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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나만 믿어, 화류계 스타 만들어줄게”

대형 룸살롱 에이전시 ‘솔깃한 유혹’ … 캐스팅부터 컨설팅까지 3, 4곳 영업 중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나만 믿어, 화류계 스타 만들어줄게”

“나만 믿어, 화류계 스타 만들어줄게”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 클럽형 룸살롱. 이곳에서 일하는 김혜리(가명·23) 씨는 대학 재학 중에 짬짬이 아르바이트하다 학업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룸살롱 업계에 뛰어들었다. 속칭 ‘사이즈가 안 나오는’(외모와 몸매가 부족하다는 은어) 김씨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은 350여만 원. 그러자 ‘화류계 전문’으로 알려진 캐스팅 에이전시에서 성형수술을 권했다. 김씨는 2500여만 원을 투자해 안면윤곽술, 눈, 코, 턱, 가슴 수술을 받았다. 이후 김씨를 찾는 손님이 크게 늘어 월급은 700만 원대로 올랐다. 하지만 김씨는 확 바뀐 얼굴을 부모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워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

김씨가 소속된 TOO에이전시는 룸살롱 등에 종업원을 알선하는 업체다. T에이전시 박테루(가명·33) 총괄팀장은 “강남 지역에 룸살롱 종업원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에이전시가 3, 4군데 있다. 서비스 업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는 우리가 최초”라고 말한다. T에이전시에 소속된 종업원 수는 200여 명으로 관리 전담 팀장만 20여 명. 소속된 인원으로 따지면 대형 연예기획사 규모다. 계약을 맺은 룸살롱은 20여 곳으로 하룻밤 술값이 적어도 몇백만 원인 ‘텐프로’급 룸살롱부터 ‘쩜오’ ‘세미’ ‘클럽’ ‘퓨전’ ‘퍼블릭’급 등 종류도 다양하다.

200여 명 소속 연예기획사 수준

T에이전시 측은 “연예기획사가 스타를 만들듯이 우리는 화류계 스타를 만든다. 활약하는 무대만 다를 뿐 우리도 당당한 기획사다”고 주장한다.

에이전시가 종업원을 모집하는 경로는 크게 3가지. 인터넷 구인광고, 길거리 캐스팅, 기존 종업원의 소개다. 인터넷 ‘얼짱’ 카페에 구인 글을 올리거나 얼짱에게 쪽지를 보내기도 한다. 에이전시가 선호하는 방식은 길거리 캐스팅이다. 일반 대학생, 직장인에게 룸살롱 일을 하도록 설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직접 외모를 보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 캐스팅을 할 때는 “텐프로 룸살롱에서 일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테루 팀장은 “여대생도 텐프로 룸살롱은 연예인만큼 예쁜 여성이 큰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고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길거리 캐스팅에서 뽑은 종업원도 10명 중 9명은 외모가 ‘텐프로급’에 못 미친다. 에이전시는 일단 이들에게 다양한 등급의 룸살롱을 경험하게 한 뒤, 자신의 ‘사이즈 등급’을 종업원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이들은 예상 월수입에 빗대 종업원을 ‘천 페이스(1000만 원 수입이 가능한 외모)’ ‘팔백 페이스’ 등으로 부른다.

캐스팅 후에는 심층면접이 이어진다. 에이전시의 캐스팅 노트는 손에 쥐면 묵직할 만큼 두껍다. 캐스팅 노트에는 수많은 여성의 면접 기록이 담겨 있다. 이름, 연락처, 주소 등 기본 정보 외에 외모의 특징과 룸살롱에서 일할 때 고려할 부분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한 여성의 프로필에 “상의 55, 하의 44, 가슴 C컵, 매력 포인트 가슴, 글래머 스타일”이라고 적혀 있다. 연예기획사의 캐스팅 노트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출근 가능 일수, 희망 업소, 2차(성매매) 가능 여부, 희망 급여 등이 있다는 것.

에이전시는 초보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수입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업소 등급, 출근 일수, 2차 가능 여부, 담당 테이블 숫자에 따라 예상 수입을 구분해 표로 정리해놓았다. 표에 따르면 월수입은 최소 300여만 원에서 2100만 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2100만 원은 밤새 여러 테이블을 돌며 술을 받아 마시고 2차 성매매까지 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최대 수익일 뿐이다.

