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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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10대 키워드 ‘BIG CASH COW’

‘트렌드 코리아 2009’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08-12-31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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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10대 키워드 ‘BIG CASH COW’

    김난도·권혜진·김희정 지음/ 미래의창 펴냄/ 256쪽/ 1만3000원

    나는 2006년 말 그해의 대표 키워드로 ‘나만의 행복 추구’를 뽑았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성공의 대체물이다. 2000년대 초반에 대중은 변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남보다 빨리 변해 어떻게든 성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중은 자신의 삶을 옥죄는 것이 국가 차원을 넘어선 어떤 강력한 외부의 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는 바람에 이제 개인은 누구나 자신의 마음이라도 잘 다스리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기치유(self-healing)의 거센 물결이 인 것이다. 이런 흐름을 잘 탄 소설이 신경숙의 신작 장편소설인 ‘엄마를 부탁해’(창비)다. 누구나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힘겨울 때는 엄마를 떠올리고 과거를 추억하게 된다. ‘개밥바라기별’(황석영), ‘완득이’(김려령), ‘리버보이’(팀 보울러) 등 2008년에 잘 팔린 소설이 모두 성장소설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시대의 산물로 봐야 한다.

    ‘엄마를 부탁해’는 두 요소가 겹쳐 있다. ‘자기치유’라는 시대 흐름에 부합하면서 엄마라는 존재를 결정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불과 한 달 만에 20만부를 발행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곧 밀리언셀러 고지에도 오를 전망이다. ‘메가트렌드’부터 ‘마이크로트렌드’까지 외국산만 넘쳐날 뿐 우리 현실을 적절하게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앞으로 그런 일을 자임하겠다고 나선 한 그룹이 책을 내놨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09’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07년부터 연초에 그해의 트렌드 예측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은 처음이다.

    이 책에서 발표한 2009년 10대 키워드의 첫 글자를 모으면 ‘BIG CASH COW’다. 캐시 카우란 지속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사업부문을 뜻하는 용어인데, 전반적인 불경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2009년에 우리나라가 넉넉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명했다고 한다.

    그러면 일단 10대 키워드를 순서대로 알아보자. Better Me(스펙을 높여라).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21세기 지식사회에서는 스펙(자격 조건)을 높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I’m So Hot(난 너무 멋져). 제멋으로 살면서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전파하는 데 놀라울 만큼 적극적인 사람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Gotta be Cocooned(다시 집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안정을 취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재충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집에 머무르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들은 혼자만의 세계에 유폐적으로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사회와의 연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집에서도 즐겁게 놀거나 자기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Cross-Internetization(생각대로 인터넷). 휴대전화, 유선전화, TV, 내비게이션 같은 다양한 생활밀착형 기기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남녀노소가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게 된다. Alpha-mam, Beta-Dad(아빠 같은 엄마, 엄마 같은 아빠).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재테크에 나서는 통제형·리더형 엄마와 부드럽고 자상하게 자녀를 돌보고 언제라도 가사를 맡을 수 있는 따뜻한 아빠가 늘어난다. Simply, Humbly, Happily(소박한 행복 찾기). 거창한 출세나 사회적 성취보다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진다. Hobby-Holic(취미 대한민국). 취미생활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실력을 갖춰 무엇이든 수준급으로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어난다.

    Casual Classics(고급문화, 일상 속으로). 오페라, 순수미술, 고전음악, 발레, 와인 등 다양한 고급문화 아이템이 대중의 삶과 더 가깝게 일상화된다. Off-Air Attitude(무심한 듯 시크하게). 언뜻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노력한 티가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세심하게 자기연출을 한다. Wanna-Be-Star, Wanna-Be-Mass(스타와 대중, 자리 바꾸기). 스타는 일반화하고 일반 대중은 스타화하는 일이 늘어나 스타와 대중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앞에서 언급했던 ‘엄마를 부탁해’는 이 중에서 소박한 행복 찾기를 비롯한 몇 가지 트렌드와 맞물린다. ‘트렌드 코리아 2009’는 이처럼 소비 트렌드에 대한 총체적 분석과 소비가치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어떤 것들이 소비 트렌드와 접목될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개별 트렌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예시되는 수많은 사례가 당신의 상상력을 무수히 자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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