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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②

살인면허 앞세워 알카에다 ‘인간사냥’

민간군사 청부인들 추악한 전쟁 수행 …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책임도 없어

  • 주성민 군사전문 자유기고가 bluejays@kebi.com

살인면허 앞세워 알카에다 ‘인간사냥’

“앞에 차 나온다. 속도 더 올려.”

경호차량인 맘바의 조수석에 앉은 팀 리더가 소리쳤다. 맘바가 선도하는 뒤로 트럭과 맘바 두 대가 시속 90km로 뒤따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든 거대한 방탄차량인 맘바는 지뢰가 터져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30여m 앞 비포장도로에서 나오는 차를 가로막기 위해 선도차량은 속도를 높이며 경적을 울려댔다. 차가 멈추려 들지 않자 선두사격수인 팀 리더는 PKM 기관총으로 차를 겨누었다.

길을 막아선 차 때문에 속도를 줄이는 순간, ‘꽝’ 하고 땅을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급조폭발물(IED)이 터졌다. 폭탄의 강력한 폭발력으로 맘바의 두꺼운 강철장갑을 뚫고 들어온 파편은 후방사격수의 대퇴부 동맥을 잘랐고 팀 리더의 손을 작살냈다. 현장에서 사망한 후방사격수는 이라크에서 일하는 민간보안회사 블랙워터 소속의 민간인이다.

이날 오후에는 블랙워터의 Mi-17 수송용 헬리콥터가 이라크인들이 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되면서 5명이 죽고 조종사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현장에 다가온 공격자들은 부상한 조종사를 총으로 사살했다.

2005년 4월 21일, 이라크 반군의 공격으로 블랙워터는 하루 사이에 7명을 잃었다. 사망한 사람들은 이 회사와 계약한 민간청부인(private contractor)이며 대부분 전직 군인이다.



블랙워터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민간보안’ 분야에서 다인코프, 트리플 캐노피와 함께 ‘빅 스리’로 통하는 회사다. 블랙워터는 1997년에 세워졌으나, 소유주 에릭 프린스는 2000년까지 6명뿐인 직원에게 월급 주기도 힘든 처지였다. 그러다 2001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첫 계약을 했다. 2명의 팀 리더를 포함, 18명의 청부인이 아프가니스탄의 ‘CIA 카불지국’을 경호하며 6개월 동안 540만 달러(59억4000만 원)를 받았다.

CIA와 계약으로 대박 난 블랙워터

그 후 블랙워터는 CIA와 매년 계약을 이어가면서 엄청난 규모의 보안회사로 성장했으나 총기사고와 숱한 불법행위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회사이기도 하다. 미 연방검찰은 2010년 4월 16일, 블랙워터의 전 사장 게리 잭슨을 포함한 5명의 직원을 ‘불법무기 소지와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 내용을 보면 “지방 보안관의 명의를 도용해 러시아제 AK-47과 콜트 M-4 자동소총을 주문했고, 보안관 사무실로 배송된 총기를 블랙워터의 무기고로 옮겼다”고 돼 있다.

보안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빠르게 성장했고, 가장 큰 시장은 이라크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테러와의 전쟁은 보안산업 시장의 골드러시를 만들어냈고, 빅 스리를 포함한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은 거의 천문학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보안산업을 선도하는 회사는 빅 스리 외에도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 마르케스 반체 마르케스, 이리니스, 아머그룹, 컨트롤 리스크스 그룹 등이 있다.

