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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殷) 왕실 길흉을 점친 ‘갑골문자’

중국 허난성 안양시, 역사의 보고 … 뛰어난 풍광 타이항산맥은 볼수록 매력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은(殷) 왕실 길흉을 점친 ‘갑골문자’

은(殷) 왕실 길흉을 점친 ‘갑골문자’

1 은허박물원. 2 은허박물관에 소장된 소뼈에 갑골문자가 쓰여 있다. 3 갑골문자와 유골이 대량으로 발견된 순장 무덤.

‘은허’(殷墟·중국어 발음은 ‘은쉬’)라고 하면 어딘지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실제로 이곳은 중국 고대 은(殷)나라의 수도로, 200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은허에서는 중국 최초의 문자인 갑골문자를 비롯해 마차, 도기, 청동기, 옥기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국보급 유물이 다량으로 발굴됐다. 중국 허난(河南)성에 자리한 안양(安陽)은 중국의 7대 고도(古都)로 꼽히는 도시다.

시의 북서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샤오툰촌(小屯村)에 은허가 자리한다. 지난 10월 은허를 찾아 은허박물원에 들어가니 순장을 한 은나라 왕이나 귀족의 묘, 갑골문이 발견된 땅굴, 마차 잔해와 함께 이들을 설명하는 여러 전시관과 박물관이 있었다. 이 유물들은 중국 사회과학원이 은허에서 발굴한 일련의 것들로 고대 중국의 정치, 군사, 사회, 풍습 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중국 최고(最古)의 역사적 왕조인 은나라(기원전 1600~1046년)는 ‘상(商)나라’라고도 불린다. 은나라는 한때 크게 번창했으나 주(周)나라에 의해 멸망하면서 찬란하던 문물이 일순간에 폐허가 됐다. 폐허가 된 곳을 1928년부터 발굴해보니 많은 땅굴과 3만여 조각의 갑골문이 나왔다. 은대 후기 왕릉구역에는 큰 무덤 13기가 있었는데 모두 사람을 순장한 것이다. 일부 무덤에선 160여 명에 이르는 순장자의 유골이 발견됐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은허에서 발견된 갑골문자는 중국 어느 박물관에서도 보물처럼 모신다. 갑골문자는 당시 점을 볼 때 활용하던 거북등이나 소뼈에 새긴 문자를 말한다. 그래서 귀갑문자, 귀갑수골(龜甲獸骨)문자라고도 한다. 갑골문자는 대부분 왕실의 길흉을 점친 기록이다. 1899년 은허에서 처음 발견된 갑골문자는 한자의 가장 오래된 형태인데, 언뜻 보면 그림으로 된 문자 같다. 갑골문자는 약 3000자로,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해독됐다.



은허에서 주역(周易)의 발상지인 유리(里)성으로 향했다. 기원전 12세기 주나라의 창건자인 무왕의 아버지 문왕은 유리(오늘날 허난성 탕인현)라고 불리는 감옥에서 갇혀 지내던 7년간 역의 8괘를 64괘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곳이 주역의 발생지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주역은 역경(易經)이라고도 하는데 경(經), 전(傳)의 두 부분을 포함하며 그 수가 대략 2만4000자다.

괘상(卦象)에 따라 길흉화복을 점쳤으며 세계관과 윤리학설, 그리고 풍부하고 소박한 변증법을 담고 있어 처세의 지혜이자 나아가 우주론적 철학이기도 하다. 은나라를 말하는 데 있어 타이항(太行)산맥을 빼놓을 수 없다. 은나라 여러 왕이 군사적 요새로 활용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타이항산맥은 허난, 허베이(河北), 산시(山西), 산시(陝西) 4개 성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맥이다.

남북 600km, 동서 250km에 이르며 산세가 험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린뤼(林慮)산, 윈타이(雲台)산, 주롄(九蓮)산, 완셴(万仙)산 등 중국 명산들이 타이항산맥에 속해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北京)에서 중요한 국제회담을 할 때 그 회담 장소의 배경에 펼쳐져 있던 그림이 타이항산맥이다. 한국의 태백산맥처럼 타이항산맥은 많은 중국인이 즐겨 찾는 이름난 등산로이자 휴양지다.

사시사철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자연풍광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뛰어난 문인이나 화가에게 좋은 작품 소재가 됐다. 타이항산맥 중에서 뛰어난 자연풍광을 가진 린뤼산은 허난성 안양시 린저우(林州)시에 속해 있다. 린뤼산 풍경구는 총면적이 310km2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 이곳은 중국의 국가 중점 풍경 명승구이면서 중국 10대 적색 관광 풍경구이자, 국가농업 관광시범 기지다.

