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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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전광판으로 알린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12-24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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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드 인 코리아’ 전광판으로 알린다
    서울 망우동 ㈜스마트옵텍 조정필(42) 대표의 사무실에는 세계지도와 함께 각국의 도로, 유람선, 공항 사진이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에서나 전광판이 눈에 띈다. 중국 상하이 푸둥강 유람선(사진)에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공항에도, 미국 샌디에이고 도로변에도 대형(500㎡급)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외국인들이 대형 전광판을 보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떠올린다고 생각하면 흥이 절로 나요. LED 전광판 원천기술은 일본이 갖고 있지만 오히려 저희가 조립,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합니다.”

    조 대표는 11월 무역의 날 행사에서 3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지난 1년간 500만 달러가량 수출했지만, 수출실적 산정 기간(전년 7월1일~이듬해 6월30일)이 달라 올해는 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광판 업계에서 300만불 수출탑을 받는 것은 극히 드문 기록. 12월 말에는 ‘2009 소기업소상공인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해외 입찰이 있으면 무조건 날아갑니다. 처음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인지도가 낮아 고생했는데 부딪히다 보니까 슬슬 알려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입찰에 참여하거나 납품 계약을 할 때 보통은 직원이 하지만 조 대표는 직접 챙긴다. 그래야 의사결정 시간이 짧고 ‘예스, 노’가 분명해 성공률이 높다는 게 그의 철학. 계약이 체결되면 곧장 전북 전주시의 현지공장에 연락해 제조에 들어간다.

    지금은 세계 곳곳에 자사 전광판이 ‘번득’이고 있지만, 그도 백의종군하면서 빚 받으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선배들과 ‘뉴미디어 산업’이라며 공동 창업을 했지만 영문학도 출신이 뭘 알겠습니까. 1995년에는 국비 지원하던 영상송수신 직업학교에 다니며 공부도 했어요.”

    1996년 회사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내주고 백의종군했고, 눈이 펑펑 오는 어느 날엔 자동차에 매달려 수십m를 끌려가기도 했다. 돈을 주지 않으려 도망치는 업체 사장의 차에 올라탄 것이다. 현재 IVI(국제백신연구소) 기빙클럽 회원이 된 것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결국 2003년에 다시 대표이사가 됐다. 요즘은 전광판과 함께 ‘쌍방향 LED 가로등’을 본격 연구 중이다. 한낮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면 스스로 불을 밝히고 햇볕이 나면 꺼지는, 주위 밝기에 따라 조도가 조절되는 첨단 가로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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