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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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월드컵 유치 ‘킥오프’

유치위, 제안서 제출 본격 득표전 … 12월 2일 결정, FIFA 집행위원 마음 잡기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5-31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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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월드컵 유치 ‘킥오프’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위원회 한승주 위원장 등 우리나라 대표단은 5월14일 스위스 취리히의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에게 2022년 월드컵 유치제안서를 전달하고, 본격적인 유치 활동을 시작했다.

    ‘내 평생, 이렇게 강렬한 감격과 환희를 다시 느낄 수 있을까?’

    2002년 우리는 거대한 빨간 물결 속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2022년, 다시금 우리나라 땅에서 월드컵의 기쁨을 온전히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2022년 월드컵 단독 개최에 도전했기 때문.

    2022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위원회(위원장 한승주·이하 유치위원회)는 5월 14일 스위스 취리히의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에서 열린 유치제안서 제출식에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에게 2022년 월드컵 유치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에는 우리나라의 2022년 월드컵 유치 당위성, 12개 개최도시 현황과 14개 경기장 시설, FIFA 본부 호텔 및 선수단 숙소, 교통, 정보통신, 안전, 의료·문화시설 등 대회 유치에 필요한 제반 분야에 대한 계획이 포함돼 있다. 또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물론, 법과 조세 분야에서 여러 혜택을 주겠다는 약속도 담겨 있다.

    “월드컵 7회 연속 진출 … 충분히 승산 있다”

    FIFA는 오는 12월 2일 집행위원회에서 2018년, 2022년 개최국을 동시에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유치에만 신청했다. 월드컵 개최 주기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2018년 대회는 유럽에서, 2022년 대회는 비유럽 국가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한 대회만 집중해 유치활동을 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022년 유치를 신청한 나라 중 비유럽 국가는 한국, 일본, 카타르, 호주, 미국.



    개최지 선정은 블래터 회장을 필두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한 8명의 부회장단 등 집행위원 24명의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과반수 득표국이 나올 때까지 최저 득표국을 하나씩 제외하는 방식. 즉, 집행위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표심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110여 명의 IOC 위원이 개최지를 결정하는 올림픽 유치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유치위원회는 “한국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승주 위원장은 ‘주간동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에 빛나는 아시아 최고의 축구 실력, 축구에 대한 팬들의 열정, 완벽한 하드웨어,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 개발도상국들에게 희망이 되는 점 등 우리나라만이 가진 강점이 많다”며 “특히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16강 진출 이상의 좋은 성적을 보인다면, 집행위원들에게 임팩트를 심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축구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의 2022년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FIFA 집행위원들과 1대 1 접촉이 가능한 정몽준 FIFA 부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선정권을 가진 사람이 소수일수록 대면을 통한 로비가 주효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서아프리카축구연합 회장을 겸하는 나이지리아의 아모스 아다무 FIFA 집행위원과 앙헬 마리아 비야르 스페인 축구협회장,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등 축구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물이 잇따라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까지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정 부회장이 있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대회 규격에 맞는 10개 경기장 보유 등 2002년 월드컵 당시 구축한 축구 인프라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어 FIFA에 대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점, 2002년 한일월드컵을 완벽하게 운영해낸 노하우가 있다는 점 등도 FIFA 집행위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2022년 대회 유치에 총 9개팀(11개국)이 뛰어드는 전례 없는 경쟁구조 때문에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판세를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장원재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은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점이 적지 않다”면서도 “명분상으론 호주가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첫 월드컵을 연다는 측면에서 가장 앞설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2002년 월드컵을 단독으로 치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유치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두 나라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고작 20년 전 월드컵을 치른 나라의 과도한 ‘욕심’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호주가 16강 진출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

    각종 스포츠 행사에 참석, 유치 당위성 호소

    일본이나 미국도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일본은 2002년 성공적으로 월드컵을 치러낸 노하우, 축구 인프라 등에서 우리나라와 조건이 동일하다. 하지만 장 위원은 “일본은 아프리카나 남미의 빈국에서 오랫동안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을 후원해왔다. 이 점이 아프리카, 남미와 관련 있는 FIFA 집행위원들에게 소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김종 교수는 “K리그가 J리그에 비해 ‘약하다’는 점도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또 대륙순환 개최 원칙에 따른다면 1994년 미국월드컵이 마지막이었던 북중미, 즉 미국에도 가능성이 있다. AP통신은 “미국축구협회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월드컵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2022년 월드컵 유치가 한국에 반드시 좋은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축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경기장을 신축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큰 부담을 줬고, 지금도 상당수 경기장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기 때문. 이에 한 축구전문가는 “유치 과정에서 축구계의 폭넓은 여론 수렴이 완전히 생략됐다”고 비판하면서 “천문학적인 유치 비용으로 K리그나 유소년리그 등을 지원해 국내 축구의 내실을 다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치위원회는 앞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은 물론 FIFA U-20 여자월드컵, AFC 시상식 등 FIFA 공식 행사와 주요 국제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한국의 월드컵 유치 명분과 당위성을 호소할 예정이다. 특히 선정권이 있는 FIFA 집행위원들과의 접촉을 꾸준히 강화하겠다고 했다. 투표를 거듭하면서 조기에 탈락한 나라들의 표심과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할 경우, 어떻게 하면 명분과 실리를 함께 추구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축구계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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