은(殷) 왕실 길흉을 점친 ‘갑골문자’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타이항산 대협곡.

린뤼산의 울창한 원시삼림과 폭포, 높이가 1000m를 넘는 깎아지른 듯한 직벽, 남북 간 거리가 40km나 되는 병풍식 절벽은 보는 이를 예외 없이 감탄하게 만든다. 린뤼산의 관광명소로는 계곡을 따라 폭포가 이어지는 도화곡(桃花谷), 산세가 험준한 골짜기에 만들어진 왕상암(王相岩), 산봉우리가 절경을 자랑하는 태극빙산, 웅장한 3개 협곡을 볼 수 있는 선대산, 아름다운 고산호수 태행평호를 꼽을 수 있다.

고색창연한 안양에서 버스를 타고 타이항산대협곡 풍경구로 향했다. 황금색으로 ‘타이항산대협곡 풍경구’라고 적힌 곳에 도착해 주변 산을 둘러보니 높다란 암벽이 앞에 우뚝 서 있고 주위에 안개가 끼어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중국의 ‘그랜드캐니언’ 장관

다음에 도착한 도화곡은 오랜 기간 협곡 안에 급류가 흐르면서 산을 양쪽으로 갈라 수로(水路)를 만든 곳이다. 계곡을 흐르는 물, 폭포수가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계절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아낸다. ‘도화곡’은 한겨울에도 복숭아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도화곡에선 한겨울에 피는 복숭아꽃, 한여름 계곡에 버티고 있는 얼음덩이, 내리치면 돼지 울음소리를 낸다는 저규석(猪叫石)이 특히 유명하다.

도화곡 입구에서 산 위로 10분 정도 오르면 황룡담(黃龍潭)이 나타난다. 오랜 세월 층을 이룬 바위 절벽 아래에는 청록색 물이 괸 호수와 가냘프게 생긴 다리가 있다. 도화곡 계곡 끝까지 올라가면 여러 개의 폭포를 볼 수 있는데 낙차가 346m나 된다. 구련포는 린뤼산에서 폭이 가장 넓은 폭포로, 폭포가 서로 이어져 있어 물이 여러 색상으로 보인다.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천고의 풍운을 나타낸다.

도화곡에서 왕상암까지는 ‘타이항천로’를 따라 버스로 이동했다. 타이항천로는 여러 개의 길이 S자형으로 산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다. 높은 산중 절벽 사이에 위태롭게 만들어진 길인 데다, 바로 아래는 천길만길 낭떠러지여서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른다. 왕상암 입구에선 웅장한 산악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벽을 칼로 깎아놓은 듯한 기암괴석이 곳곳에 자리한다. 왕상암 입구 부근에는 공연무대를 갖춘 음식점 ‘천연산장’이 있고, 향토음식인 고구마 가루떡과 악비주 술 등을 판다.

타이항산대협곡의 석판암 지대는 남북으로 50km, 동서로 1.5km에 이른다.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곳으로, 전망대에서 아스라이 바라보이는 센다이(仙台)산엔 기봉(奇峰)들이 우뚝 솟아 있다. 또한 바이젠산은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며, 톈핑(天平)산의 산세는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타이항산맥의 린뤼산 일대는 25억년 전에는 바다 밑이었다고 한다. 그 후 화산이 분출하고 커다란 지각변동이 계속되면서 웅장한 산으로 변했다.

기기묘묘한 돌병풍처럼 솟은 암석, 붉은 절벽 사이로 보이는 푸른 초목, 초대형 암석으로 이뤄진 절벽 등이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어낸다. 홍치취(紅旗渠)는 가뭄에 시달리던 허난성 북부 주민들이 타이항산맥 산악지대에 살면서 험준한 봉우리의 바위를 깎고 암벽동굴을 파서 만든 1500여km 달하는 인공수로다.

1960~69년 1250개 산과 152개의 험준한 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깎고 암벽동굴을 팠다고 한다. ‘홍치취’는 말 그대로 붉은 기(紅旗)를 내걸고 건설한 수로라는 뜻이다. 허난성 린저우시에 사는 주민 30만명이 10년에 걸쳐 이뤄낸 대역사다. 중국의 건설 능력을 보여주는 홍치취는 중국의 중앙정치 지도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 현대판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일컬어진다.



주간동아 2009.11.24 712호 (p78~79)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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