방학마다 문을 두드리는 여대생

“나만 믿어, 화류계 스타 만들어줄게”

에이전시 팀장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에 바탕을 두고 예상 수입을 설명했다. 기자도 당장 화류계에 뛰어들고 싶을 만큼 ‘솔깃한 유혹’이다.

이렇게 면접까지 마치면 스타일 만들기에 돌입한다. 화류계 종사자들은 “이곳은 깨끗하지만 더러운 곳”이라고 이중적인 표현을 한다. 바깥 사회의 성공 요소인 학벌, 인맥, 지연이 없어 깨끗하지만 모든 것이 외모로 결정되는 더러운 곳이라는 것. 룸살롱 업계에서도 ‘귀엽고 섹시한 스타일’이 통한다. 이들의 스타일링은 철저하게 남자 손님을 만족시키도록 이뤄진다. 가슴이 크면 가슴을 드러내고 다리가 예쁘면 다리를 드러내며 시선을 충족시킨다. 종업원은 일반 연예인처럼 지정된 미용실, 의상대여 업체에서 매일 머리를 하고 화장하고 옷을 빌려 입는다. 연예인이 ‘청담동 라인’에서 가꾼다면 이들은 ‘논현동 라인’이다.

스타일 변신으로도 ‘사이즈’가 변하지 않으면 성형을 선택한다. ‘성형을 왜 해’ 하던 종업원도 이곳을 다닌 지 일주일도 안 돼 성형에 나선다. 한 종업원은 “손님들은 3초 안에 판단한다. 짧은 시간에 시선을 모으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고 말했다. 에이전시는 종업원의 수술비용을 빌려준다. 사채업자 이자보다는 싸고 시중은행 금리보다는 비싸다. 종업원이 이자를 내겠다고 해도 곧장 빌려주지 않는다. 평균 출근율 90% 이상, 수술 뒤 기대수익이 최소 1.5배 이상일 때만 지원한다.

그 뒤에도 관리는 끝나지 않는다. 종업원의 수입을 분석해 전달보다 떨어지면 다른 등급이나 다른 가게로 옮겨준다. 수입이 오를 때도 더 벌 수 있는 룸살롱으로 옮기게 주선한다. 계약 맺은 업체가 20여 곳에 달해 종업원의 적성, 특기를 고려해 배치가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사이즈가 안 되는’ 종업원은 인기 있는 종업원과 엮어 기본 수입을 챙기도록 돕는다. T에이전시 소속의 20여 명은 월급제로 일한다. 업계는 종업원의 ‘충성’을 받고 종업원은 ‘안정’을 얻는다. 이 밖에 출퇴근 거리가 먼 종업원에게는 풀옵션 원룸을 소개하고, 손님 응대 요령을 가르쳐주고, 손님과의 마찰 등도 해결해준다.

에이전시의 수익은 어디서 나올까? 에이전시는 “종업원한테는 일절 돈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룸살롱 업체와 에이전시가 계약을 맺어 종업원이 올린 매상의 10% 정도를 직접 업체로부터 받는다고 한다.

에이전시를 처음 찾아오는 여성 중에는 대학생도 많다. 미성년자가 아니면 학생이라도 제약이 없다. 특히 방학이면 룸살롱에서 일하고자 하는 여대생이 줄을 선다. 대부분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지만 호기심 때문에, 유흥비 마련을 위해 오는 여대생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김모(23) 씨는 “학비만 벌려 했지만 이곳에서 쉽게 많이 벌다 보니 그만두기도 쉽지 않다. 복학하면 그만두려 했는데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대학 졸업반인 김모(24) 씨도 “서울에 여행사 인턴직원으로 채용돼 올라왔지만,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방값 내고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돈이 필요한 여대생에게 부적절한 관계를 제안하며 돈을 주겠다는 ‘스폰서’ 손님도 있다.

속칭 ‘논현월드’의 스타를 키우는 에이전시 관계자는 밝은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로 20대 여대생과 취업준비생이 많은 고민을 한다. 이런 이에게 에이전시의 제안은 솔깃한 유혹이다. 하지만 룸살롱에 취업하면 성매매 유혹에 빠지기 쉽다. 특히 에이전시의 등장으로 이런 유혹이 공개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으니 제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1종 허가 유흥업소에는 여성 접대부 고용이 허가되고 성인의 취업이 가능한 만큼, 고용 부분에서는 법이 간여할 여지가 없다. 윤락 알선 부분에 대해선 손님에게 직접 알선비용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법에 어긋나는지 상당히 모호하다. 법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09.13 754호 (p52~53)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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