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청계천, 탑골공원 주변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행사에는 주최 측만 있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동원된 인력이 태반이었지요. 심지어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행사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무박으로 120km를 걸어 삼일절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행사도 있었지만, 정작 시민들의 관심은 삼일정신이 아닌, 120km의 ‘초인적 거리’에만 쏠렸습니다. 거리에 선 시민을 불러 세워 “삼일절 행사에는 관심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이렇듯 제가 겪은 삼일절은 ‘데이트하기, 쇼핑하기, 놀러가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취재에 나선 저에게 “삼일절인데 쉬지, 왜 일하냐”고 말하는 ‘친절한 시민’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들과 같은 시민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삼일절은 그냥 노는 날이 아닙니다. 또한 유관순 열사, 태극기가 삼일절의 전부는 아니지요. 그날은 남녀노소, 계급, 빈부를 떠나 나라 독립을 위해 모두가 만세를 부른 날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임시정부의 정신과 설립의 근간이 됐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때 온 국민이 함께 외치던 독립에 대한 열망, 그것을 기억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간동아 727호 (p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