미군의 병력규모는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0여 년 동안 30% 넘게 축소됐다. 미군은 세계 최대, 최강의 조직이지만 냉전이 끝난 이후 대처해야 할 위협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말았다. 소련연방은 분해됐고, 서유럽의 안전에 가장 위협적이던 ‘바르샤바 조약군’도 해체됐다. 더 이상 맞서 싸울 상대가 없이 최강자로 홀로 남은 미국은 병력을 감축하며 군의 지원업무를 민영화했다. 군대가 야전에서 수행해오던 보급, 수송, 정비, 급식, 건설 등의 병참업무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민간군사기업에 맡겼다. 그 결과 관료기구보다 민간업체에 맡기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보스니아에서 KBR는 미군기지를 인스턴트로 건설했다. 알루미늄을 입힌 발사 목재와 합판으로 숙소를 건설하고, 방어벽은 화물용 컨테이너로 쌓고, 유류와 식수 저장고는 거대한 플라스틱 탱크로 만들었다. 미군의 싱크탱크인 ‘병참관리연구소’가 보스니아 기지에 대해 쓴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미군에 맡겼으면 8900명의 군인과 6억3800만 달러의 비용이 필요했을 테지만, KBR는 6700명의 인원과 4억6200만 달러로 해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베이스캠프는 바그람 공군기지다. 바그람은 1979년부터 10년간 소련점령군의 중추를 이뤘던 곳이다. KBR는 이 기지를 리모델링하고 전기 공급, 수송, 급식까지 책임지고 있다. 전통적인 군대가 변화하면서 군인은 그만큼 덜 필요해졌고, 군비 증강이 절정이던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 80만 명이던 미 육군은 48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9·11테러 한 달 후인 2001년 10월 군대를 동원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점령했다. 그러나 군대 병력만으로는 치안 유지를 감당할 수 없었다. 한 국가를 점령하는 일과 치안을 유지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고,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민간보안회사 문을 두드렸다.

최근 언론에서는 민간청부인과 용병을 거의 구분하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용병부대와 보안회사는 민간군사기업이란 점에서 차이가 없지만, 실제 하는 일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용병은 돈을 받고 고용돼 계약자를 위해 총 들고 싸우며, 필요하면 정부를 전복시키기도 한다.

민간청부인은 보안회사와 계약한 뒤 보안(security) 관련 일을 한다. 보안이란 일정 수준의 훈련을 받은 사람이 개인이나 시설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다. 보안회사의 청부인들은 국가 고위인물과 외교관, 사업가들을 경호하며 대사관, 군사기지, 유전에서 경계근무를 한다. 심지어 이들은 상업적인 프로젝트와 비정부기구(NGO)의 활동까지 지키며 안전을 확보한다. 따라서 청부인의 일은 싸우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이며, 자신이 지키는 목표가 공격을 받을 경우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만 총을 쏘고 방어한다. 이렇게 볼 때, 용병부대원과 보안회사의 민간청부인을 묶어 ‘용병’으로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외교관과 각국의 언론인, 정부기관의 방문자를 실어나르는 민간청부인의 경호차량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안전은 미 육군 최고의 특수부대이며 대(對)테러 전문부대인 델타포스(Delta Force) 출신의 청부인들이 책임지고 있다. 2002년까지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카르자이를 경호한 것은 미군이었다. 미군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는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6팀에 경호를 전담하도록 했다. ‘네이비실의 델타포스’로 불릴 만큼 최정예인 6팀은 카르자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경호했다.

2002년 9월, 카르자이의 근위병이 그를 권총으로 쏘며 암살을 시도하자 6팀은 주위의 민간인들까지 사살하며 진압했다. 이러한 과잉행동으로 미군은 언론의 비난에 시달렸고, 미 국무부는 카르자이의 경호를 다인코프에 넘기고 경호대를 새로 만들었다. 2003년 헬기를 타고 착륙하던 카르자이는 지대공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으나 민간경호대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그 덕분에 2010년 5월 10일,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카르자이는 ‘중요한 동반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쓰다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존재

국무부, 국방부 등 미 정부기관이 보안과 작전을 민간회사에 의지하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 국무부는 여러 민간회사와 계약하고 있지만, 청부인이 현지에서 사망해도 정부는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는다. 국방부가 분쟁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도 민간회사는 방어막 구실을 해 발목을 빼기 쉽다. 민간청부인은 연방정부에 속한 신분도 아니고 국방부 소속도 아니어서 그들의 존재를 부인할 수 있고, 민간회사는 쓰다가 언제든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민간보안산업이 급성장한 과정을 1990년대 중반부터 추적해온 워싱턴의 두뇌집단 브루킹스 연구소의 피터 싱어는 군의 민영화, 전쟁의 민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경제적 비용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비용절감의 문제다. 잘못됐을 때는 민간회사를 비난하면 된다.”

CIA는 블랙워터, 베텍, 다인코프와 계약해 해외에서 민감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극비에 속하는 국가안보 관련 분야까지 민간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특히 베텍은 JSOC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비밀작전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JSOC는 국방부가 아닌 미 의회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유일한 사령부다.

