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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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꿈의 4G 시장 선점하라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유비쿼터스 구현 … 국내 업체들, 유럽과 주도권 전쟁

  • 정우기 청강문화산업대학 이동통신과 교수 wgchung@ck.ac.kr

    입력2010-01-12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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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부산으로 300여km 속도로 달리는 KTX 안. 현재 노트북 컴퓨터로 KTX가 제공하는 무선인터넷망을 이용하려면 30분에 1000원, 하루 종일 사용에 2000원의 비용이 든다. 원리는 HSDPA 신호를 받아 이것을 다시 무선 AP로 분배하는 방식이다. HSDPA의 최대 속도는 7Mbps(초당 700만 비트)에 불과하며, 분배받은 AP 또한 많은 사용자가 접속하다 보니 속도가 많이 느리다. 가벼운 웹서핑을 하는 것도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영화를 내려받는 것은 언감생심.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적용된 휴대전화로는 이런 불편 없이 단 몇 초 만에 영화를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물론 현재 출시된 3G폰도 영상통화가 가능하며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지만 이때 걸리는 시간은 10여 분. 그러나 4세대 이동통신 기술로는 700MB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몇 초면 충분하다. 고속버스처럼 시속 100km 이상 달리는 고속이동 중에도 HD급 영상의 송수신이 수십 초 내에 이루어진다.

    특명! 꿈의 4G 시장 선점하라
    단 몇 초 만에 최신 영화 다운 뚝딱!

    전 세계는 지금 ‘꿈의 이동통신’이라 불리는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유럽의 일부 국가에선 초기 형태의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됐고, 국내 이동통신사는 기술력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은 일반적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이 2005년 10월 차세대 이동통신의 명칭으로 정한 ‘IMT-Advanced’를 가리킨다. IMT-Advanced는 좁은 의미로는 IMT-2000보다 훨씬 빠른 무선전송 기술이라 정의되며, 넓게는 새로운 고속 무선전송기술뿐 아니라 인터넷 기반의 모든 네트워크를 포함한 기술을 의미한다.



    4세대 이동통신은 문자는 물론 음성, 동영상 통화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현재의 유선 인터넷과 비슷한 속도와 화질로 즐길 수 있다. 2세대 및 3세대 이동통신망과 무선랜 등 다양한 기존 네트워크와 연결한 유비쿼터스 이동통신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4세대 이동통신이 네트워크뿐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동통신 기술은 1세대가 첫선을 보인 이래, 진화를 거듭해왔다. 1세대 이동통신은 최초로 셀룰러 이동통신 개념을 구현한 아날로그 이동통신으로 음성 서비스만을 제공했다. 반면 2세대 이동통신은 디지털 방식에 기반한 셀룰러 이동통신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파수 자원의 부족이 예상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입자 수용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디지털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1992년 유럽의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방식, 93년 일본의 PDC(Personal Digital Cellular)와 미국의 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 96년 우리나라의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을 이용한 디지털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됐다.

    CDMA 기술의 시스템 용량은 아날로그와 비교해 10배 이상이다.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은 음성 용량의 증대뿐 아니라 저속의 데이터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GSM과 CDMA 이동통신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문자 메시지가 주요 서비스로 나타났다.

    그러나 1990년 후반 사용자들은 음성 및 간단한 메시지 서비스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IMT-2000 시스템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3세대 이동통신은 음성, 데이터, 영상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무선멀티미디어 이동통신이다.

    이렇게 2세대 이동통신에서 3세대 이동통신으로 발전하면서 데이터 서비스의 보편화가 이뤄졌다. 이는 음성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존 시스템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데이터를 음성과 분리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터넷 사용은 무선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기존의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서비스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기술 및 경제적인 문제가 있었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대 2Mbps(초당 200만 비트)로 제한됐던 것.

    4세대 와이브로 기술 우위의 국내 업체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IMT-Advanced는 이동 중에 100Mbps(초당 1억 비트), 보행 중에 1Gbps(초당 10억 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기존의 3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회선망과 패킷망으로 이원화됐던 것과 달리 인터넷 기반으로만 구성됐다.

    IMT-Advanced 기술은 저속 이동환경에서는 1Gbps까지 데이터를 전송하는 저속 이동용 시스템과 고속 이동환경에서도 100Mbps까지 데이터를 전송하는 고속 이동용 시스템이 별도로 개발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향후 고속과 저속의 데이터 전송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IMT-Advanced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1세대 이동통신은 국가별로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2세대 이동통신부터는 여러 국가가 함께 기술을 표준화한 후 개발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3세대 이동통신은 IMT-2000과 같이 ITU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기술을 표준화한 후, 기술 개발 및 서비스를 제공했다.

