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8

2010.01.05

“권한 없는 의장직 답답하고 어렵다”

김형오 국회의장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입력2009-12-29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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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한 없는 의장직 답답하고 어렵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국회를 이끄는 입법부 수장보다 더한 중책은 없다. 그만큼 권력도 무소불위일 것 같다. 그런데 김형오 국회의장은 사석에서는 물론 생방송에서조차 이런 말을 자주 한다.

    “국회의장에게는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래서일까. 국회의장을 신뢰하기는커녕 대놓고 무시하는 야당 의원이 적지 않다. 여당 의원들로부터도 그다지 두터운 지지를 받는 것 같지 않다. 의장직 사퇴는 물론 의원직 사퇴도 요구하는가 하면, 며칠 전엔 의장의 사회를 거부하겠다는 공언까지 나왔다.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그는 ‘외로워 보인다’.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고, 온통 흔들려는 사람뿐이다.

    제헌 6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시점에 시작된 18대 국회, 그러나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고 불신의 벽은 높다. 김 의장에게 그 연유를 물었더니 “자업자득”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회가 국민에게 외면받는 것은 결국 제 할 일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국민께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정치 불신 … 국민께 송구한 마음뿐”



    개헌은 김 의장이 지금까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추진해온 과제다. 권력구조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보화, 세계화, 지방화의 변화를 모두 담은 구체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홍구 전 총리, 김철수·권영성 서울대 명예교수 등 3명의 고문, 그리고 국내외 헌법학자와 정치학자 13명으로 발족한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2009년 8월 결과보고서를 김 의장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논의는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려면 헌법개정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해야 한다. 여당도 야당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일을 더 진척시키지 않는 게 묘하다.

    김 의장은 1947년 11월30일 경남 고성에서 출생했다. 경남고를 나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국무총리 정무비서관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2년 제14대 민자당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뒤 15, 16, 17, 18대 연이어 당선. 그의 5선 관록에는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 원내대표 등 정치인으로 굵직굵직한 경력이 녹아 있다. 특히 원내대표 시절 숱한 난제를 절묘하게 풀어냈고, 일 잘한다는 공감대가 최장수 원내대표라는 기록을 가능하게 했다. 2008년 ‘제8회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정치발전부문 최고대상’을 받았다.

    김 의장은 “막상 의장직을 맡고 보니 생각보다 권한이 없다는 걸 절감했다”면서 지난(至難)했던 18대 국회의 원구성 협상과정을 떠올렸다. “학교로 말하면 반 편성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교장이 손 놓고 마냥 학생들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국회의장이 국회운영에 관한 일정 부분의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의 권한인 직권상정이 올해처럼 논란이 된 적이 있었을까. 김 의장의 공식 사이트(www.hyongo.com)는 ‘세상을 보는 큰 눈, 만사형통 김형오’로 시작한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9단이다. 국회의장 직무 또한 모든 역경을 뚫고 만사형통으로 마무리하리라 믿는다.

    * 왕상한 교수는 국회방송 ‘시사와이드 생방송 여의도저널’(월~금)을 진행하면서 하루에 한 명씩 전현직 정치인을 만나고 있다. 그가 만난 정치인들의 이면과 속내를 격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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