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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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줄여라, 국민과 통하려면

이명박 대통령 솔직한 대화 해야 원활한 국정 수행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정리=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3-04 1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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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줄여라, 국민과 통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1월30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의 SBS TV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프로그램에 출연해 참석자들과 경제 현안 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국가지도자의 말은 정책이자 메시지이며 리더십이다. 국가지도자는 국가를 대표하는 공인(公人)이기에 그의 말은 단순히 의사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중요한 정책인 동시에 대(對)국민 메시지이며 국정 리더십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지도자의 말실수 등 경솔한 언행은 리더십의 요건에 해당하는 신뢰도와 정직성, 성실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국가지도자의 화법은 심리적,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심리적 요인으로서 성장기 언어습관은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리더십과 발언 당시 상황도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소년기의 거침없는 말투는 정치지도자가 된 뒤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에 따르면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습관이나 체험, 기억은 훗날 성인이 된 뒤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로 표출된다. 예컨대 이명박 대통령의 어린 시절 시장통 생활이나 기업가 생활에서 익힌 언어습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년기 공사판에서 일하며 배운 용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군으로 복무하며 체득한 어법은 국가지도자가 된 뒤에도 다양한 형태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국가지도자가 부적절한 언행을 하게 되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착오현상(misreading)’ 이다. 프로이트는 무심코 내뱉은 말이나 실언 속에 발언자의 숨은 의도가 담겨 있는 심리현상을 착오라고 정의했다. 착오현상이 악화되면 국가지도자가 개인으로서의 ‘나’와 공인으로서의 ‘나’의 역할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 혼돈현상’을 유발한다. 역할 혼돈현상에 빠진 지도자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면 될 일을 미적거리고 자꾸 투덜대거나 제삼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착오현상이 두드러진 국가지도자로는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두 지도자는 발음상의 오류나 엉뚱한 용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자주 구설에 오르내렸다.

    지도자 부적절한 말 원인은 ‘착오현상’

    국가지도자가 막말을 하는 또 다른 원인은 어릴 때부터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반항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반항심은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심리로 이어져 과거 권위주의시대 대통령들의 규격화된 화법을 깨뜨리고 의전(儀典)을 무시하려는 경향을 나타냈다. 막말은 스스로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나친 피해의식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기업인 시절 체험한 관료조직과의 ‘갑을(甲乙) 관계’에서 피해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국가지도자가 어떤 리더십을 지녔느냐에 따라 화법은 달라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CEO형 리더십과 경제 리더십, 목표지향적 리더십의 소유자라 기업인이 즐겨 사용하는 경제용어나 어투에 익숙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투사형 리더십으로 인해 공격적 발언이 유난히 많았으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오랜 민주화 투쟁으로 쌓은 정치적 리더십의 소유자이기에 정치용어에 더 익숙할 것이다.

    국가지도자의 화법은 발언 당시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험악한 상황에서는 험한 말이, 평안한 상황에서는 부드러운 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국가지도자는 공개적인 발언을 할 때 상황의 영향, 특히 불리한 상황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링컨, 처칠, 루스벨트 등 역사적으로 성공한 위인들은 오히려 위기 국면에서 희망과 용기를 주는 발언으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성공한 리더의 화법은 상황의 영향을 적게 받을 뿐 아니라 불리한 상황을 역으로 활용한 것이다.

    국가지도자의 말수는 적을수록 좋다. 그리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화적 언어를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지도자는 이를 통해 국민과 솔직한 대화로써 소통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화법

    MB, 박학다식하지만 권위 떨어질 우려


    말을 줄여라, 국민과 통하려면
    이명박 대통령 : 각론적 제시형


    이명박 대통령은 세부적 사항을 일시에 내놓는 각론적 제시형이다. 이런 화법의 지도자는 박학다식하고 열정적이지만 자칫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언급하는 바람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모호해지고 말의 권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의 하이톤과 허스키한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친근감과 열정을 느끼게 하지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으므로 언어의 절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회동만 하고 나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의 하나는 화법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의 화법은 총론적인 사항을 방어적으로 짧게 묻고 답하는 총론적 단문단답형이다. 자신과 상대방의 발언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다변가인 이 대통령과 달리, 과묵형인 박 전 대표는 자신과 상대방의 발언 하나하나에 의미를 둔다. 이 때문에 똑같은 내용일지라도 서로 해석이 다르다. 상대방을 포용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두 사람 다 심적으로 느끼는 소통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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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 : 열정적 선동형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직설법, 단문형, 비유법을 자주 동원한다. 선동적인 개혁가형 지도자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화법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정치인 시절에 사용하던 선동가형 지도자의 부적절한 언행, 즉 감정배설(emotional catharsis)이나 다름없는 ‘막말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많은 논란을 불렀다. 막말 양태가 한꺼번에 집약돼 표출된 것이 임기 중 하야(下野) 시사 발언이다. 공격성과 자극성, 즉흥성과 일방향 어법과 같은 부정적 어법으로 가득한 발언들은 그의 성장기 행동 양태에서 비롯된 무의식 세계와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막말 사례로는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도둑질하려면 개도 안 짖는다” “흔들어라 이거지요, 난데없이 굴러온 놈”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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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 : 논리적 설득형

    지적 수준이 높고 꼼꼼한 성격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법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이른바 논리적 설득형이다. 발언 때마다 ‘첫째, 둘째, 셋째…’ 하는 식으로 곧잘 애용하는 나열식 화법도 논리적 사고체계에서 비롯된다. 김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 때 “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약속을 못 지켰을 뿐이다. 거짓말과 약속 위반은 분명히 다르다”고 한 것이 논리의 극치를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논리적이기 때문에 ‘차갑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화법이 비논리적이긴 해도 ‘인간미가 있다’는 평가를 듣는 것과는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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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전 대통령 : 감성적 호소형

    김영삼 전 대통령은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의도적인 막말이 많았다면, 김 전 대통령에겐 무의식적인 실언이 많았다.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결식아동’을 ‘걸식아동’으로, 제주도를 방문해 자꾸 ‘거제도’라 말하고, 대만의 이등휘 총통을 ‘이등 총통’이라고 잘못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세종대왕은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왕)” “정몽준(전봉준) 장군의 고택” “박정희 대통령의 상가(생가)” “역사의 아이노리(아이러니)” 등 실언 행진은 끝이 없었다. 이런 실언은 야당 시절에는 인간미로 느껴졌지만 국가 최고지도자가 된 뒤에는 신뢰성 부족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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