블랙워터는 CIA와 계약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보안회사로 성장해 1년 매출액이 8억 달러(8800억 원)에 이른다. 연간 계약 중 15%는 비밀계약이며, 대부분 CIA와 맺은 이 계약으로 매년 1억 달러씩 벌어들였다.

보안회사가 언론의 시선을 끌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2003년 3월 이라크 ‘팔루자’에서 일어났다.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팔루자는 미군에게 가장 적대적인 도시로도 유명하다. 팔루자의 간선도로인 10번 도로를 따라 선두의 군청색 미쓰비시 SUV 파제로 뒤로 3대의 벤츠 트럭과 빨간색 파제로가 달리고 있었다. 블랙워터의 청부인들로 구성된 호송대는 바그다드 서쪽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리지웨이로 가는 수송트럭을 경호하는 것이 임무였다.

아침 시간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았고, 마침내 속도가 떨어지면서 호송대가 거의 멈추다시피 했을 때였다. 도로 옆 가게에서 AK 소총을 든 남자들이 튀어나와 2대의 파제로를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원래 계약은 방탄차량을 지급받기로 돼 있었으나 일이 뒤틀렸고, 방탄이 안 된 파제로는 순식간에 벌집이 됐다. 매복하던 공격자들이 바로 곁에서 총을 쏜 탓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던 4명의 청부인은 수백 발의 총탄에 모두 사살됐다. 사고 후 모여든 군중은 차에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질렀고, 새까맣게 탄 시체를 끌어내 발로 짓밟은 뒤 철교로 끌고 가 매달았다.

청부인 250명 이라크에서 강제추방

팔다리가 잘려나간 2구의 시체가 다리에 매달린 광경은 전 세계 TV를 통해 수없이 방송됐다. TV를 통해 지켜본 미국인들은 망연자실했고, 무장한 민간인들이 전쟁 중인 이라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팔루자 사건은 전쟁터에서 민간청부인들이 맡은 역할에 대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민간청부인들은 이라크 지역에서 경호, 경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위험도에 따라 하루 600달러(66만 원)에서 800달러(88만 원) 정도를 받는다.

보안회사의 청부인 중 10%는 돈을 많이 받는 데다 스릴 넘치는 일을 즐기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훈련받은 고도의 전문기술이 민간인 사회에서는 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가족의 여유 있는 삶을 위해 일한다. 그들의 전직은 특수부대원, 경찰관, 국무부 경호요원 등 다양하다.

2010년 2월, 이라크에서 일하던 블랙워터의 청부인 250명이 강제 추방됐다. 바그다드에서 외교관을 경호하던 블랙워터 팀이 반군의 공격에 대응하면서 총기, 수류탄으로 여자와 어린이를 포함한 17명의 민간인을 숨지게 한 일 때문이었다. 2007년 9월의 이 사건으로 5명의 청부인이 기소됐으나, 2009년 12월 미 연방법원은 증거 부족을 내세워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소식을 듣고 이라크인들의시위가 거세지고 반미감정이 극도로 높아졌다.

블랙워터는 현재 200여 건의 총격사건에 연루돼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때문에 소유주 에릭 프린스는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을 해야 했다. 블랙워터는 2009년 2월 회사명을 ‘지 서비스(Xe Service)’로 바꿨다.

네이비실 출신인 프린스는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으며, 대중연설을 하는 경우에도 언론인들의 녹음과 촬영을 금지하기로 유명하다. 프린스는 2010년 5월 5일 고향인 네덜란드에서 뉴스로 보도되지 않는 조건을 내세워 연설을 했다.

내용인즉,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4개의 미군 전방작전기지에서 벌이는 비밀작전에 블랙워터가 개입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에서도 블랙워터의 청부인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스캐힐 기자가 이 사실을 5월 10일자로 기사화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블랙워터가 활동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이었다.

최근에는 무인공격기를 이용한 CIA의 폭격작전에 블랙워터가 개입한 것이 드러나 말썽이 일었다. CIA는 2010년 3월 블랙워터와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카에다를 소탕하는 파키스탄의 비밀작전을 CIA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그들은 또다시 입장이 난처하게 된 셈이다.



주간동아 2010.05.17 737호 (p56~59)

주성민 군사전문 자유기고가 bluejays@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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