재정자립도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앞으로 대책은 무엇인가.

“그동안 강남구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재산세가 늘어 예산도 해마다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의 하락으로 재산세가 줄어들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재산세율도 인하됐고 서울시와의 재산세 공동과세율도 크게 떨어졌다. 때문에 올해부터는 세입조차 감소했다. 재정자립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선 9월에 있을 제2차 추경예산 편성 때 하반기에 예정된 ‘댄스페스티벌 축제’를 폐지하고 확보한 예산 약 8억 원을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복지사업에 편성,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게 했다. 내년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전시성 축제나 문화행사는 대폭 줄이고, 예산은 적게 들면서 내용이 알찬 문화행사와 축제로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다. 낭비성 지출을 줄여 창업자를 위한 저렴한 임대사무실 확보에 사용코자 한다. 경제가 살아나면 세수도 증가한다. 경제가 살아야 재정자립도 높아진다.”

▼ 강남구 경제를 살려낼 복안이 있나

“강남구에는 사실상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저축은행 16개소와 투자자문회사 40개소, 여신전문회사 21개소가 있다. 문제는 강남의 경제 수준에 걸맞은 대형 금융기관, 대기업의 본점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은행의 본점이나 대기업의 본점을 유치하면 고용창출, 소득증대 등으로 이어져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 본다. 이를 위해 친기업 행정을 강화하고, 창의적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할 것이다. 기업애로상담 전용 창구를 설치하고 기업 민원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이며, 사무실 임대료를 낮추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 2012년 한국전력 본사,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부지의 이전 또는 활용계획 수립 때 금융기관, 대기업과 긴밀히 협의하면 본점들이 강남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 강남구 도로는 늘 정체다. 공기도 좋지 않다.

“출퇴근 시간 강남의 교통체증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최소한 강남구민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퇴근 시간 외부유입 차량을 분산시키고, ‘나 홀로 승용차’ 사용을 줄여야 한다. 자전거와 도보 출근을 선호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이런 단기 대책 외에도 중장기 교통체증 해소대책을 수립하는 중이다.”



주간동아 2010.10.04 756호 (p20~21)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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