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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손두부 맛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

두부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손두부 맛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

손두부 맛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

①어느 두부집 주인이 농수산물 유통공사에서 구입한 수입 콩. ②가마솥에 장작불을 쓰는 강원도 양구의 두부 전문점 ‘전주식당’의 부엌.

두부집이 부쩍 늘고 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려는 소비자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나도 두부를 좋아해 두부집에 자주 가지만 만족스러운 두부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공장두부와 진배없는 것을 ‘손두부’ ‘3대째 하는 두부집’이라며 파는 곳이 많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소비자가 그 차이를 잘 모르니 그런 것이다. 맛있는 두부의 조건 중 딱 두 가지만 짚어보겠다.

첫째, 국산 콩이어야 한다. 수입 콩도 똑같은 메주콩이지만 품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수입 콩은 농수산물유통공사(이하 유통공사)에서 국영무역 형태로 수입해 가공업체에 풀기 때문에 일반인은 보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유통공사에서 하는 일이므로 국산 콩과 거의 같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제 수입 콩을 보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그냥 봐도 변색된 콩, 깨진 콩, 썩은 콩이 섞여 있다. 덜 익어 푸른색을 띠는 콩도 많다.

물론 유통공사가 질 나쁜 콩을 수입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미국 기준으로 1등급 콩을 수입한다. 그러나 유통공사 홈페이지에 적시된 수입 콩의 품질 규격을 보면 금세 그 이면을 파악할 수 있다. ‘파쇄립 : 10% 이내. 변질률 총계 : 2% 이내. 변질 중 뜬 것 : 0.2% 이내. 이물 : 1% 이내. 이종피색 : 1% 이내. 수분 : 13% 이내. 색택 : 황백색. 돌콩 : 2% 이내.’ 그 뒤에 기재해둔 용어 정리를 보면 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파쇄립 : 콩이 쪼개지거나 깨진 것, 충해립(콩껍질 포함)을 말함. 변질률 총계 : 부패, 변질, 변색 등의 총계를 말함. 변질 중 뜬 것(열손립) : 변질립 중 열에 의해 뜬 것. 이물 : 콩 이외의 것. 이종피색 : 황백색 콩 외의 다른 종피색의 콩. 돌콩 : 20~23℃의 물에 5시간 동안 수침해 불지 않는 콩.’

규격 자체가 이러니 수입된 콩 자루에는 멀쩡한 것과 썩고 깨지고 벌레 먹고 변질된 것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수치로만 보면 금방 와닿지 않겠지만 실상이 그렇다. ‘수입 콩 사진’만 봐도 품질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은 어느 두부집 종업원이 유통공사에서 받은 콩 자루에서 무작위로 한 움큼 쥐어 찍은 것이다.

집에서 콩물을 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썩은 콩 한두 알이 한 됫박의 콩물 맛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 할머니들은 콩을 상에 펼쳐놓고 한 알 한 알 골랐다. 물론 두부집에서도 수입 콩을 사다가 그 정도의 정성을 들이면 되지만, 버리는 콩의 양과 인건비를 계산하면 이를 실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두부의 조건 두 번째. 100℃ 이상의 수증기(스팀)로 콩물을 끓이지 말아야 한다. 콩물은 100℃ 이상의 온도와 닿으면 맛이 변할 뿐 아니라 콩 향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증기에 노출된 콩물은 자연히 ‘맛탱이’가 갈 수밖에 없다. 공장두부에서 옛날 두부 맛이 나지 않는 것도 이렇듯 수증기로 콩물을 끓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콩물을 가스불에 끓이다 보면 바닥에 눋기도 하고 수증기로 끓이는 것보다 시간이 5, 6배 더 걸려 수증기 방법을 고수하는 것이다. ‘손두부’ ‘즉석두부’라는 간판을 단 집들의 주방을 들여다보면 거의가 그렇다. 장작불에 가마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가스불에 양동이 정도는 걸어두고 두부를 쒀야 비로소 손두부, 즉석두부라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밖에 두부 맛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이 두 가지에 비하면 부수적인 수준이다. 공장 식품이든 식당 음식이든, 소비자가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것을 ‘얻어’먹을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



주간동아 2010.05.04 734호 (p82~82)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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