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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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불치병 완전정복 ‘도전장’

태반줄기세포 이용, 뇌출혈·간경화 등 치료제 개발 러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9-10-21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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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치병·불치병 완전정복 ‘도전장’

    최근 지방 성체줄기세포를 복제해 탄생한 개들.

    누군가가 화를 내면 흔히 ‘핏대가 섰다’고 한다. 여기서 핏대란 심장에서 목을 거쳐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頸動脈).

    화가 나면 심장은 많은 혈액을 뇌로 보내게 되는데, 이때 혈관이 팽창해 커지는 걸 보고 ‘핏대가 섰다’고 표현한다.

    만일 경동맥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면(뇌출혈) 뇌로의 산소 공급이 일시에 중단되면서 뇌 기능이 정지하고(뇌사), 곧 심장이 멈춘다. 영화에서 ‘킬러’가 상대방을 단번에 제압할 때 목 오른쪽을 칼로 베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기전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를 게 없다.

    보통 뇌출혈은 경동맥이나 뇌 안의 혈관이 외상 또는 동맥경화에 의해 터지면서 생기는데 어떤 혈관이 터졌는지에 따라, 또한 고인 피가 뇌의 어느 부위를 압박하는지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사지 전체 또는 일부분만 마비될 수도 있고, 의식불명(뇌사 포함)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최악의 상황은 물론 사망. 현재 뇌출혈에 대한 치료법은 수술을 통해 뇌에 고인 피를 제거하거나, 고인 피의 양이 적을 경우 몸이 스스로 피를 흡수하도록 기다리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뇌출혈 치료에 서광이 비치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비록 동물실험이지만, 인태반물질이 뇌 손상을 저지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 고려대 소아과학교실과 CHA 의과학대 소아과학교실이 어린 흰쥐의 뇌 속 총경동맥(경동맥과 연결된 뇌 속 좌우 한 쌍의 대동맥)을 절단한 후 태반물질을 12시간 간격으로 배에 4회 주사했다. 그 결과, 생리식염수를 주사한 대조군 쥐의 뇌가 손상을 입어 거의 파괴된 반면, 태반물질을 주사한 쥐에게서는 뇌 손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총경동맥을 절단해 뇌로의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소가 8%밖에 없는 공간에 2시간 동안 쥐를 노출시켰지만 태반물질을 주사한 쥐의 뇌는 멀쩡했다. 연구진은 “항염증 작용과 항산화 작용이 태반물질의 중요한 기전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정확한 기전은 아직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태반줄기세포의 무한한 잠재능력

    태반은 이처럼 지금까지 밝혀진 것보다 앞으로 밝혀가야 할 효능이 더 많다. “치료의학에서 태반 연구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다”는 말이 연구진의 입에서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 이들은 현재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연구가 대부분이지만, 가까운 장래에 태반에서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 치료약이 나오리라 확신한다.

    태반을 사용한 치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 여성의 난자에서 뽑아냄으로써 생명윤리 논란에 직면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자기 지방, 골수, 태반, 제대혈(태반 내 탯줄에서 나온 혈액) 등에서 얻기 때문에 연구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현재 일부 성형외과와 비뇨기과에선 환자 자신의 배꼽이나 허벅지 지방에서 빼낸 줄기세포를 피부미용, 가슴성형, 성기성형에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뇌경색으로 괴사한 뇌 조직에 성체줄기세포를 주입해 치료하는 신경외과의원도 있다.

    이는 성체줄기세포가 죽은 세포 대신 새로운 세포를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데다, 자기 것을 쓰는 만큼 면역거부 반응이 적다는 점을 이용한 것. 성체줄기세포는 필요한 순간에 특정 조직의 세포로 분화되는 미분화 상태의 세포로, 과거에는 자신이 속한 조직세포만으로 분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다른 조직의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됐다. 예를 들어 피부의 성체줄기세포가 신경세포, 근육세포, 지방세포 등으로 분화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그것이다.

    난치병·불치병 완전정복 ‘도전장’

    CHA 의과학대 김기진 교수는 최근 동물실험에서 태반줄기세포를 이용해 간 섬유화 억제에 성공했다.

    제대혈보다 다양한 줄기세포 포함

    성체줄기세포 연구에서 특히 태반 유래 줄기세포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방, 골수, 제대혈에서 유래된 줄기세포보다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지방이나 골수 줄기세포에 비해 태반줄기세포를 쓸 때의 장점은 △출산 후 적출돼 폐기되는 장기를 유용한 생물학적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회수되는 양에 비해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 등의 다양한 배엽으로 분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지방이나 골수 줄기세포가 분리, 추출되는 공여자의 나이에 영향을 받아 증식력에 제한을 받는 반면, 태반줄기세포는 태어날 때 한 번 보관해두면 공여자의 나이에 따른 증식력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태반은 임신기간에 모체 면역체계의 공격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장기이므로 기본적으로 면역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등이다.

    또한 태반은 제대혈보다 다양한 줄기세포를 포함한다는 장점도 지닌다. 제대혈은 조혈모 줄기세포로만 구성된 반면, 태반에는 조혈모 줄기세포를 포함해 양막 유래 줄기세포, 중간엽 줄기세포, 영양막 줄기세포 등이 들어 있다. 따라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의 범위도 태반줄기세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태반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을 고려할 때 신경계 질환, 간 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에 태반이 널리 적용될 수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선 동물실험에서 일부 성과를 올리는 쾌거가 있었다. CHA 의과학대 생명과학과 김기진 교수 연구팀은 태반줄기세포를 간 질환이 있는 동물에 이식해 간 섬유화를 억제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 같은 간 섬유화 억제 효과가 인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금까지 불치병으로 알려진 간경화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

    김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태반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에 따라 간 섬유화 억제 효과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태반줄기세포가 어떤 기전을 통해 간 섬유화를 억제하는지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태반주사로 만성 어깨통증에서 해방

    80% 통증 감소 … 퇴행성 부분파열 환자들에 희망


    난치병·불치병 완전정복 ‘도전장’
    찢어질 듯한 어깨 통증은 비단 과격한 신체활동을 하는 운동선수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퇴행성 질환의 일환으로, 중년층에게서 심심찮게 나타난다. 어깨를 움직이게 하는 힘줄이 반복적 충격이나 마모로 서서히 손상되기 때문. 많은 이들이 오십견으로 오인하고 침으로 고쳐보려 하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밤마다 끙끙 앓기 일쑤다.
    태반주사가 이런 어깨 통증 완화와 어깨 힘줄 재생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조만간 임상실험으로 밝혀질 예정이라 관심을 모은다. CHA 의과학대 강남차병원 만성통증센터는 현재 1년 이상 어깨 통증을 앓아온 퇴행성 부분파열 환자들을 대상으로 녹십자의 태반주사 ‘지씨제이비피 라이넥’이 어깨 통증과 어깨 힘줄 재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어깨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30명의 환자에게 2주간 4회 태반주사 치료를 했더니 평균적으로 80% 이상 통증이 감소했다. 초음파로 관찰하는 어깨 힘줄 재생 효과는 주사 후 6개월 이상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초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주사 후 6개월이 지난 환자의 힘줄 파열 크기가 5cm에서 4.5cm로 감소한 사례가 나오는 등 희망적 결과가 나올 조짐이 보인다. 이 연구를 주도하는 센터장 이영진 교수(가정의학과·신경과 전문의)는 “대부분의 퇴행성 부분파열 환자들은 진통제를 복용하고 물리치료를 받는 데 머물면서 불편을 안고 살아간다”며 “이런 환자들에게 태반주사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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