    4세대 이동통신인 IMT-Advanced 기술 개발도 IMT-2000과 동일하게 ITU를 중심으로 기술을 표준화한 후, 기술 개발 및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다. ITU가 제시한 IMT-Advanced 시스템은 현재 서비스되는 3세대 이동통신과 비교해 기지국 데이터 전송용량은 약 3~5배, 음성용량은 2배 정도를 요구한다.

    ITU는 2009년 10월까지 4세대 이동통신 후보 기술을 제안하도록 했는데, 결국 CDMA 2000 계열의 UMB(Ultra Mobile Broadband) 기술은 포함되지 않았고 WCDMA 계열의 ‘LTE(Long Term Evolution)-Advanced 기술’과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 계열의 ‘802.16m 기술’만이 제안됐다. 이런 기술은 2011년 2월 표준이 완성될 예정이며, 앞으로 이 두 개의 기술만이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특명! 꿈의 4G 시장 선점하라

    삼성전자의 모바일 와이맥스에 기반한 ‘몬디(Mondi)’.

    3세대 진화 시스템과 4세대 도입시기 저울질

    표준화 진행과정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표준에 반영하려는 휴대전화 제조업체들 간의 경쟁과 이동통신 사업자들 간의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LTE-Advanced 기술은 소니 에릭슨, 노키아, 퀄컴 등이 50% 이상의 기술문서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14% 정도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 모바일 와이맥스는 삼성전자, 인텔, 런콤, LG전자 등이 기술문서의 대부분을 제안하고 있다. 이 중 삼성전자, LG전자, ETRI, KT 등 국내 업체의 기고문은 45%에 달한다.

    국내 업체들이 제안한 기술문서에 의한 특허 비중은 LTE는 10%, 와이브로는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 비중만을 고려한 국내 업체의 4세대 이동통신 경쟁력은 와이브로 기술이 다소 우위에 있다. 하지만 향후 세계 시장의 80% 이상이 LTE를 기반으로 진화한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퀄컴, 소니 에릭슨, 노키아 등은 와이브로의 기술문서를 거의 제출하지 않았지만 4세대 이동통신의 핵심기술인 OFDM 원천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특히 퀄컴의 경우 3세대 이동통신의 핵심기술인 CDMA 특허도 가지고 있어 여전히 특허 경쟁력은 높은 편이다.

    상용화 기술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는 2006년 와이브로 상용화를 최초로 주도했으며, 2009년 12월 스웨덴의 텔리아소네라에 LTE 상용 단말기를 최초로 공급하는 등 상용화 기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LG전자 또한 상용화 기술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상용시스템 개발은 국내 업체들이 기존의 소니 에릭슨, 노키아뿐 아니라 중국의 화웨이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802.16m 기술의 전 단계인 모바일 와이맥스 서비스가 이미 2006년 실시됐으며, LTE-Advanced 전 단계의 LTE 기술이 2009년 스웨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4세대 이동통신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WCDMA 기술과 모바일 와이맥스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3세대 진화 시스템과 함께 4세대 이동통신도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태.

    1980년대 아날로그 이동통신은 미국, 일본, 유럽의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주도했다. 90년대 2세대 이동통신인 디지털 이동통신은 GSM 방식을 개발한 유럽이 주도했는데 이 방식은 유럽의 이동통신 표준을 넘어 세계적인 기술 표준으로 발돋움했다. 기술 중립성 정책을 표방하면서 집중력을 잃은 미국의 퀄컴은 CDMA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미주 및 아시아에서 일부 시장을 확보했다.

