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6

2008.10.14

“까르띠에 제품만큼 명품 서비스”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8-10-08 1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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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르띠에 제품만큼 명품 서비스”
    파리의 뤼 드 라 페, 런던의 본드 스트리트, 뉴욕의 피프스 애비뉴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까르띠에(Cartier) ‘메종(maison·프랑스어로 집이라는 뜻)’.

    럭셔리 보석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 주얼리 하우스의 161년 전통과 ‘까르띠에와 한국의 러브스토리’를 조화롭게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실현된 곳이다. 이 브랜드에서 ‘메종’은 부티크, 서비스센터, 본사 사무실이 결합된 가장 큰 단위의 매장을 일컫는다. 또 ‘메종’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세워졌다는 점은 한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함을 입증한다.

    메종이 문을 연 다음 날인 9월26일에 만난 필립 갈티에(48) 까르띠에코리아 사장은 다소 들뜬 표정으로 매장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까르띠에를 ‘왕의 보석상, 보석상의 왕’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왕에겐 왕궁(palace)이 필요하겠죠? 매장을 프랑스의 왕궁 또는 귀족의 집처럼 꾸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층 가방 코너에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매장에서만 판매한다는 한정 판매품 ‘미니 마르첼로 백’이 알록달록한 색상을 뽐내고 있었다. “국내 백화점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오직 청담 메종만을 위한 제품”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크림색 카펫과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대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향했다. 2층에서는 가장 먼저 VIP 손님들이 특별한 이벤트를 갖거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구입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프라이빗 라운지가 눈에 띄었다. 갈티에 사장은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겠다며 작은 카메라가 장착된 TV를 켰다.

    “비디오 콘퍼런스 장비입니다. 서울에 있는 고객이 특별 주문을 할 때 파리 본사의 디자이너와 좀더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수단이죠. 디자이너가 자신이 디자인한 스케치를 화상으로 보여주고 고객이 이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장비는 기존 까르띠에 매장은 물론 다른 명품 브랜드도 아직 시도하지 못한 것. 까다로운 취향의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특별 맞춤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국내외 경제 전망이 어려운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벌인 데 부담감이 없는지 물었다. “우리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원성(eternity)입니다. 당장의 위기 때문에 장기적 비전을 양보할 수는 없죠. 다른 경쟁 브랜드들도 우리의 이러한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갈티에 사장의 꿈은 이 매장이 청담동의 랜드마크로 자리잡는 것이다. 고객뿐 아니라 매장 앞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검토 중이다.

    자신의 성(姓)인 갈티에(Galtie、)가 브랜드명 ‘Cartier’와 발음이 비슷해 종종 ‘까르띠에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농담을 듣는다는 그는 2006년 8월부터 한국 지사에서 근무했다.

    “일본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봤지만 한국에서야말로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낍니다. 앞으로 ‘까르띠에의 집’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여러 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매장 입구에서 발렛파킹 서비스로 맡긴 기자의 차를 기다렸다. 차에 오르자 고급스러운 금색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취지의 감사 노트로, 앙증맞은 나뭇가지도 하나 끼워져 있었다. 명품 브랜드의 감동은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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