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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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공무원’ 마술학교 교장 되다

  • 이인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9-12-30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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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술사 공무원’ 마술학교 교장 되다
    강원도 정선군 산업경제과에 근무하는 백호민(41) 씨는 지역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정선 5일장에서 마술 공연을 펼치는 그의 얼굴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그가 이번에는 제대로 일을 벌였다. 유명 마술사 최현우 씨 등과 손잡고 정선군 북평면 장열리 행복마을에 마술학교를 열기로 한 것. 2010년 1월9일 개교 예정인데 백씨가 교장을 맡는다.

    “마술학교는 공연무대와 신체분리, 공중부양 같은 마술 체험이 가능한 매직 포토존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습니다. 사전 신청을 받아 당일, 1박2일, 2박3일 캠프 형식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그는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접목한 ‘교육 마술’과 농촌체험 활동, 레일바이크 등 지역 관광투어를 병행하는 점이 다른 캠프와 차별화된다고 강조한다. 백씨는 2007년까지 마술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었다. 그해 말 정선군 미래기획단에 근무하면서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마술축제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 첫 인연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마술이 활성화된 것처럼 강원랜드 카지노가 있는 정선이 마술과 어울린다는 발상이었다.

    “군에서 저의 제안을 수락했지만 본격적으로 기획에 들어가니 막막했습니다. 마술에 문외한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곧 마술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인천 부평의 마술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주말마다 부평을 오가는 고단한 일정이 이어졌다. 금요일 퇴근 후 4시간 반가량 차로 달려 부평으로 갔다가 월요일 새벽 정선으로 돌아왔다. 숙식은 마술아카데미에서 해결했다. 그로부터 9개월 후 실전에 뛰어들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올해까지 장터 공연만 120여 차례 했을 정도. 영월단종문화제 등 지역 축제마다 초청이 쇄도했다. 2008년 7월에는 한국마술산업진흥학회의 대외협력분과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마술에는 지역색이 물씬 묻어난다. 마술사들이 보통 모자나 주머니에서 비둘기나 꽃을 꺼낸다면 그는 지역 특산물인 감자, 황기, 옥수수 등을 꺼낸다.

    “마술학교는 마술 보급과 외지인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마술을 통해 꿈과 희망, 그리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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