    퀄컴의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2세대 이동통신부터 선진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일본은 독자적인 표준 방식을 고집해 세계 시장에서 고립됐다. 3세대 이동통신 역시 GSM에 이어 WCDMA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과 연결한 유럽이 지속적으로 주도했으며, 미국은 CDMA 기술로 제한된 시장을 이어갔다. 한국은 CDMA 기술을 기반으로 유럽 방식의 WCDMA 기술도 함께 개발하면서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1세대부터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을 살펴보면, 우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글로벌 주파수를 확보한 후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 및 표준화를 완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명! 꿈의 4G 시장 선점하라
    정부·제조사·통신사 유기적 합의가 중요

    예컨대 유럽의 GSM은 유럽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GSM 주파수 대역을 확보한 뒤 유럽 각국이 개별적으로 개발했던 아날로그 이동통신 방식을 버리고, 유럽 공통의 GSM 방식을 개발해 유럽 표준으로 선정했다. 이후 문자 메시지 등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제조업체 및 통신사업자의 규모도 함께 성장했다. 유럽은 3세대 이동통신에서도 WCDMA를 세계적인 주파수 확보 및 기술 표준으로 삼으며 주도권을 유지했다. 미국의 CDMA 기술 진영도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10~20%에 이르는 시장을 확보했다.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기존 이동통신과 매우 다른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400MHz 대역부터 3.4GHz 대역에 이르는 다양한 이동통신 주파수가 선보인다. 데이터 전송의 초고속화가 이뤄짐에 따라 과거 문자 메시지 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성숙 정도가 주파수, 기술과 관련됐다는 사실은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기존 이동통신과는 분명히 다른 패러다임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주파수의 활용 △혁신적인 이동통신 기술 개발 △서비스 시장을 고려한 적절한 도입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어느 주파수가 글로벌 밴드가 될 것인가’ ‘LTE-Advanced와 802.16m를 비롯한 어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미래의 서비스에 적합한가’ ‘어떤 서비스 시장을 준비할 것인가’ 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 한국은 2세대 이동통신에서 정부, 제조업체, 사업자가 CDMA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당면 목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CDMA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는 쾌거를 이뤄냈고, 이동통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현재 4세대 이동통신은 미국이 서비스 능력에서 앞서고, 유럽은 주파수 활용과 네트워크 운용에서 다소 앞서 있다. 4세대 이동통신은 2세대 이동통신과는 다르게 매우 복잡한 패러다임을 가진다. 다양한 요소가 융합돼 나타나는 미래 시장인 만큼 누가 시장을 주도할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4세대 이동통신의 구현에서도 여러 주체의 합의가 중요하다. 4세대 이동통신은 2012년 이후 성숙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주파수, 기술, 서비스를 준비하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적절한 주파수의 공급을 담당하는 정부, 혁신적인 이동통신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제조업체 그리고 능동적으로 시장 창출을 주도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자가 유기적으로 준비해야만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모바일 와이맥스와 LTE는

    삼성전자 양 분야서 우위 확보 “가자, 정상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모바일 와이맥스와 LTE. 국내 기술인 모바일 와이맥스와 유럽 주도로 이뤄지는 LTE 기술이 박빙을 이루고 있다. 상용화 속도는 모바일 와이맥스가 앞서 있으나 세계 메이저 통신업체들은 LTE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두 분야 모두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모바일 와이맥스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75개국 140여 개 사업자가 있으며, 유선인터넷 대용으로 사용하는 고정형 와이맥스는 전 세계 500여 개 사업자가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와이맥스 사업은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뿐 아니라 유선 통신사업자, 방송 및 케이블 사업자, 통신사업 초기 진출 사업자 등이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삼성전자는 2006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 와이맥스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상용 서비스를 운영하며 와이맥스 포럼 의장사로서 모바일 와이맥스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ABI 리서치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와이맥스 시장은 2012년경 가입자 2억8000여 명에 달하고 장비 및 단말기 시장은 59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br>삼성전자는 모바일 와이맥스 시스템 시장의 약 35%를 점유하고 전 세계 21개국 25개 사업자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12개국 13개 사업자에 상용 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추가로 10여 개국 20여 개 사업자와 협상 중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12월14일 북유럽 최대 통신인 텔리아소네라가 삼성전자 LTE 단말기인 GT-B3710을 통해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것.

    GT-B3710은 노트북, 넷북 등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USB 동글 타입으로 2.6GHz대 LTE 서비스용 주파수를 제공한다. 이 단말기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LTE 모뎀칩 ‘칼미아(Kalmia)’가 탑재됐으며 3GPP의 최신 표준인 3GPP LTE Release8 규격에 맞춰 제작됐다.

    삼성전자는 2010년 초 4세대 LTE, 3세대 HSPA(High Speed Packet Access), 2.5세대 EDGE(Enhanced Data GSM Environment)를 모두 지원하는 업그레이드된 단말기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신종균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통신산업에 역사적인 시발점이 될 세계 최초 LTE 상용 서비스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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