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8

2009.01.06

양봉 연구 20년 ‘달콤한 인생’

토종벌 박사 김대립 씨

  • 청원=장기우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traw825@donga.com

    입력2008-12-31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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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봉 연구 20년 ‘달콤한 인생’
    “우리 토종벌꿀이 ‘코리안 허니’라는 브랜드를 달고 세계 최고로 우뚝 서는 그날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과 가공식품을 개발해야죠.”

    충북 청원군 낭성면 추정1리 살티마을에서 3대째 토종벌꿀을 생산해온 김대립(35·사진) 씨. 벼농사 위주로 농사짓던 살티마을은 그의 노력 덕분에 밀원(蜜源)으로 변했다. 벌들이 겨울잠에 들어가 쉴 만도 하지만 그는 요즘 전국을 다니며 토종 양봉의 비법을 전수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는 토종 양봉 경력 20년이 넘는, 자타가 공인하는 ‘토종벌 박사’. 아홉 살 때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기술을 익힌 그는 토종벌꿀 및 토종벌통을 이용한 침입벌(양벌, 땅벌) 퇴치법, 토종벌 인공분봉(分蜂)법, 우수 여왕벌 조기 육성법, 무지개꿀 수확법 등 7건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했다.

    고등학교 시절 또래 친구들이 성적과 이성 문제 등으로 고민할 때 그는 학교 건물 옥상에 벌통을 설치해놓고 토종벌 연구에 매달렸다. 대학에 다닐 때는 전공(전자공학)을 살려 인공분봉법을 개발했다. 겨울철 벌통 내부의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전기장치를 통해 벌의 자연분봉 시기를 최적의 활동력을 갖춘 때에 맞도록 앞당겨 꿀의 품질과 양을 극대화한 게 이 기술의 특징.

    ‘무지개꿀’ 수확법 등 7건의 특허와 실용신안 보유



    일반 꿀보다 2~3배 비싼 값을 받고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는 ‘무지개꿀’은 층층이 쌓아 쪄내는 전통 시루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로로 꿀을 뜨는 탓에 진달래, 아카시아 등 계절별로 벌이 수확한 꿀의 층무늬를 볼 수 없고 다양한 맛도 느끼기 어려운 기존 토종꿀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그는 2003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하는 21세기를 이끌어갈 농업분야 신지식인에 그것도 최연소로 이름을 올렸다. 토종벌 분야에선 유일한 신지식인. 2006년에는 충북바이오농업대상도 받았다.

    그는 기술 보급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양봉(洋蜂)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토종벌 농가끼리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www.ctcg.co.kr)도 만들었다. 또 농장을 개방해 현장실습을 제공하며, 그를 찾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기술을 전한다.

    그는 “조만간 소비자를 위한 ‘토종꿀 캠프’를 열어 토종벌의 생태와 꿀이 만들어지는 과정, 좋은 꿀 고르는 법 등 토종꿀의 모든 것을 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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